2015년 11월 3일 화요일

[에이루]난 여기 있는데……

[에이루]난 여기 있는데…….

ㄴ부제 : 보고 싶어, 만지고 싶어, 마주치고 싶어.

ㄴ[원피스/단편/전체 연령가]






 시간은 흘러서 벌써 몇 년이 지났다. 밀짚모자 해적단의 선장 루피는 어느새 든든한 동맹 해적을 여러 두었고, 그 중에서 당연 뽑히는 동맹 해적이라면 '하트 해적단' '키드 해적단' 이다. 같은 D를 이은 하트 해적단의 트라팔가 로우와는 1주일에 한번 꼴로 자주 만날 정도로 꽤나 친해져 있는 상태였다. 그리고 지금도 밀짚모자 해적단의 배 갑판에는 로우가 와서 루피와 얘기를 나누는 중이었다.

 “최근에 아카이누와 단 둘이 만났다고 들었다, 밀짚모자야.”
 “…….”
 “둘이서 무슨 얘기를 나눈 거지?”

 상디나 조로도 모르는 일인데 어떻게 안거지, 하고 루피는 생각한다. 그리고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시싯하고 웃으며 그런 적 없다고 자연스레 거짓말을 쳐본다. 하지만 로우는 루피가 아카이누와 관련된 무슨 말이든 생각을 할 때마다 표정이 굳어지고 주먹에 힘이 들어간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얼마나 세게 쥐었는지, 손에 핏기가 사라져가는 루피의 손을 보면서 로우는 한숨을 쉰다.

 아무 말 않겠다면야 말하지 않겠다. 하지만.”
 “…….”
 밀짚모자야. 그렇게 계속 참고 숨기고 한다고 한들 참아지고 숨겨지진 않는다.”

 로우는 루피의 성격을 잘 알기에 충고를 해주었다. 물론, 이렇게 말한다고 한들 루피가 지금 가지고 있는 생각-무슨 생각인지는 로우는 모르지만-을 바꾸거나 달리 할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로우는 그저 제발 아무런 일 없기를 바랄 뿐이다.

 여어-, 거기 선장 두 명. 빨리 안 오면 디저트는 없다고-?”
 , . 금방 가도록 하지.”

 밑에서 들려오는 상디 외침에 로우는 뒤를 돌아서 루피를 남겨두고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계단을 내려가려는 때에 잠시 고개만 돌려 루피에게 뭣 하면 해적선을 빌려주지. 내 방은 알 테지?’ 라며 루피에게 배려를 해주었다.
 루피는 로우가 자신의 방을 빌려준 것에 대해서 고마움과 동시에 참고 있던 것이 울컥 튀어나오는 것 같아서 헛웃음을 내뱉는다.

 에ㅇ……, .”

 우물쭈물 하다가 결국에는 내뱉지 못하는 그의 이름을 머릿속으로 되뇌며 루피는 입술을 잘근잘근 씹는다. 눈물이 금방이라도 흐를 것만 같은 모습을 하던 루피는 조심스레 자신의 중요한 밀짚모자를 잠시 갑판의 아무데나 묶어두고 허리춤에 있는 두툼한 가방에서 무언가를 거낸다.

 끄윽, .”

 자신에게 있는 유일한 마지막 유품. 열매는 형인 사보가 먹어서 없어졌고, 모자나 목걸이는 그의 묘지에 두고 왔다. 목걸이와 이 칼 중에서 하나를 골라야 했을 때 루피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칼을 선택했었다.

 으우…….”

 울지 않겠다고 스스로와 약속을 했지만 루피는 결국에 눈물을 주륵 흘러 보낸다. 급히 손으로 닦아 보지만 닦으면 닦을수록 계속해서 흐르는 눈물에 누가 볼세라 급히 자신의 해적선 옆에 있는 로우의 해적선으로 뛰어 내린다. 로우를 포함해서 하트 해적단의 모든 단원들은 지금 자신의 해적선에서 상디의 디저트를 먹고 있다.
 루피는 익숙하게 문을 열고 들어가 로우의 방 안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서 그제야 펑펑 울기 시작한다.

 에이, ……. ……, . 으윽. 흐으…….”

 그의 칼을 두 손으로 꽉 쥐며 울먹이는 루피의 모습은 그 유명한 밀짚모자 해적단의 루피가 아니었다. 보이는 그대로 말하자면 사랑하는 이를 잃은 사람울고 있는 어린 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어 더없이 안타까웠다.

 일대일 만남이라니. 무슨 생각이지?’
 ‘……부탁이 있다.’
 부탁? 그 유명한 해적의 부탁이라. 그것도 네 형을 죽인 해군에게 말이야.’
 ‘…….’
 그래, 무슨 부탁이지?’
 ‘……똑같이. 에이스와 똑같이 날 죽여줘.’

 루피는 지난번에 만나 얘기한 아카이누와의 대화가 생각나서 더욱 슬퍼졌다.
 에이스가 죽어버렸어. 참아, 몇 년간 잘 참아왔잖아. 형인 에이스가 죽어버렸어. 아직 사보가 남아 있잖아.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죽어버렸어. ……. 더 이상 버티질 못하겠어, 나 어떻게 하면 좋아, 에이스.

 그냥, 이대로……, 죽었으면…….”

스릉.

 꽉 쥐고 있던 에이스의 칼을 뽑아 든 루피는 계속해서 머릿속으로 생각을 했다. 이러면 에이스가 싫어할 거라고, 스스로 죽을 바에 에이스와 똑 같은 방법으로 죽으라고, 그래서 아카이누에게 부탁한 거 아니냐고, 잠시나마 그와의 같은 순간에 있을 수 있으니까.

 “……에이, .”

 루피는 조심스레 칼을 쥐고 정확하게 자신의 심장을 겨냥해서 손을 높이 들어올렸다. 눈을 감고 죽음을 기다리는 그의 머릿속에서 살자란 말은 에이스가 죽은 뒤로 없어졌기에 죽음 따윈 무섭지 않나 보다.

.

 그렇게, 루피의 손에 있던 에이스의 칼이 금방이라도 루피의 살을 찢고 심장을 향해 들어가려 할 때에, 루피는 갑자기 행동을 멈췄다.

 ……, ……, 난 못해…….”

 손에서 칼을 떨군 루피는 떨리는 두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감싸 바닥에 고개를 박고 울었다. 죽으려고 마음을 먹고 칼을 당겼지만 갑작스레 머릿속을 지나간 에이스의 울지 말란 모습에 그만 망설이고 만 것이었다.

 에이, ……, 우으윽. 에이스……, 보고 싶어, 에이스…….”

 루피의 눈물은 어느새 바닥에 조금씩 고일 정도로 많이 흘러내렸다. 루피는 도저히 멈춰지지 않는 눈물에 더욱 감정이 고조되어 힘껏 소리 내어 울어본다.

 에이스으, 흐어어엉, 에이스, 으우윽, 왜 나 두고……, 날 두고…….”

 끝말을 잇지 못하는 루피의 모습은 처절하고도, 사무친 그리움을 단번에 알 정도로 드러나 있었다. 아마 이렇게 울다가 잠이 들면 로우는 루피를 위해 루피의 동료들에게 잠시 하루 동안은 자기 해적선에서 놀겠다며 변명을 하고 도와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다음날의 루피는 씁쓸한 웃음을 한번 짓곤 언제 그랬냐는 듯 자기 동료들에게 달려가 환히 웃을 것이다.

 에이스…….”

 시간이 지나고 너무 울어서 쓸어진 루피가 로우의 방 안에 있던 긴 거울에 비추어졌다. 그리고 그 거울 안에서 루피의 옆에 어떤 희미한 형태가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게 보여졌다. 자세히 봐야 알 수 있는, 희미한 형태의 주인공은 루피의 형이자 사랑하던 이인 포트거스 D 에이스. 바로 그였다.

 ‘……루피.’

 루피도 그 누구도 몰랐던 사실이지만, 에이스는 자신이 죽은 뒤로 단 한번도 루피의 곁을 떠난 적이 없었다. 자기 때문에 정신 나갔을 때에도, 칠무해를 상대할 때에도, 가끔 동료들 몰래 눈물을 훌쩍일 때에도, 에이스는 루피의 곁에 있었다.

 난 볼 수도 있고……, 만질 수도 있고……, 네 눈도 마주할 수 있는데……. 왜 넌 모를까?’

스윽.

 에이스는 자신의 손으로 루피의 뺨을 쓰담는다. 하지만 루피는 전혀 에이스의 손길을 느끼지 못했다. 지금껏 에이스는 수많은 시도를 해서, 루피를 만져보고 그의 앞에 서서 마주보고 체취를 맡아보았지만. 정작 루피 본인은 전혀 그걸 느끼지 못했다.
 아무것도 안 느껴지는 마냥.

 루피.’
 “…….”
 보고 싶어.’
 “…….”
 만지고 싶어.’
 “…….”
 네 눈과 마주치고 싶어.’

 루피와 마찬가지로 에이스 또한 눈물을 흘려 보낸다. 죽은 후 눈물을 흘릴 수 있다는 것에 에이스는 한편으로 신기함을 느끼지만, 그와 동시에 눈물을 흘리기에 또 느껴지는 슬픔에 좌절을 한다.

 루피…….’
 “…….”
 날 좀 알아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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