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1월 12일 목요일

[사보루]합리화

[사보루]합리화

ㄴ부제 : 이건 전부, 루피 탓이야.

ㄴ[원피스/단편/18금]






 “이봐, 보스.”
 “응?”

퍽.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거냐.”
 “아, 아-.”

퍼억, 퍽!

 아무 짓도 안 하는 것마냥 무심한 표정으로 바닥에 기절해 있는 사람을 연신 발로 까는 것을 보다 못한 밀짚마피아 단의 오른팔인 조로가 보스인 루피를 말렸다. 이미 루피의 구두는 피로 인해 끝이 질척해져 있었고, 루피의 흰 양말은 윗부분이 이미 붉게 물든지 오래되었다.

 “슬슬, 심심해지긴 했어.”
 “…….”
 “조로, 상디 좀 불러줘.”

 품 안에 손을 넣어서 양복 자켓의 주머니에서 작을 칼을 꺼내 든 루피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활짝 웃으면서 조로를 향해 고개를 돌리곤 그대로 칼을 바닥에 기절해 있는 사람을 향해 찍어 내렸다.
 푸욱, 하며 칼이 깊숙하게 들어가니까 기절해 있던 사람이 반응을 보이며 힘도 안 드는 손으로 루피의 손을 잡고 부들부들 떨었다.

 “……이게.”
 “커헉, 흐으…….”
 “감히…….”
 “루피! 진정하…….”
 “끄아아악! 아악!”

찌지직.

 불안한 낌새를 느낀 조로가 다급히 루피에게 다가가 말려보려고 하지만 이미 기차는 지나갔다. 더러운 손으로 자신을 만졌다고 생각한 루피는 그대로 칼을 배에 쑤셔 넣은 채로 가슴팍을 질러 목구멍까지 끌어 당겨서 찢어 버린 것이다.
 딱 봐도 역함이 올라오는 장면이었지만 루피의 곁에 오랫동안 있었던 덕에 조로는 인상만 찌푸릴 뿐, 토하고 싶다거나 눈을 돌리진 않았다.

 “더러워 졌잖아, 쓰레기야.”

퍽!

 이미 죽어버린 시체에 발길질을 한 루피는 뒤를 돌아서 인상을 쓰고 있는 조로에게 시체를 어항에 던지라고 했다. 밀짚마피아 단의 어항이라고 하면 뒷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이야깃거리 중 하나인데, 이는 루피가 자신이 만든 시체를 밖으로 나가서까지 처리하기 귀찮다고 비싼 돈을 주고 사온 식인용 피라니아 서른 마리 이상을 어항에 넣어 두고 피라니아들에게 시체를 던져 흔적도 없게 만드는 것이었다.
 뒷세계에서는 가장 죽기 싫은 방법 중 TOP1에 든다. 루피가 피라니아를 길들여서-어떻게 길들였는진 아직도 알려지지 않았다- 호루라기만 불면 먹다가도 다들 먹는 걸 멈추기에 살아있는 상태로 어항에 들어가면 살이 계속해서 먹히며 천천히 죽어가는 것이니, 당연하다.

 “조로.”
 “왜.”
 “그는 어디에 있지?”
 “이미 네 방에 뒀다.”
 “응, 알겠어!”

 방금 전에 사람 하나를 아무 거리낌없이 죽였던 사람이 이번에는 순진한 어린 아이처럼 베시시 웃어 보인다. 이때만큼은 조로도 루피를 아이처럼 보게 되어 저도 모르게 같이 웃으며 머리를 쓰담아 준다. 어쩌면 이러한 면 때문에 조로가 루피를 떠나가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1시간 뒤에 회의니까 늦지 않도록 하고.”
 “응.”
 “제대로 옷 갈아입고.”
 “응.”
 “대답만 하지 말고.”
 “응!”

 조로는 계속 ‘응’ 이란 대답만 하는 루피를 보면서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남들이라면 계속 같은 대답을 하는 걸 보고 잔소리라도 할 텐데, 조로는 루피와 같이 약간의 무식함이 있어서 잔소리란 개념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웃긴 건, 이 약간의 무식함이 루피가 더 많은 것이 아니라 조로가 더 많다는 것이다.
 어떤 놈이 적진을 때리는 와중에 아군이 자기가 때리던 놈 스틸했다고 쥐어 패버릴까.

 “가라.”
 “상디 부르는 거 잊지마!”

 어두컴컴한 창고를 나온 루피는 어디 소풍이라도 가는 고등학생마냥 휘파람을 불면서 자기 방으로 갔다. 이윽고 방문 앞에 선 루피는 비밀번호를 누르고 띠리릭 소리와 함께 방에 들어갔다. 불이 꺼져 있어서 아까 전 그 창고 안과 다름없이 앞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루피는 상관치 않고 신발을 벗는다.

 “사보-, 나왔어.”

 루피는 금세 어둠에 익숙해져서 침대 쪽으로 다가가 이불로 몸을 가려 웅크려 있는 자신의 형에게 다가가 손을 뻗었다. 그러다가 문득, 아까 전에 자신의 손을 붙잡던 놈이 생각나서 깜짝 놀라 다급히 아차차, 하고 침대로 향하던 발길을 멈췄다.
 안되지, 안돼. 깨끗해야 사보가 좋아할 거 아니야? 루피는 그렇게 생각하곤 욕실로 들어갔다.

 “…….”

 루피가 욕실에 들어가고 난 후, 욕실에서 물소리가 한참 동안 들려오고 나니 그제야 침대에 웅크리고 있었던 사보가 반응을 하여 이불을 비집고 나왔다.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사보는 아슬아슬하게 얇은 이불로 자기 몸을 감사고 침대에서 내려왔다.
 원래는 도망갈 위험이 있다고 루피가 사보의 발을 침대에 묶어 놨었는데 사보가 아프다고 한 말 때문에 결국 사보에게 못 이겨 묶은 걸 풀어줬던 루피였다.

솨아아.

 소리가 나지 않게 발걸음을 옮기는 사보의 모습은 흡사, 고양이와도 닮아 보였지만 푸석푸석해진 그의 금발과 생기를 잃은 눈동자는 죽은 사람의 그것과도 닮아있었다. 자신의 동생인 루피에게 감금을 당한지 언 두 달이 다 되가는 시점이다.
 그리고 루피의 방에서 도망칠 수 있는, 문고리만 돌리면 바로 나갈 수 있는 그런 시점이기도 했다.

철컥.

 “…….”

 긴장감으로 손에는 땀이 뻘뻘 나고 있지만 사보는 문고리를 돌려서 천천히,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보통 비밀번호 문은 안쪽에서 버튼을 누르고 삐리릭 소리가 나야 열리지만 루피는 버튼 누를 세가 어디에 있냐고-정확히는 귀찮아서- 하면서 버튼을 때버렸었다.
 그런데 그런 그의 선택이 지금은 자신의 가장 소중한 사람이 자신의 품에서 벗어나려는 결과를 맞이해 주었다.

끼이익.

 “내가 가두도록 둘 것 같아, 사보?”
 “!!!”

 뒤에서 들려온 화난 목소리에 사보는 확인이고 뭐고 재빨리 문을 벌컥 열고 앞을 향해 뛰어나갔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들 도망칠 수 있는 게 아니다. 어두컴컴한 곳에 있다가 갑자기 빛을 받았으니, 절로 눈이 감겨지면서 주춤거리는 게 당연한 것. 그리고 그 틈을 타서 루피가 사보의 허리를 잡고 끌어 당겨 방 안으로 데리고 들어온다.

 “이거, 놔!”
 “안돼. 도망칠 거잖아.”

 사보가 187cm이고 루피는 174cm여서 10cm 이상이나 차이가 나지만 온갖 일을 다 당하면서 죽을 뻔한 일이 수없이 많았던 루피의 경험과 힘의 차이로 사보는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루피의 손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결국, 사보는 침대로 다시 돌아오게 되었고 방금 전의 행동으로 인해서 화가 난 루피를 상대해야 했다.

 “사보.”
 “윽!”
 “도망 갈려고 했어? 왜?”

 루피는 사보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침대에 눕히고 그 위에 올라탔다. 여기서 문제는, 루피는 수건 하나로 허리춤을 아슬아슬하게 가리고 있고 사보는 알몸이라는 것이었다. 이런 묘한 상황에 화가 난 루피의 목소리에 그간 갈굼을 당했던 사보가 반응을 해버렸다.
 루피는 체중을 실어 사보의 중심을 꾹 눌렀다. 그리고 천천히 손으로 사보의 가슴팍과 옆구리를 지나갔다.

 “사보.”
 “루, 루피……, 제발.”
 “사보…….”

 오늘도 루피는 사보의 목덜미에 고개를 박고 냄새를 맡으며 쇄골 부분을 잘근잘근 씹었다. 화가 나서 그런지 평소보다 조금 더 강하게 무는 바람에 사보는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시간이 지나고, 사보의 온몸에 키스마크를 남기던 루피가 돌연 행동을 멈추곤 사보의 허리를 끌어안고 어깨를 들썩이기 시작했다.

 “사보……, 사보……, 으윽.”

 또 다. 또 같은 상황이 반복되고 있어. 사보는 자신을 끌어안고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는 루피를 보면서 자신의 마음 한구석이 아련해 지는 걸 느꼈다.
 자신을 감금하여 밖에 나가지도 못하게 만들고, 억지로 자신에게 흥분제를 먹이고 루피 자신은 스스로 최음제를 먹어 관계(섹스)를 하게 만들지 않나, 어쩌다 누군가와 얘기를 나누게 되면 그 상대가 자신의 부하라고 할지라도 죽여버리는 루피에게 피로함과 분노, 경멸을 하는 사보지만.
 지금처럼 이렇게 자신의 앞에서만 울고 한없이 작아져서 사라질 것만 같은 상황에는 저도 모르게 루피를 꼭 안아 달래 주고픈 감정을, 사보는 느꼈다.

 “가지마……, 사보는 가지마……, 제발…….”
 “…….”
 “내, 내가……, 흐으……, 이렇게 빌 테니까, 제발……. 도망가지마.”
 “루ㅍ…….”
 “죽어버릴 것 같으니까.”

 돌연 태도를 바꾼 루피는 거칠게 사보에게 키스를 했다. 그리고 손을 뻗어 사보의 중심을 잡아 흔들며 흥분을 유도했다. 사보도 남자인지라 흔들면 반응을 하는 것이 당연지사, 자신의 상태에 치욕을 느낀 사보는 인상을 찌푸리고 루피의 입술을 세게 깨물려는데 용케도 사보의 의도를 안 루피가 입술을 떼곤 씨익 웃어 보인다.

 “사보, 이번에는 도와주지 않을 거야. 알겠지?”
 “크윽, 루피!”

 도와주지 않는다는 게 무슨 뜻일지 생각을 하던 사보는 루피가 스스로 에널을 넓혀 그대로 자신의 것을 삼키는 걸 보곤 경악을 했다. 도와주지 않는다는 게, 설마하니 흥분제를 안 주고 제정신인 상태에서 자신이 움직이게 한다는 뜻일 줄은 몰랐던 것이다.
 반면 루피는 이미 흥분감이 정점을 찍어서 끝까지 사보의 것을 삼키고 기쁨의 신음을 내쉬었다. 그 모습이 얼마나 섹시한지, 강제적인 상황에서도 사보의 얼굴이 붉어졌다.

 “하, 으읏! 하으, 윽!”
 “그만, 루피, 제발……, 큭.”

 자신의 위에 올라타서 스스로 움직이며 흥분감에 차 있는 동생을 제정신으로 보고 있자 하니, 사보는 미칠 지경이었다. 흥분제를 먹었을 때가 나으면 나았지, 안 좋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보, 하, 으응, 사……, 보!”
 “젠……, 장!”

 루피가 스스로 올라타 허리 운동을 하곤 있어도 절정까지 가진 못할 것이다. 쾌락에 약한 루피가 스스로 움직여서 절정까지 가는 일은 당연히 무리이다. 사람이란 쾌락의 앞에서는 한없이 약해지기에 누군가가 강제로 끝을 보이게 하지 않는 이상, 루피는 절정에 가까워질수록 쾌락 앞에 쓰러져 계속 같은 구간만을 반복적으로 맴돌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사보에게도 적용이 되는 얘기다. 사보 자신은 모르고 있지만, 흥분제라는 것은 단지 흥분만 시켜줄 뿐이지 그 다음의 행동은 전부 본인의 의사로 일어나는 것이다.

털썩.

 “하읏, 기분이, 하악!”
 “이럴 수는, 흐윽!”

 이제껏 사보는 루피와 관계(섹스)를 맺을 때마다 스스로를 속여왔다. 자신이 이렇게 된 것은 루피가 먹인 흥분제 때문이다, 라고 스스로를 합리화 시켜서 자신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믿게 하는 자기 방어.
 그렇기에 사보는 루피에게 아무런 마음이 없다고, 루피와의 관계(섹스)가 좋지 않다고 생각을 했다.

 “아응, 사, 사보, 하으…….”
 “하아, 루피……, 루피…….”

 루피의 행동으로 인해 더 이상 참지 못하게 된 사보는 루피를 눕히고 스스로가 지옥에 빠져들었다. 뒤로 물러나지 않도록 골반을 잡아 거칠게 박아대는 사보의 움직임에 루피는 거의 반쯤 정신이 나갈 지경이었고, 사보는 자신의 합리화가 무너짐과 동시에 인정을 하고 나니까 더욱 크게 몰려오는 쾌락에 동공이 풀린 채 루피 범할 뿐.

 “사보, 이제……, 아아! 하으으읏!”
 “크윽, 루피!”

 루피와 사보는 동시에 절정에 다다랐다. 한동안 루피의 안에 자신의 분신을 박고 나올 줄을 몰랐던 사보는 가쁜 숨을 고르며 한쪽으론 침을 흘리고 흥분에 겨워 제 몸을 겨누지 못하는 루피를 보고 그제야 자신이 스스로 루피를 이렇게 만든 걸 자각했다.
 그리고 사보는 그렇게 무너져 내렸다, 고 생각이 들겠지만.

퍽.

 “히잇?!
 “아직……, 아직이야.”

 예상외로, 사보는 무너져 내리지 않았다. 대신에 금이 가버린 상태를 복구하기 위해서 또다시 스스로 자기 합리화를 하고 있을 뿐이었다. 이번에는 조금 이상하게 합리화를 하게 되었지만 말이다.

 ‘이건 전부, 루피가 날 이렇게 만들어 놔서 그래.’
 “잠까……, 아윽, 어떻게……, 하응.”
 ‘루피가 유혹해서 그런 거라고.’
 “너무, 으응, 아앗……, 너무 좋아.”
 ‘전부, 루피가……, 루피가…….’
 “사보오-.”
 ‘자신에게 빠져들게 만든 탓이라고…….’





2015년 11월 7일 토요일

[상디루(산지루)]시작은 평범한 소스, 끝도 평범한……, 소스일까?



[상디루(산지루)]시작은 평범한 소스, 끝도 평범한……, 소스일까?

ㄴ부제 : 전부 네 탓이야.

[원피스/단편/15, 일껄?]






 상디이-, 바압, 바압-.”
 기다려. 아니면 밥 안 준다.”
 .”

 배고픔에 쩔어 아까 전부터 1분마다 밥을 달라고 하는 루피의 외침에 결국 듣다 못한 상디가 마지막 한 수를 뒀다. 밥 안 준다는 그 말 한마디에 루피가 입을 꽉 오물이고는 눈에 힘을 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배에서 들려오는 꼬르륵 소리에 루피는 한숨을 쉬면서 테이블 위에 늘어진다.
 상디는 최대한 많은 양을 빠르게 만들고는 있었지만 아직까지 루피에게 완성된 음식을 주진 않았다. 전부 다 차리고 나서 먹어야 되는 게 음식에 대한 예의라나 뭐라나 그런 이유 때문에 말이다.
 이제 마지막으로 스파게티에 소스를 부으면 모든 요리가 끝나는데 소스를 붓는 도중에 뒤에서 덜커덩거리는 소리가 나서 상디는 깜짝 놀라 실수로 소스를 자기 손에 부어버렸다.

 …….”
 , 상디!”

 별로, 뜨겁거나 한 소스는 아니었기에 화상을 입을 일은 없었다. 다만, 상디는 자기 같은 우수한 요리사가 이런 실수를 했다는 것에 약간의 패닉을 받아 가만히 서서 자기 손만 바라보았다.

 상디, 상디! , !”

 루피는 소스가 뜨거운 줄만 알고 상디의 손이 걱정이 되면서도 배고픔 때문에 상디의 손에 묻은 소스가 너무나도 아까워 보였다. 그래서 상디의 눈치를 살피면서 상디의 손에 묻은 소스에 천천히 얼굴을 가져다 데다가 이윽고 계속 가만히 멍만 때리는 상디를 확인하고 상디의 손등을 핥았다.

 할짝.”

 소스 맛이 어떨까 한번 핥아봤는데, 역시나 상디의 요리 실력은 대단하다고 느낀 루피가 한번 더 상디의 손등을 핥았다. 그리고는 아무런 반응이 없는 상디를 보고선 약간 질척해질 때까지 손등을 핥고 핥아서 상디의 손을 침으로 범벅을 만들었다.

 ……?”

 짧은 시간이 지나서야 정신을 차린 상디는 어느새 자기 앞에 서서 자신의 손가락을 입으로 가져다가 핥고 물고 빠는 루피를 보고 당황해서 제 손을 빼낼 생각을 하지 못하고 루피가 하는 짓을 쳐다봤다.
 조심스럽게 소스가 손끝에서 떨어질세라 혀 끝으로 손의 라인을 따라 훑어 올리고 나서 손가락을 입안에 다 집어넣어 빨아 당긴다. 루피의 그런 행동에 상디는 자기도 모르게 얼굴을 붉히면서 이런 상상을 했다.
 루피가 자신의 그곳을 천천히 핥아 올리는 그 짓을. 그리곤 자신이 왜 이런 상상을 했는지 모르겠는 상디가 급히 루피에게서 손을 빼낸다.

 뭐 하는 짓이야?!”
 , 쩝…….”
 너 방금 뭔 짓을 한 줄은 아는…….”
 ? 뭔 짓? 그보다, 나 이제 먹어도 되지?”

 버럭 화를 내는 상디는 안중에도 없는 루피가 완성이 다된 요리들을 보면서 말한다. 상디는 자기가 너무 과하게 반응하는 건가 싶었다가 이건 루피가 너무 무반응한 것이란 걸 깨닫고는 한숨을 쉬고 먹으라며 손짓을 했다.

 , , !”
 도대체가……, 저런 녀석을 두고 무슨 상상을 했던 거냐.’

 초고속으로 음식을 먹어 치우는 루피를 보면서 상디는 자기가 미쳤는가에 대한 진지한 생각을 했다. 그러다가 루피를 보는데, 하필이면 루피가 기다란 바게트 빵을 입안 한 가득 베어 물고 쭉쭉 빨아먹고-사실은 입안이 가득 차서 빵이 안 떨어지도록 당기고 있었던- 있었다.
 그에 상디는 루피를 보고 잠시 멍을 때리다가 얼굴이 달아오르면서 급히 몸을 돌렸다.

 , 젠장! 루피를 보고 서면 어쩌잔 거냐!’

 상디는 순수하면서도 멍청한 바보 선장을 보면서 서버린 자신의 분신이 원망스러웠다. 그리고 잠시나마 루피가 저 빵 대신에 자신의 것을 물고 있어주길 바란 것에 미칠듯한 흥분감을 얻었다. 루피는 그런 상디의 마음도 모르고 벌써 음식을 다 먹고선 제일 맛있었던 스파게티 그릇을 가지고 상디에게 다가갔다.

 상디! 이것 좀 더 만들어, , ?”

 아무 생각 없이 걸어 나온 루피가 살짝 튀어 나와있는 나무판자에 다리를 걸려 앞으로 몸이 기우뚱거렸다. 뒤를 돌아 서 있던 상디는 루피가 자신을 부르길래 심호흡을 하고 루피를 바라보기 위해 몸을 돌렸다가 그대로 얼굴에 그릇이 떨어졌다.

 …….”
 …….”

 그릇에는 아직 소스가 남아있었던 터라 상디의 얼굴을 따라 소스가 흘러내렸다. 그리고 체크무늬 와이셔츠 위에 살짝 떨어져 축축한 느낌을 주게 만들었다. 루피는 상디를 보면서 눈치를 살피다가 쩝쩝거리며 입맛을 다셨다. 소스가 아깝단 생각이 드는 루피였다.

 …….”

.

 그릇을 손을 잡아 싱크대 위에 올려둔 상디가 감고 있던 눈을 뜨고 루피를 바라봤다. 루피는 상디가 화나 있다는 걸 자각을 하지 못하곤 연신 아깝다는 말을 내뱉으며 천천히 상디에게 다가갔다. 상디는 루피가 다가오길래 머리를 붙잡고 당분간은 밥은 없다며 혼낼 생각이었다.

 !”
 “?!”

 자신의 턱에서 소스가 떨어지길래 급히 입을 턱에다가 가져다 댄 루피의 행동만 아니었다면 말이다.

 , . 역시 아까운데.”

 루피는 아무런 생각 없이 소스가 떨어지면 안 된다는, 정확히는 저 소스들이 자신의 배에 들어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상디의 턱을 핥다가 천천히 위로 올라 뺨에, 콧등에, 입술에, 그러다가 아래로 내려가 체크무늬 와이셔츠 위를 씁 하고 빨았다. 상디는 와이셔츠 하나 차이로 간접적인 애무를 받고 있단 생각에 머리가 터질 것만 같았다.
 특히, 입술이 핥아졌을 때의 상디는 머릿속이 온통 루피를 어떻게 해버리고 싶단 만으로 가득 찼었다.

 상디?”
 ……이거 전부 네 탓이다, 루피.”
 “?”

 상디는 눈살을 찌푸리고선 그대로 루피의 뒤통수를 잡고 끌어당겼다. 상디의 힘에 이끌려오 루피는 지금 이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겠단 눈빛으로 가만히 있었다. 덕분에 한결 쉽게 키스를 할 수 있을 것 같단 생각을 한 상디가 고개를 살짝 돌리고 다른 손으로 루피의 턱을 열어 혀를 집어 넣는다.
 이 와중에 루피는 눈을 감거나 떨어져야 한다는 판단을 못해 가만히 큰눈을 뜨고 상디가 하는 짓을 느꼈다. 상디는 루피가 눈을 안 감으니까 자신도 안 감고 계속 루피의 눈을 바라보며 키스를 했다.
 질척거리는 소리가 들려오니까 그제야 루피가 판단을 하고 상디를 거세게 밀어냈다.

 , , 뭐 하는 짓이야, 상디?!”
 말했지 않나. 전부 네 탓이라고.”
 , 그러니까 그게 무슨……!”

 말할 틈 따윈 주지 않겠어. 상디는 그렇게 되뇌며 루피에게 다가가 입을 막았다. 저항을 할거라 예상을 했기에 상디는 최대한 힘을 주고 루피의 손목을 잡아다 사용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이게 웬걸, 루피는 저항을 할 생각 보다는 지금 상디가 왜 이러는지를 알기 위해 가만히 있었다.
 덕분에 상디는 수월히 루피의 몸을 쓰담으며 목이나 쇄골에 키스 마크를 남겨갔다.
 전부 네 탓이야. 상디는 그렇게 자신에게 죄가 없을 거라 의식하면서 자기 바지의 버클을 열었다.

 루피, 이번엔 소스보다 더 맛있는 걸 주지.”





[사보루]어쩌면 좋을까.

[사보루]어쩌면 좋을까.

ㄴ부제 : 쇠사슬로 묶고, 날개를 부러트리고, 다리를 망가트려 내 곁에 둘까?

ㄴ[원피스/단편/전체 관람가]






 “루피.”

 사보가 나지막이 루피의 뒤에서 이름을 불러본다. 평소의 루피라면 사보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기도 전에 기척을 알아차리고 활짝 웃으며 뒤를 돌아봤겠지만 오늘은 달랐다. 약간의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표정으로 사보를 보며 뒤늦게 웃음을 짓는다.

 “오-, 사보! 벌써 밥 시간 때가 된 거야?”
 “아니, 그전에 네가 간식 먹겠다며 점심 밥 다 먹었잖아?”
 “에? 그랬나?

 잠깐, 그러면 지금 밥이 없다는 거야?! 비명과도 같은 루피의 외침에 사보는 못 말리겠다는 듯이 한 손으로 루피의 머리를 쓰담았다. 사보는 자기의 주머니를 한번 뒤져보고는 고민을 하다가 돈이 왕창 깨지겠지만 루피를 데리고 음식점에 가기로 결심을 했다.

 “루피, 우리 오랜만에 라면 먹으러 갈까?”
 “라면?!”
 “상디가 밥을 만들려면 시간이 꽤 걸릴 것 같으니까……, 그전에 뭐 좀 먹어두자고.”
 “라면, 라면, 라면!”

 눈을 반작이며 입가에 침을 흘리는 루피는 오랜만에 먹을 라면 생각에 길도 모르면서 팔을 쭉 뻗어 저 멀리 있는 큰 돌을 잡았다. 순간, 사보는 뭔가 안 좋은 낌새를 느끼고 루피를 부르려고 했지만 이미 루피의 다른 손이 순식간에 사보의 허리를 감싸고 난 뒤였다.

 “간다!”
 “잠깐, 루ㅍ…….”

†   †   †   †   †

 “주문하시겠습니까?”
 “특대 라면 열 아홉 그릇!”
 “금방 대령하겠습니다!”

탁.

 문을 닫고 나간 종업원을 보면서 루피는 최대한 빨리 저 종업원이 되돌아오기를 바랬다. 그리고는 식탁에 금방이라도 토할 표정을 짓고 있는 사보를 보면서 이상한 걸 보는 마냥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사보, 어디 아파?”
 “……아니다.”

 차마, ‘너 때문이잖아’ 라고 말을 할 수 없었던 사보는 그저 가만히 울렁거리는 속을 진정시켰다. 멀미 같은 것은 별로 가지고 있지 않는 사보였지만 억센 힘으로 갈비뼈를 거의 누르다시피 허리를 감싸고 허공을 빠른 속도로 날아간 것은 별개의 상황이었다.

 “라면, 라면! 빨리 라면 먹고 싶어!”
 “누구 동생 아니랄 까봐 먹는 것에 껌벅 죽네.”
 “그……, 건 사보도 마찬가지잖아!”

 잠시 주춤거리던 루피가 인상을 쓰고 사보에게 역으로 말을 해본다. 그에 사보가 말을 되받아 쳐주려고 했는지 입을 열려다가 밖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가만히 있었다.

 “라면 열 아홉 그릇 대령합니다!”
 “라면이다!”

 대략 일곱 명의 종업원이 각자 세 그릇의 라면을 들고 들어왔다. 루피는 라면을 보면서 한 그릇이 내려지자마자 바로 젓가락으로 라면을 흡수하다시피 먹어댔다. 그러면서 루피는 ‘열 그릇 더!’ 라는 말을 빼먹지 않았다.
 종업원의 눈들이 빛난다.

 “열 그릇 더 달라신다!”
 ‘왕창 깨지겠구먼…….’

 자신의 주머니가 털려나가는 순간을 목격하는 사보의 얼굴에 어두운 빛이 내려온다. 반면에 옆에 있는 루피의 얼굴엔 빛이 광나고 있었다. 사보는 그런 루피를 보면서 ‘그래, 돈이 깨지면 어때. 루피가 좋아하는데’ 라며 웃음을 지어낸다.

 “사모도 머거(사보도 먹어)!”
 “아니, 그전에 벌써 네 그릇 밖에 안 남았어!?”

 재빨리 라면 한 그릇을 집어다가 입으로 처넣는 사보와 또 다시 종업원이 들어와 두고 간 라면을 더욱 빨리 먹어 치우는 루피의 모습은 누가 봐도 형제의 모습이었다. 다만, 사보는 루피와 비슷한 대식가지만 먹는 속도가 루피만큼은 빠르진 않았다.

 “꺼억. 잘 먹었다.”
 “쩝……, 맛있었다.”

 배가 부른 루피가 몸이 노곤해진 것인지 눈이 살짝 풀리고 의자에 등을 기대고 늘어졌다. 그리곤 곧바로 코를 골며 잠에 들었다. 사보 또한 약간 비슷한 상태였지만 그래도 루피보단 적게 먹어서 덜 졸리는지 잠을 자진 않고 의자에서 일어나 방에 있던 창문을 열어 라면 냄새가 빠져나가게 했다.

 “나 참, 여기서 자면 어떡하자는 거야.”

 말은 저렇게 하는 사보지만 속마음은 전혀 다르게 생각하고 있었다. 루피의 자는 모습이 한없이 귀엽기만 하기 때문이었다. 사보는 지금 이 시간이 계속 지속되었다면 좋겠다는 욕심 담긴 말을 삼킨다.

 “……그나저나.”

 한껏 애정을 담아 루피를 바라보던 사보의 표정이 점차 굳어져갔다. 루피의 동료들이나 사보나 직접적으로 말을 꺼내진 않았지만 다들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알고 있기에 다들 루피에게 말을 거는 걸 꺼려했다. 그리고 루피 또한 말을 하길 거부하는 분위기를 냈었다.
 하지만 형제인 사보에게만큼은 거부하기가 그랬는지 이렇게 같이 있는 것이었다.
 혹은 사보이기에 이렇게 맘을 풀고 있는 것일 수도 있고.

 “에이스…….”

 조심스럽게 에이스의 이름을 내뱉으니까 루피가 그에 반응하여 움찔거리며 코골던걸 멈추었다. 하지만 눈은 뜨지 않았기에 사보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오늘은 루피와 사보 자신에게 아주 특별한 날이다. 앞서 말했기를, 루피의 동료나 사보가 알곤 있지만 직접적으로 말을 꺼내지 않는 오늘.
 에이스의 기일(忌日).

 “어찌 이 어린 동생을 두고 가버린 거냐…….”

 에이스가 원해서 루피를 두고 먼저 하늘로 간 게 아니란 걸 알고 있는 사보지만 가끔 루피가 기력이 없는 모습을 보이거나 멍을 때리고 있을 때 보면 에이스의 부재가 너무나 마음이 아파왔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에이스를 향한 분노와 질투도 솟아 올라 원망을 했었다.

 “……루피.”

 창문 근처에 서 있던 사보가 루피의 의자 뒤에 서서 가만히 루피를 내려다 보았다. 루피의 까만 머리카락을 쓰담으려는 듯 손을 뻗다가 주춤거리고선 손을 내린다. 그 다음엔 무언가 말을 하려는 듯 입을 우물거리다가 입술을 깨물고선 인상을 팍 썼다.
 사보는 지금 이상한 감정에 휩싸여 어떻게 판단을 해야 할지 모르고 있었다.

 “만약……, 내가 거기에 있었으면. 상황이 달라졌을까?”

 정상결전-혹은 정상전쟁이라 불리는- 때에 자신이 그곳에 있었더라면 조금이라도 에이스가 살 희망이 있지 않았을까, 에이스가 붙잡혔단 소식을 알고도 가지 않았던 자신의 행동이 이런 결과를 만든 것은 아닐까.
만약, 자신이 그곳에서.

 “대신 죽었더라면……, 넌 괜찮지 않았을까?”

 힘겹게 말을 꺼낸 사보는 혹시나 루피가 들을 까봐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사보 본인은 가끔 루피를 보면 이런 생각을 주로 하곤 했다. 루피는 에이스를 절대 잊지 못하고 에이스에게 묶여서 살 것이라고. 티는 내지 않겠지만 매일 밤 남들 몰래 눈물을 삼키며 꿈속에서 에이스를 만나 그와 얘기하며 즐겁게 떠들 것이라고.
 그리고 이런 생각을 하는 이유는 사보가 에이스에게 질투를 느껴 나타나는 것이었다.

 “매번 멍 때리는 횟수가 늘 때마다…….”
 ‘네가 에이스를 생각할 때마다.’
 “내 마음을 몰라줄 때마다…….”
 ‘옆에 있는 난 생각하지 않을 때마다.’

 말을 하면서 사보는 자기가 주먹에 힘을 주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지 못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감정이 조금씩 격해지니까 사보의 주먹에서 금방 조그마한 불길이 일어났다. 그걸 느낀 사보는 불을 보고서 끄려다가 왠지 모르게 자신이 에이스와 같은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에 분노를 느꼈다.
 에이스와 별반 다른 것이 없는 자신인데, 왜 루피는 날 봐주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머릿속에 든 것이다.

 “내 자신이 너무 짜증나.”

 가만히 루피를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자신에게, 형제인 에이스에게-그것도 죽어버린- 분노를 느끼는 자신에게 사보는 눈물밖에 나지 않았다. 자신에 대한 경멸과 죄책감, 후회, 슬픔, 외로움, 등등 수많은 감정이 뒤섞여 엉망이 되어간다.
 제 앞에 있는 천사를 코앞에 두고도 잡지를 못하니, 답답함도 느낄 것이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제 앞에서 사라지지 못하도록 쇠사슬로 묶고, 날지 못하게 날개를 부러트리고, 걷지도 못하게 다리를 망가트리고픈 감정에 휩싸일 것이다.

 “내가 널 어쩌면 좋을까, 루피.”

 사보의 눈물이 흘러 루피의 뺨에 닿는다. 차가운 무언가가 얼굴에 몇 방울 떨어져서 그런지 루피는 잠에서 깨어났다. 그리고 눈을 뜨자마자 울고 있는 사보를 보고선 큰눈을 뜨다가 뒤에서 느껴지는 뜨거운 열기에 사보가 이상하단 걸 눈치챘다.

 “사보?”
 “……루피.”

 곧은 눈동자 안에 비치는 자신의 불타는 모습에 사보가 급히 불을 끈다. 만약 사보가 루피의 눈에서 자신의 모습을 보지 못했더라면 그대로 가게와 함께 루피랑 같이 불타 죽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왜 그래? 왜 울어?”
 “루피…….”

 걱정스런 표정으로 자신을 살피는 루피를 보면서 사보는 조심스레 손을 뻗는다.

 “?”
 “……루피.”

 처음엔 머리만 쓰담다가 손을 내려 이번엔 뺨을 만져본다. 그러면서 사보는 무심코 루피에게 ‘내가 대신 죽었으면 더 좋았텐데.’ 란 말을 내뱉고 만다. 루피는 사보의 말을 듣고 화가 끝까지 난 얼굴로 사보의 손을 탁 잡는다.

 “그런 소리 하지…….”
 “그럼 이제 그만 날 좀 봐주라.”

 헛웃음을 지으며 뱉은 사보의 말에 루피가 화를 내다가도 말고 주춤하며 사보의 손을 잡고 있는 자신의 손에 힘을 푼다. 사보는 루피에게 잡혀있지 않는 다른 손으로 루피의 얼굴을 만졌다. 처음엔 눈 밑의 흉터를, 다음엔 콧대를, 이윽고 입술을.

 “어쩌면 좋을까.”

 꽤나 당황한 루피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사보가 하는 행동을 가만히 놔두고 있었다. 사보는 루피에게 잡힌 손에 힘을 주어 루피의 가슴 쪽으로 손을 옮긴다. 루피의 손이 힘없이 따라간다.

 “내 곁에서 떨어지지 않게 묶어둘까.”

 가슴에 있던 손이 이번에는 루피의 한쪽 팔을 매만진다.

 “날아가지 못하도록 이 팔을 부러트릴까.”

 한쪽 무릎을 꿇으면서 팔을 매만지던 손을 다리로 옮겼다.

 “나에게만 의지하도록 다리를 망가트릴까.”

 루피의 다리를 만지는 사보의 손길을 몹시 나도 위협적이면서 매혹적이고, 아슬아슬했다. 지금의 사보는 거의 정신이 반쯤 나간 상태였다. 어떤 행동을 할지 예상이 불가능하고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과도 비슷했다.
 그래서 루피도 선뜻 사보에게 무어라 말을 걸 수 없었다.

 “루피, 나의 동생 루피.”

 사보가 루피의 손을 당겨 손등에 키스를 남겼다. 루피가 움찔하니까 사보는 루피의 손가락 끝을 잘근 물었다가 루피의 손을 자신의 뺨을 만지도록 바꿔 천천히 일어섰다.

 “어리고 어린 나의 천사, 루피.”

 자신 때문에 두려움에 떨고 있는 루피를 보면서 사보는 묘한 쾌감을 느꼈다. 왜 이렇게 마음이 변질되었는진 모르겠지만, 사보는 이대로도 좋을 것 같단 생각을 했다.
 그래서 얼굴을 숙여 키스를 했다.
 짙은 키스 후에는 루피에게 이 말을 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사랑해.”





2015년 11월 3일 화요일

[에이루]난 여기 있는데……

[에이루]난 여기 있는데…….

ㄴ부제 : 보고 싶어, 만지고 싶어, 마주치고 싶어.

ㄴ[원피스/단편/전체 연령가]






 시간은 흘러서 벌써 몇 년이 지났다. 밀짚모자 해적단의 선장 루피는 어느새 든든한 동맹 해적을 여러 두었고, 그 중에서 당연 뽑히는 동맹 해적이라면 '하트 해적단' '키드 해적단' 이다. 같은 D를 이은 하트 해적단의 트라팔가 로우와는 1주일에 한번 꼴로 자주 만날 정도로 꽤나 친해져 있는 상태였다. 그리고 지금도 밀짚모자 해적단의 배 갑판에는 로우가 와서 루피와 얘기를 나누는 중이었다.

 “최근에 아카이누와 단 둘이 만났다고 들었다, 밀짚모자야.”
 “…….”
 “둘이서 무슨 얘기를 나눈 거지?”

 상디나 조로도 모르는 일인데 어떻게 안거지, 하고 루피는 생각한다. 그리고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시싯하고 웃으며 그런 적 없다고 자연스레 거짓말을 쳐본다. 하지만 로우는 루피가 아카이누와 관련된 무슨 말이든 생각을 할 때마다 표정이 굳어지고 주먹에 힘이 들어간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얼마나 세게 쥐었는지, 손에 핏기가 사라져가는 루피의 손을 보면서 로우는 한숨을 쉰다.

 아무 말 않겠다면야 말하지 않겠다. 하지만.”
 “…….”
 밀짚모자야. 그렇게 계속 참고 숨기고 한다고 한들 참아지고 숨겨지진 않는다.”

 로우는 루피의 성격을 잘 알기에 충고를 해주었다. 물론, 이렇게 말한다고 한들 루피가 지금 가지고 있는 생각-무슨 생각인지는 로우는 모르지만-을 바꾸거나 달리 할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로우는 그저 제발 아무런 일 없기를 바랄 뿐이다.

 여어-, 거기 선장 두 명. 빨리 안 오면 디저트는 없다고-?”
 , . 금방 가도록 하지.”

 밑에서 들려오는 상디 외침에 로우는 뒤를 돌아서 루피를 남겨두고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계단을 내려가려는 때에 잠시 고개만 돌려 루피에게 뭣 하면 해적선을 빌려주지. 내 방은 알 테지?’ 라며 루피에게 배려를 해주었다.
 루피는 로우가 자신의 방을 빌려준 것에 대해서 고마움과 동시에 참고 있던 것이 울컥 튀어나오는 것 같아서 헛웃음을 내뱉는다.

 에ㅇ……, .”

 우물쭈물 하다가 결국에는 내뱉지 못하는 그의 이름을 머릿속으로 되뇌며 루피는 입술을 잘근잘근 씹는다. 눈물이 금방이라도 흐를 것만 같은 모습을 하던 루피는 조심스레 자신의 중요한 밀짚모자를 잠시 갑판의 아무데나 묶어두고 허리춤에 있는 두툼한 가방에서 무언가를 거낸다.

 끄윽, .”

 자신에게 있는 유일한 마지막 유품. 열매는 형인 사보가 먹어서 없어졌고, 모자나 목걸이는 그의 묘지에 두고 왔다. 목걸이와 이 칼 중에서 하나를 골라야 했을 때 루피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칼을 선택했었다.

 으우…….”

 울지 않겠다고 스스로와 약속을 했지만 루피는 결국에 눈물을 주륵 흘러 보낸다. 급히 손으로 닦아 보지만 닦으면 닦을수록 계속해서 흐르는 눈물에 누가 볼세라 급히 자신의 해적선 옆에 있는 로우의 해적선으로 뛰어 내린다. 로우를 포함해서 하트 해적단의 모든 단원들은 지금 자신의 해적선에서 상디의 디저트를 먹고 있다.
 루피는 익숙하게 문을 열고 들어가 로우의 방 안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서 그제야 펑펑 울기 시작한다.

 에이, ……. ……, . 으윽. 흐으…….”

 그의 칼을 두 손으로 꽉 쥐며 울먹이는 루피의 모습은 그 유명한 밀짚모자 해적단의 루피가 아니었다. 보이는 그대로 말하자면 사랑하는 이를 잃은 사람울고 있는 어린 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어 더없이 안타까웠다.

 일대일 만남이라니. 무슨 생각이지?’
 ‘……부탁이 있다.’
 부탁? 그 유명한 해적의 부탁이라. 그것도 네 형을 죽인 해군에게 말이야.’
 ‘…….’
 그래, 무슨 부탁이지?’
 ‘……똑같이. 에이스와 똑같이 날 죽여줘.’

 루피는 지난번에 만나 얘기한 아카이누와의 대화가 생각나서 더욱 슬퍼졌다.
 에이스가 죽어버렸어. 참아, 몇 년간 잘 참아왔잖아. 형인 에이스가 죽어버렸어. 아직 사보가 남아 있잖아.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죽어버렸어. ……. 더 이상 버티질 못하겠어, 나 어떻게 하면 좋아, 에이스.

 그냥, 이대로……, 죽었으면…….”

스릉.

 꽉 쥐고 있던 에이스의 칼을 뽑아 든 루피는 계속해서 머릿속으로 생각을 했다. 이러면 에이스가 싫어할 거라고, 스스로 죽을 바에 에이스와 똑 같은 방법으로 죽으라고, 그래서 아카이누에게 부탁한 거 아니냐고, 잠시나마 그와의 같은 순간에 있을 수 있으니까.

 “……에이, .”

 루피는 조심스레 칼을 쥐고 정확하게 자신의 심장을 겨냥해서 손을 높이 들어올렸다. 눈을 감고 죽음을 기다리는 그의 머릿속에서 살자란 말은 에이스가 죽은 뒤로 없어졌기에 죽음 따윈 무섭지 않나 보다.

.

 그렇게, 루피의 손에 있던 에이스의 칼이 금방이라도 루피의 살을 찢고 심장을 향해 들어가려 할 때에, 루피는 갑자기 행동을 멈췄다.

 ……, ……, 난 못해…….”

 손에서 칼을 떨군 루피는 떨리는 두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감싸 바닥에 고개를 박고 울었다. 죽으려고 마음을 먹고 칼을 당겼지만 갑작스레 머릿속을 지나간 에이스의 울지 말란 모습에 그만 망설이고 만 것이었다.

 에이, ……, 우으윽. 에이스……, 보고 싶어, 에이스…….”

 루피의 눈물은 어느새 바닥에 조금씩 고일 정도로 많이 흘러내렸다. 루피는 도저히 멈춰지지 않는 눈물에 더욱 감정이 고조되어 힘껏 소리 내어 울어본다.

 에이스으, 흐어어엉, 에이스, 으우윽, 왜 나 두고……, 날 두고…….”

 끝말을 잇지 못하는 루피의 모습은 처절하고도, 사무친 그리움을 단번에 알 정도로 드러나 있었다. 아마 이렇게 울다가 잠이 들면 로우는 루피를 위해 루피의 동료들에게 잠시 하루 동안은 자기 해적선에서 놀겠다며 변명을 하고 도와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다음날의 루피는 씁쓸한 웃음을 한번 짓곤 언제 그랬냐는 듯 자기 동료들에게 달려가 환히 웃을 것이다.

 에이스…….”

 시간이 지나고 너무 울어서 쓸어진 루피가 로우의 방 안에 있던 긴 거울에 비추어졌다. 그리고 그 거울 안에서 루피의 옆에 어떤 희미한 형태가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게 보여졌다. 자세히 봐야 알 수 있는, 희미한 형태의 주인공은 루피의 형이자 사랑하던 이인 포트거스 D 에이스. 바로 그였다.

 ‘……루피.’

 루피도 그 누구도 몰랐던 사실이지만, 에이스는 자신이 죽은 뒤로 단 한번도 루피의 곁을 떠난 적이 없었다. 자기 때문에 정신 나갔을 때에도, 칠무해를 상대할 때에도, 가끔 동료들 몰래 눈물을 훌쩍일 때에도, 에이스는 루피의 곁에 있었다.

 난 볼 수도 있고……, 만질 수도 있고……, 네 눈도 마주할 수 있는데……. 왜 넌 모를까?’

스윽.

 에이스는 자신의 손으로 루피의 뺨을 쓰담는다. 하지만 루피는 전혀 에이스의 손길을 느끼지 못했다. 지금껏 에이스는 수많은 시도를 해서, 루피를 만져보고 그의 앞에 서서 마주보고 체취를 맡아보았지만. 정작 루피 본인은 전혀 그걸 느끼지 못했다.
 아무것도 안 느껴지는 마냥.

 루피.’
 “…….”
 보고 싶어.’
 “…….”
 만지고 싶어.’
 “…….”
 네 눈과 마주치고 싶어.’

 루피와 마찬가지로 에이스 또한 눈물을 흘려 보낸다. 죽은 후 눈물을 흘릴 수 있다는 것에 에이스는 한편으로 신기함을 느끼지만, 그와 동시에 눈물을 흘리기에 또 느껴지는 슬픔에 좌절을 한다.

 루피…….’
 “…….”
 날 좀 알아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