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보루]합리화
ㄴ부제 : 이건 전부, 루피 탓이야.
ㄴ[원피스/단편/18금]
“이봐, 보스.”
“응?”
퍽.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거냐.”
“아, 아-.”
퍼억, 퍽!
아무 짓도 안 하는 것마냥 무심한 표정으로 바닥에 기절해 있는 사람을 연신 발로 까는 것을 보다 못한 밀짚마피아 단의 오른팔인 조로가 보스인 루피를 말렸다. 이미 루피의 구두는 피로 인해 끝이 질척해져 있었고, 루피의 흰 양말은 윗부분이 이미 붉게 물든지 오래되었다.
“슬슬, 심심해지긴 했어.”
“…….”
“조로, 상디 좀 불러줘.”
품 안에 손을 넣어서 양복 자켓의 주머니에서 작을 칼을 꺼내 든 루피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활짝 웃으면서 조로를 향해 고개를 돌리곤 그대로 칼을 바닥에 기절해 있는 사람을 향해 찍어 내렸다.
푸욱, 하며 칼이 깊숙하게 들어가니까 기절해 있던 사람이 반응을 보이며 힘도 안 드는 손으로 루피의 손을 잡고 부들부들 떨었다.
“……이게.”
“커헉, 흐으…….”
“감히…….”
“루피! 진정하…….”
“끄아아악! 아악!”
찌지직.
불안한 낌새를 느낀 조로가 다급히 루피에게 다가가 말려보려고 하지만 이미 기차는 지나갔다. 더러운 손으로 자신을 만졌다고 생각한 루피는 그대로 칼을 배에 쑤셔 넣은 채로 가슴팍을 질러 목구멍까지 끌어 당겨서 찢어 버린 것이다.
딱 봐도 역함이 올라오는 장면이었지만 루피의 곁에 오랫동안 있었던 덕에 조로는 인상만 찌푸릴 뿐, 토하고 싶다거나 눈을 돌리진 않았다.
“더러워 졌잖아, 쓰레기야.”
퍽!
이미 죽어버린 시체에 발길질을 한 루피는 뒤를 돌아서 인상을 쓰고 있는 조로에게 시체를 어항에 던지라고 했다. 밀짚마피아 단의 어항이라고 하면 뒷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이야깃거리 중 하나인데, 이는 루피가 자신이 만든 시체를 밖으로 나가서까지 처리하기 귀찮다고 비싼 돈을 주고 사온 식인용 피라니아 서른 마리 이상을 어항에 넣어 두고 피라니아들에게 시체를 던져 흔적도 없게 만드는 것이었다.
뒷세계에서는 가장 죽기 싫은 방법 중 TOP1에 든다. 루피가 피라니아를 길들여서-어떻게 길들였는진 아직도 알려지지 않았다- 호루라기만 불면 먹다가도 다들 먹는 걸 멈추기에 살아있는 상태로 어항에 들어가면 살이 계속해서 먹히며 천천히 죽어가는 것이니, 당연하다.
“조로.”
“왜.”
“그는 어디에 있지?”
“이미 네 방에 뒀다.”
“응, 알겠어!”
방금 전에 사람 하나를 아무 거리낌없이 죽였던 사람이 이번에는 순진한 어린 아이처럼 베시시 웃어 보인다. 이때만큼은 조로도 루피를 아이처럼 보게 되어 저도 모르게 같이 웃으며 머리를 쓰담아 준다. 어쩌면 이러한 면 때문에 조로가 루피를 떠나가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1시간 뒤에 회의니까 늦지 않도록 하고.”
“응.”
“제대로 옷 갈아입고.”
“응.”
“대답만 하지 말고.”
“응!”
조로는 계속 ‘응’ 이란 대답만 하는 루피를 보면서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남들이라면 계속 같은 대답을 하는 걸 보고 잔소리라도 할 텐데, 조로는 루피와 같이 약간의 무식함이 있어서 잔소리란 개념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웃긴 건, 이 약간의 무식함이 루피가 더 많은 것이 아니라 조로가 더 많다는 것이다.
어떤 놈이 적진을 때리는 와중에 아군이 자기가 때리던 놈 스틸했다고 쥐어 패버릴까.
“가라.”
“상디 부르는 거 잊지마!”
어두컴컴한 창고를 나온 루피는 어디 소풍이라도 가는 고등학생마냥 휘파람을 불면서 자기 방으로 갔다. 이윽고 방문 앞에 선 루피는 비밀번호를 누르고 띠리릭 소리와 함께 방에 들어갔다. 불이 꺼져 있어서 아까 전 그 창고 안과 다름없이 앞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루피는 상관치 않고 신발을 벗는다.
“사보-, 나왔어.”
루피는 금세 어둠에 익숙해져서 침대 쪽으로 다가가 이불로 몸을 가려 웅크려 있는 자신의 형에게 다가가 손을 뻗었다. 그러다가 문득, 아까 전에 자신의 손을 붙잡던 놈이 생각나서 깜짝 놀라 다급히 아차차, 하고 침대로 향하던 발길을 멈췄다.
안되지, 안돼. 깨끗해야 사보가 좋아할 거 아니야? 루피는 그렇게 생각하곤 욕실로 들어갔다.
“…….”
루피가 욕실에 들어가고 난 후, 욕실에서 물소리가 한참 동안 들려오고 나니 그제야 침대에 웅크리고 있었던 사보가 반응을 하여 이불을 비집고 나왔다.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사보는 아슬아슬하게 얇은 이불로 자기 몸을 감사고 침대에서 내려왔다.
원래는 도망갈 위험이 있다고 루피가 사보의 발을 침대에 묶어 놨었는데 사보가 아프다고 한 말 때문에 결국 사보에게 못 이겨 묶은 걸 풀어줬던 루피였다.
솨아아.
소리가 나지 않게 발걸음을 옮기는 사보의 모습은 흡사, 고양이와도 닮아 보였지만 푸석푸석해진 그의 금발과 생기를 잃은 눈동자는 죽은 사람의 그것과도 닮아있었다. 자신의 동생인 루피에게 감금을 당한지 언 두 달이 다 되가는 시점이다.
그리고 루피의 방에서 도망칠 수 있는, 문고리만 돌리면 바로 나갈 수 있는 그런 시점이기도 했다.
철컥.
“…….”
긴장감으로 손에는 땀이 뻘뻘 나고 있지만 사보는 문고리를 돌려서 천천히,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보통 비밀번호 문은 안쪽에서 버튼을 누르고 삐리릭 소리가 나야 열리지만 루피는 버튼 누를 세가 어디에 있냐고-정확히는 귀찮아서- 하면서 버튼을 때버렸었다.
그런데 그런 그의 선택이 지금은 자신의 가장 소중한 사람이 자신의 품에서 벗어나려는 결과를 맞이해 주었다.
끼이익.
“내가 가두도록 둘 것 같아, 사보?”
“!!!”
뒤에서 들려온 화난 목소리에 사보는 확인이고 뭐고 재빨리 문을 벌컥 열고 앞을 향해 뛰어나갔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들 도망칠 수 있는 게 아니다. 어두컴컴한 곳에 있다가 갑자기 빛을 받았으니, 절로 눈이 감겨지면서 주춤거리는 게 당연한 것. 그리고 그 틈을 타서 루피가 사보의 허리를 잡고 끌어 당겨 방 안으로 데리고 들어온다.
“이거, 놔!”
“안돼. 도망칠 거잖아.”
사보가 187cm이고 루피는 174cm여서 10cm 이상이나 차이가 나지만 온갖 일을 다 당하면서 죽을 뻔한 일이 수없이 많았던 루피의 경험과 힘의 차이로 사보는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루피의 손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결국, 사보는 침대로 다시 돌아오게 되었고 방금 전의 행동으로 인해서 화가 난 루피를 상대해야 했다.
“사보.”
“윽!”
“도망 갈려고 했어? 왜?”
루피는 사보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침대에 눕히고 그 위에 올라탔다. 여기서 문제는, 루피는 수건 하나로 허리춤을 아슬아슬하게 가리고 있고 사보는 알몸이라는 것이었다. 이런 묘한 상황에 화가 난 루피의 목소리에 그간 갈굼을 당했던 사보가 반응을 해버렸다.
루피는 체중을 실어 사보의 중심을 꾹 눌렀다. 그리고 천천히 손으로 사보의 가슴팍과 옆구리를 지나갔다.
“사보.”
“루, 루피……, 제발.”
“사보…….”
오늘도 루피는 사보의 목덜미에 고개를 박고 냄새를 맡으며 쇄골 부분을 잘근잘근 씹었다. 화가 나서 그런지 평소보다 조금 더 강하게 무는 바람에 사보는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시간이 지나고, 사보의 온몸에 키스마크를 남기던 루피가 돌연 행동을 멈추곤 사보의 허리를 끌어안고 어깨를 들썩이기 시작했다.
“사보……, 사보……, 으윽.”
또 다. 또 같은 상황이 반복되고 있어. 사보는 자신을 끌어안고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는 루피를 보면서 자신의 마음 한구석이 아련해 지는 걸 느꼈다.
자신을 감금하여 밖에 나가지도 못하게 만들고, 억지로 자신에게 흥분제를 먹이고 루피 자신은 스스로 최음제를 먹어 관계(섹스)를 하게 만들지 않나, 어쩌다 누군가와 얘기를 나누게 되면 그 상대가 자신의 부하라고 할지라도 죽여버리는 루피에게 피로함과 분노, 경멸을 하는 사보지만.
지금처럼 이렇게 자신의 앞에서만 울고 한없이 작아져서 사라질 것만 같은 상황에는 저도 모르게 루피를 꼭 안아 달래 주고픈 감정을, 사보는 느꼈다.
“가지마……, 사보는 가지마……, 제발…….”
“…….”
“내, 내가……, 흐으……, 이렇게 빌 테니까, 제발……. 도망가지마.”
“루ㅍ…….”
“죽어버릴 것 같으니까.”
돌연 태도를 바꾼 루피는 거칠게 사보에게 키스를 했다. 그리고 손을 뻗어 사보의 중심을 잡아 흔들며 흥분을 유도했다. 사보도 남자인지라 흔들면 반응을 하는 것이 당연지사, 자신의 상태에 치욕을 느낀 사보는 인상을 찌푸리고 루피의 입술을 세게 깨물려는데 용케도 사보의 의도를 안 루피가 입술을 떼곤 씨익 웃어 보인다.
“사보, 이번에는 도와주지 않을 거야. 알겠지?”
“크윽, 루피!”
도와주지 않는다는 게 무슨 뜻일지 생각을 하던 사보는 루피가 스스로 에널을 넓혀 그대로 자신의 것을 삼키는 걸 보곤 경악을 했다. 도와주지 않는다는 게, 설마하니 흥분제를 안 주고 제정신인 상태에서 자신이 움직이게 한다는 뜻일 줄은 몰랐던 것이다.
반면 루피는 이미 흥분감이 정점을 찍어서 끝까지 사보의 것을 삼키고 기쁨의 신음을 내쉬었다. 그 모습이 얼마나 섹시한지, 강제적인 상황에서도 사보의 얼굴이 붉어졌다.
“하, 으읏! 하으, 윽!”
“그만, 루피, 제발……, 큭.”
자신의 위에 올라타서 스스로 움직이며 흥분감에 차 있는 동생을 제정신으로 보고 있자 하니, 사보는 미칠 지경이었다. 흥분제를 먹었을 때가 나으면 나았지, 안 좋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보, 하, 으응, 사……, 보!”
“젠……, 장!”
루피가 스스로 올라타 허리 운동을 하곤 있어도 절정까지 가진 못할 것이다. 쾌락에 약한 루피가 스스로 움직여서 절정까지 가는 일은 당연히 무리이다. 사람이란 쾌락의 앞에서는 한없이 약해지기에 누군가가 강제로 끝을 보이게 하지 않는 이상, 루피는 절정에 가까워질수록 쾌락 앞에 쓰러져 계속 같은 구간만을 반복적으로 맴돌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사보에게도 적용이 되는 얘기다. 사보 자신은 모르고 있지만, 흥분제라는 것은 단지 흥분만 시켜줄 뿐이지 그 다음의 행동은 전부 본인의 의사로 일어나는 것이다.
털썩.
“하읏, 기분이, 하악!”
“이럴 수는, 흐윽!”
이제껏 사보는 루피와 관계(섹스)를 맺을 때마다 스스로를 속여왔다. 자신이 이렇게 된 것은 루피가 먹인 흥분제 때문이다, 라고 스스로를 합리화 시켜서 자신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믿게 하는 자기 방어.
그렇기에 사보는 루피에게 아무런 마음이 없다고, 루피와의 관계(섹스)가 좋지 않다고 생각을 했다.
“아응, 사, 사보, 하으…….”
“하아, 루피……, 루피…….”
루피의 행동으로 인해 더 이상 참지 못하게 된 사보는 루피를 눕히고 스스로가 지옥에 빠져들었다. 뒤로 물러나지 않도록 골반을 잡아 거칠게 박아대는 사보의 움직임에 루피는 거의 반쯤 정신이 나갈 지경이었고, 사보는 자신의 합리화가 무너짐과 동시에 인정을 하고 나니까 더욱 크게 몰려오는 쾌락에 동공이 풀린 채 루피 범할 뿐.
“사보, 이제……, 아아! 하으으읏!”
“크윽, 루피!”
루피와 사보는 동시에 절정에 다다랐다. 한동안 루피의 안에 자신의 분신을 박고 나올 줄을 몰랐던 사보는 가쁜 숨을 고르며 한쪽으론 침을 흘리고 흥분에 겨워 제 몸을 겨누지 못하는 루피를 보고 그제야 자신이 스스로 루피를 이렇게 만든 걸 자각했다.
그리고 사보는 그렇게 무너져 내렸다, 고 생각이 들겠지만.
퍽.
“히잇?!
“아직……, 아직이야.”
예상외로, 사보는 무너져 내리지 않았다. 대신에 금이 가버린 상태를 복구하기 위해서 또다시 스스로 자기 합리화를 하고 있을 뿐이었다. 이번에는 조금 이상하게 합리화를 하게 되었지만 말이다.
‘이건 전부, 루피가 날 이렇게 만들어 놔서 그래.’
“잠까……, 아윽, 어떻게……, 하응.”
‘루피가 유혹해서 그런 거라고.’
“너무, 으응, 아앗……, 너무 좋아.”
‘전부, 루피가……, 루피가…….’
“사보오-.”
‘자신에게 빠져들게 만든 탓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