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져스/토니]I'm warning. Stay away from my sir, or my boss.
ㄴ네이버 블로그 DM(sho_125)님이 쓰신 썰을 기반으로 적었습니다!!!
ㄴ음, 커플링이라고 말할 수 있다면야... 아마, '자비스토니프라이데이' 가 되지 않을까요!..
ㄴ썰 너무 감사합니다, DM니뮤ㅠㅠㅠㅠㅠㅠㅠㅠㅠ
[경고합니다, 나타샤 로마노프. 경고합니다.]
“프라이데이, 잠깐 그를 만나게 해줘.”
[위험 등급 1등급, Boss께 가는 걸 원치 않습니다.]
“하아…….”
어 김없이 열리지 않는 문을 보며 나타샤는 한숨을 쉬었다. 이걸로 벌써 몇 달째던가, 석 달째지 아마. 오늘도 토니 스타크는 어벤져스로서 활동을 하지 않았다. 근처에서 빌런들이 떼로 나타나 사람들을 위협하고 있건만, 스타크 타워에선 아이언 맨 한기도 보내주지 않았다.
“그에게 이 말 좀 전해줄래? 그럴 거면 차라리 쉴드나 어벤져스를 나가라고.”
도도히, 그러면서도 위협적으로 뒤를 돌아 스타크 타워를 빠져나가는 나타샤의 모습을 커다란 TV 화면으로 보고 있던 토니는 습관적으로 인상을 쓰며 떨리는 손으로 녹즙이 담긴 컵을 잡았다.
“……프라이데이.”
[데이터의 기본적인 구축은 이미 끝났고 프로그램만 백업하면 됩니다, Boss.]
“최대한 빨리, 부탁하지.”
삑.
‘네! 지금 바로 헐크가 빌런들의 무리 속에 들어가 시선을 끌어-,’
삐빅.
TV를 다른 곳으로 돌리자마자 나오는 전투 소식에 토니는 신경질적으로 화면을 껐다.
내가 지금 몇 일째 악몽에 시달리고 있더라……. 103일째 입니다, Boss. 이제는 머릿속으로 생각한 게 입 밖으로 툭툭 튀어나오기 시작한다.
“……프라이데이, 밖에 상황이 심각한가?”
[어벤져스와 쉴드의 요원들이 곳곳에서 나타나 빌런들을 처리하고 있지만, 물량에서 밀려 얼마 가지 않아 패배할 것입니다.]
“아이언 맨이 나간다면?”
[현재 구동 가능한 아이언 맨 시리즈는 총 47기 입니다. 계산 결과, 8기만 보내도 빌런들의 진압이 가능합니다.]
얼마 남지 않은 녹즙을 한번에 다 마시고 천천히 유리창에 다가간 토니는 불현듯 떠오르는 악몽의 기억에 본능적으로 유리창에서 두세 걸음 떨어졌다. 젠장, 빌어먹을 트라우마.
[아이언 맨 슈트를 입고 나가시는 걸 추천하지 않습니다, Boss.]
“언제까지 트라우마에 살고 있을 순 없어, 프라이데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꼭 지금 이여야 할 필요가 없습니다. 아까 전에 나타샤 로마노프의 모습을 잠깐 본 것만으로 Boss의 심장 박동수가 급히 올라가는 것이 체크되었습니다.]
토 니는 프라이데이의 말을 들으면서 머릿속으로 ‘그래, 나가지마. 그냥 아이언 맨만 보내자고’ 라며 저도 모르게 수긍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그의 눈길에 작업실로 내려가는 계단이 보였고, 습관적으로 그 계단을 타고 내려간 토니는 시간이 조금 지나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쯧.”
정신을 차리고 보인 것은, 부숴져 있는 세 명의 아이언 맨이었다.
마스크가 뜯겨져 나가고 곳곳에 금과 스크래치가 난 아이언 맨, 성한 곳이 없이 부숴진 아이언맨, 아크 원자로 부분이 처참히 깨진 아이언 맨까지.
이 세 개의 아이언 맨들을 보면서 토니는 또 다시 떠오르는 악몽에 치를 떨었다. 이까짓 게 뭐라고 지금 내가……. 마음 같아서는 그냥 당장에라도 아이언 맨을 입고 밖에 나가 빌런들을 물리치고 싶었지만, 토니는 그럴 수가 없었다.
[다시 한번 말씀 드립니다, 아이언 맨 슈트를 입고 나가시는 걸 추천하지 않습니다, Boss.]
“프라이데이, 만약 내가 네 말을 무시하고 나간다면……. 그래도 말릴 건가?”
[본, AI프라이데이는 Boss의 명령을 따릅니다.]
그런 꼼수는 쓰지 말라고, 프라이데이……. 은근 슬쩍 말 속에 ‘명령’ 이란 말을 집어 넣어 자신의 트라우마를 건드리는 프라이데이를 보며 토니는 웃음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학습 능력이 너무 뛰어나도 문제라니까-.
“얼마 만인지 모르겠네.”
자 기 앞에 있는 아이언 맨들을 보며 중얼거린다. 트라우마로 인해 아이언 맨을 입고 나갈 수가 없었지만, 그렇다고 만드는 것을 멈추는 건 아니었다. 최신 기능을 항상 업데이트 하여 언제라도 최상의 조건으로 나갈 수 있도록 모든 준비를 끝내는 것이 석 달간 그가 한 짓.
“지금 당장 빌런 무리들의 특성을 파악해.”
[이미 정보 파악을 끝내놨습니다, Boss.]
“오-, Sweety. 이미 다 끝내 놨으면서도 그런 거였어?”
허공을 향해 눈을 찡긋하며 프라이데이에게 말을 거는 토니의 모습은 예전과 똑같았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면서 프라이데이는 묵묵히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중앙에 빌런들의 정보와 현재 상황을 보여준다.
[대부분의 빌런은 거의 같은 능력을 사용합니다. 그렇다고 능력자들이 많지는 않아요.]
“저거 어디서 많이 본 복장들이야, 프라이데이.”
[하이드라입니다, Boss. 빌런 무리에 하이드라가 섞여 있어 꽤나 심각한 상황입니다.]
“그래서 로마노프가 나한테 도움을 요청한 건가? 좋아, 그럼 그 요청을 들어줘 보자고.”
짝, 짝.
가볍게 박수를 두 번 치자, 컬렉션처럼 진열이 되어 있던 아이언 맨 슈트들 중 하나가 그에게 날아왔다. 인식 팔찌가 아닌 몸 속에 칩을 박아둬서 아이언 맨 슈트는 아주 빠르고 안전하게 입혀졌다.
기이잉.
팔과 다리를 움직이면서 들리는 무척이나 익숙한 소리가 들려온다. 문득, 마스크의 홀로그램으로 보는 앞이 왠지 모르게 울렁인다는 생각이 토니의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자마자 다리에 힘이 쫙 빠지면서 펄썩 주저앉는다.
“허억……, 헉.”
[Boss, 심장 박동수가 점점 올라가고 있습니다.]
“알아, 나도……, 안다고.”
조금, 긴장해서 그래, 긴장해서. 지금만 지나면 완전히 팔팔해 질 테니까 기다려봐. 조금씩 숨을 내쉬며 안정을 찾아간 토니는 꼴사나운 자기 모습에 스스로를 비웃으며 다시 일어났다.
“좋아. 그럼 나 말고 아이언 맨 몇?”
[Boss의 아이언 맨을 제외하고 6기가 더 나갑니다. 인원을 늘릴까요?]
“Nope. 그 정도면 됐어. 내가 두 명의 몫을 할 수 있다고.”
[활주로를 열겠습니다.]
위이-잉.
밖으로 나가는 활주로가 열리면서 가장 먼저 뒤에 있던 6개의 아이언 맨이 출발을 했다. 자신이 만든 아이언 맨의 뒷모습을 보면서 토니는 의미심장하게 침을 한번 삼키고, 출발했다.
“실시간 상황, 프라이데이.”
[헐크가 있는 쪽에 2기를, 나타샤 로마노프와 클린트 바튼 쪽에 각각 1기씩, 피터 파커에게 1기, 마지막 1기는 가장 근처에 있던 빌런에게 향했습니다.]
“지금 가장 심각한 쪽은?”
[헐크입니다. 3블록 뒤 바로 오른쪽으로 쭉 가시면 됩니다.]
“Okay.”
너 무 오랜만에 입고 움직이는 거라 처음에는 비행이 흔들리고 문제가 있었지만 그것도 잠시, 토니는 금방 적응하여 빠른 속도로 빌런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Boss, 어벤져스에서 통신을 요청해 왔습니다. 연결할까요? 잠깐, 잠깐만 기다려.
위이잉, 퍼엉!
날라오는 미사일을 빔으로 맞춰 터트리고 밑으로 내려가 미사일을 쏜 하이드라의 일원을 제압해 기절시키곤 다시 날아올라 헐크가 있는 쪽으로 향한다.
“좋아, 요청 수락.”
[연결되었습니다.]
‘토니?’
“Beautiful weather. Isn't it(아름다운 날씨야, 안 그래)?”
통화에 연결된 상대는 아까 전에 만나러 왔던 나타샤였다. 드디어 폐인에서 벗어난 건가요? 나타샤의 질문에 토니는 애써 웃으면서 대꾸를 해주었다.
퍼엉! 펑!
“도대체 뭘 했길래 빌런들이 이렇게 떼로 지어서 온 거야?”
‘하이드라가 문제에요. 그들이 다시 윈터 솔져를 만들려고 하기에 쫓다가 반격을 당했어요.’
[Boss, 진정하세요.]
윈터 솔져라는 그 단어에, 토니는 자연스레 분노와 흥분으로 둘러싸였다. 난 괜찮아, 프라이데이. 정말로 괜찮다고. 팔을 뻗어 또 다른 빌런들을 해치우며 나아가는 아이언 맨의 모습을 시민들이 보며 소리를 치기 시작했다.
“맙소사, 아이언 맨이야!”
“그가 돌아왔어!”
“우린 살았어, 살았다고!”
젠장할. 예전이었다면 저리 말하는 시민들을 위해 빌런들을 없애는데 힘을 썼겠지만, 지금의 토니는 그러질 못했다. 되려, 긴장감이 배로 되어 제대로 된 싸움을 하지 못하기 시작했다.
“로마노프, 일단 이번 건 도와줄 테니까 나중에 계좌로 돈 보내두라고.”
‘이런 상황에 이런 농담도 오랜만이네요.’
“그래, 내가 그렇게도 보고 싶었다는 건 알겠으니까 우선은 싸움에 집중하지.”
[통신을 끊겠습니다.]
프 라이데이는 정말로 토니가 싸움에 집중하기 위해서 통신을 끊은 게 아니란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주인인 토니가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있었기에 프라이데이는 그저 묵묵히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 그가 먼저 말을 꺼내길 기다렸다.
[전방에 헐크가 있습니다. 드문 염력 능력자에게 압박을 받고 있는 듯합니다.]
“조준해, 프라이데이. 쏴 버려.”
[Yes, Boss.]
퓨웅-.
작은 미사일 하나가 능력자로 보이는 이에게 다가갔고, 얼마 안가 그의 몸은 감전이 되어 바닥에 덜덜 떨면서 쓰러졌다. 크와-아. ……빨리 다음 타깃으로. 토니는 무의식적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헐크의 시선을 피해 옆쪽으로 달아났다.
[다음은 피터 파커가 있는 쪽입니다. 2블록 전진 후 왼쪽으로 돌아 3블록을 간 뒤 오른쪽입니다.]
“마, 말하지, 말고 그냥 방향 띄워.”
아무렇지 않게 말을 하려고 했지만 쉽게 되지는 않았는지 토니는 저도 모르게 말을 떨며 내뱉었다. 도와주겠답시고 나서기는 했지만, 역시나-. 프라이데이는 자신의 주인이 아직 트라우마에서 단 한걸음도 못 나온 걸 깨달았다.
겨우 옛 동료인 헐크의 한번의 눈길 때문에 이리도 불안정한데 과연 싸움이 끝나고 모두가 모일 때가 되면 어떻게 될까? 프라이데이는 자신과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주인을 보며 그를 위해 진정이 될 말을 건넸다.
[프로젝트 J의 프로그램 백업이 48%가 되었습니다. 전투가 다 끝나고 난 뒤면 백업이 100%가 될 것입니다, Boss.]
“……Thank you(고마워), 프라이데이.”
호흡도 진정이 되고, 미세하게 떨리던 손과 다리가 아까 보다 훨씬 덜 떨리는 자신의 주인을 보면서 프라이데이는 어떻게 해서든 자신의 주인을 지켜야겠단, 알 수 없는 감정에 빠지기 시작했다.
† † † † †
콰앙, 쾅!
빔을 쏴 맞춘 자동차가 저 멀리 날아가며 몰려 있던 하이드라들을 한꺼번에 처리했다. 대략 2시간의 긴 싸움. 그 2시간 동안 토니는 아이언 맨 슈트 안 속 땀에 절어서 거친 숨을 몰아 내쉰다.
아이언 맨 슈트 속엔 에어컨 기능까지 있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식은땀이 계속 나는 것은 멈출 수 없었나 보다. 중간에 어벤져스들을 얼마나 많이 만난 것인지……. 토니는 치를 떨었다.
“이걸로 끝인가?”
[마지막 빌런과 하이드라는 클린트 바튼과 스티브 로저스로 인해 처리되었습니다.]
“그럼 이제 그만 가지.”
[Boss, 스티브 로저스에게서 통신이 왔습니다.]
“…….”
[끊을까요?]
“연결……, 해.”
하필이면 제일 만나기가 싫은 상대와 연결이 되다니, 프라이데이는 감정을 느낄 순 없지만 ‘씁쓸하다’ 란 것을 알 수 있었다. 토니? 로저스의 목소리가 헬멧 속에 울린다.
“캡, 틴.”
진 정해, 스타크. 진정. 겨우 목소리 가지고 이리 긴장을? 이전의 토니 스타크가 울고 가겠어. 스스로에게 말을 걸며 식은 땀이 나는 손을 꽉 쥐는 모습이 애처롭기 그지없다. 고맙게 되었네, 덕분에 이길 수 있었어. 토니의 귓속으로 로저스의 목소리가 기계음마냥 들려오기 시작한다.
“별말씀을. 그럼 나는 이만 가 볼 테니 알아서들 처리하도록 해.”
‘가본다고? 그러지 말고 한번 만나는 게 어떤가. 내, 부탁하지.’
스타크 타워로 향하고 있던 아이언 맨의 속도가 점점 느려진다. 로저스가 저 말을 했을 때부터 프라이데이는 자신의 주인이 이기지 못하고 수락할 것이란 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어디지? 아니, 어딘지 아니까 금방 가도록 하지.”
‘부탁을 들어줘서 고마,’
[통신을 끊겠습니다.]
로 저스의 말이 채 다 끝나기도 전에 프라이데이가 통신을 끊는 것을 보고, 토니는 긴장감이 사라져 살짝 웃어 보였다. 하하핫, 프라이데이? 너한테 이런 유머가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는걸-. 오랜만에 들어보는 주인의 웃음 소리에 프라이데이는 자신의 ‘기분이 좋아졌다’ 라는 것을 인식했다.
“일단 캡틴이 있는 곳으로 가자고.”
[알겠습니다, Boss.]
프라이데이가 통신을 추적했기 때문에 어벤져스들이 모여있는 곳으론 금방 갈 수 있었다. 대략 500m 정도 남았을 때, 토니는 저 멀리 서 있는 사람의 형체들을 보면서 저도 모르게 가던 것을 멈출 뻔 했다.
[지금이라도 돌아가실 수 있습니다.]
“이미 저들도 날 봤는데 돌아간다고? 푸흐흐. 프라이데이, 이미 늦었어.”
슈우웅.
안정적이게 지상에 착지를 하고 나자, 저 멀리서 보던 때보다 더욱 더 도망치고 싶다는 느낌이 팍팍 들기 시작했다.
가장 선두에 있던 로저스가 방패를 뒤에 걸고 천천히 다가오는 모습이, 꽤 시간이 지난 어느 때의 모습과 오버랩이 되어 보이기 시작하는 터라 토니는 정말로 미칠 지경이었다.
‘프라이데이가 마스크를 벗겼더라면 표정에 다 나타났겠지.’
처참하게 무너져 있는 자신의 얼굴이. 로저스가 그의 앞에 서자 뒤에 있던 다른 어벤져스들이 차례로 다가와 그들은 그들 자신도 모르게 토니를 심리적으로 압박하기에 이르렀다.
“스타크.”
“캡틴.”
서로 아무런 말 없이 빤히 바라만 보고 있는 것을 뒤에서 보고 있던 바튼이 보다못해 캡틴의 뒤로 다가가 무어라 속삭였다. 캡틴, 하신다면서요. ……막상 입이 안 떨어져서 그랬네. 그럼 지금 하세요.
로저스와 바튼은 토니의 귀엔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속삭이며 눈치를 봤다. 그리고 이런 행동은 이 둘뿐만 아니라 뒤에 있던 다른 어벤져스들에게도 포함이 되었다.
“모두를 대표해서, 할말이 있네.”
“뭐지? 설마 그 동안 내가 아무런 활동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한 시말서를 쓰란 소린 아니-,”
“진심으로 사과하지.”
“-겠, 뭐?”
내가 방금 뭘 잘못 들은 거 같은데 말이야, 프라이데이? 이번만큼은 프라이데이도 예상치 못했던 답변이라 반응을 해줄 수가 없었다. 토니의 앞에 서 있던 로저스는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자신의 올곧은 눈동자를 빛냈다.
“특히나, 버키에 관한 일은 내가 진심으로 사죄하지.”
[프로젝트 J의 프로그램 백업이 98%가 되었습니다. 잠시 후면 정상 작동이 될 것입니다, Boss.]
“버키는 내 친구였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었어. 그렇지만 내가 자네한테 단 한마디도 없었다는 건 확실히 문제가 있지.”
예전엔 저 사과의 말이 얼마나도 듣고팠던지, 캡틴은 내 마음을 절대로 모르겠지.
끊 임없이 꿔왔던 악몽 속에서 들었던 말들은, 죄다 마음 깊은 곳을 찌르다가 못해 찢어 놓기까지 했던 바닥으로 떨어진 검은 무언가들 밖에 없었다. 전부 너 때문이야. 어째서 막질 못했지? 너만, 너만 도와줬어도. 네가 있기만 했었어도…….
네 탓이야, 토니 스타크. 전부다 네 탓이라고.
모 이고 모여 알 수 없는 형태의 뭉텅이가 되어버린 이것은 토니 스타크 자신도 알 수 없는 기이한 감정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더 단단하게 변질이 되어갔고, 지금에서는 그토록 듣고 싶던 사과의 말이, 그 어떤 때보다 제일 듣기 싫은 말이 되어 있었다.
“우리 자세히 얘기를 나눠서 풀어나가는 것이,”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마, 캡틴. 말도 안 되는 소리.”
“이봐, 토니. 모두들 진심으로 자넬 걱정해서…….”
날 걱정했다고? 쩍. 속 깊은 곳에서 단단히 굳혀진 검은 무언가에서 금이 나기 시작하는 걸 느꼈다. 하하, 잘도 날 걱정했겠어. 금이 간 곳에서 흘러나오는 감정들은 분노도, 슬픔도, 억울함도, 원망도 아니었다.
“얼굴 한번 봤으면 된 거겠지? 그럼 난 이만 가겠어.”
“토니!”
토 니가 반쯤 허공에 뜨자 로저스는 빠르게 아이언 맨의 슈트 발목을 붙잡아 더 이상 올라가지 못하게 만들었다. 반사적으로 자신의 발목을 잡은 로저스를 향해 손바닥을 뻗어 빔을 발사한 토니는 순간 주춤하면서 지금 상황과 어떤 상황이 또 다시 오버랩이 되는 걸 느꼈다.
‘모두 다 네 잘못이야.’
“?!”
위이잉.
오른편에서 누군가 속삭이듯 말을 걸어오기에 바로 방향을 바꿔 오른쪽을 조준한 토니는 아무도 없는 걸 보고 적잖게 당황해 했다. 분명히 들었는데. 그것도 익숙한 목소리였어…….
‘모두 네 잘못이라고.’
파앙!
이번에는 확인도 하지 않고 바로 반대편을 향해 빔을 쐈다. 하지만 역시나 아무도 없었고, 캡틴을 공격한 토니를 향해 각자의 무기를 겨누고 있는 어벤져스들만이 이상하게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Boss, 진정하셔야 합니다.]
‘저들을 봐. 왜 저들이 널 향해 무기를 들겠어?’
[현재 정상적이지 않은 뇌파의 패턴으로 고 베타파가 나오고 있습니다. 흥분하시면 안됩니다.]
‘바로 네가 한 짓들 때문이지. 항상 문제는 네가 들고 왔어, 토니 스타크. 네가 만들었다고.’
제대로 정신을 차릴 수 없는 상태에서, 마지막 말을 들은 토니는 그제서야 이 목소리를 어디에서 들었는지 알 수가 있었다.
항상 꿔왔던 악몽에서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던, 바로 ‘자신’ 의 목소리. 그걸 알자마자 토니에겐 더 이상 목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하지만 목소리는 언제 어디서나 나타날 수 있다는 걸 그는 알았다.
“내가, 내가 만들었어. 맞아, 내가…….”
검던 무언가의 금이 갔던 부분에 누군가 못을 대고 박는지, 토니의 감정은 천천히 조각조각이 되어 흩어지기 시작했다. 공중에 떠 있던 아이언 맨은 토니의 이상한 정신 상태로 인해 갑자기 균형을 잃어 밑으로 떨어졌다.
“토니!”
“스타크씨?!”
딱 봐도 이상하게 바닥으로 떨어져서 그런지 그나마 어벤져스에서 그와 친근한 유대감을 나누던 배너와 광적으로 존경하는 파커가 걱정이 되어 토니에게 달려갔지만, 얼마 가지 않아서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위이잉.
[더 이상의 접근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브루스 배너, 피터 파커. Boss에게서 떨어지시길 바랍니다.]
“……프라이데이?”
“프라이데이가 왜 저러는 거죠?”
토 니가 착용하고 있던 아이언 맨 슈트가 프라이데이의 조종에 따라 강제로 움직이며 배너와 파커에게 조준을 한다. 일부러 자신의 목소리가 어벤져스들에게 다 들리도록 볼륨을 키운 프라이데이는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토니를 걱정하며 천천히 슈트를 일으켰다.
[Boss에게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권하지 않습니다, Dr.배너.]
“토니에게 무슨 문제라도 생긴건가?”
[Dr.배너, 방금 그 질문은 그 누구보다도 어벤져스가 가장 잘 알 것이라고 생각하는바, 답변을 하지 않겠습니다.]
어벤져스들은 도통 프라이데이의 말을 알아먹지를 못해 그저 위협을 하고 있는 아이언 맨 슈트를 향해 무기를 바로 잡을 뿐이었다. 유심히 아이언 맨을 바라보고 있던 배너는 문득 든 생각에 프라이데이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내뱉는다.
“프라이데이, 왜 토니가 말을 하지 않는 거지?”
[현재 대답하실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설마 폭발된 건 아니겠지?”
폭발되다니, 뭐가? 어벤져스들은 프라이데이와 배너 사이에 오가는 알 수 없는 말을 그저 가만히 듣고만 있다는 것에 살짝 짜증이 올라왔지만 심각한 배너의 표정을 보고선 금방 사라졌다.
유일하게 어벤져스 안에서 토니와 공감대를 형성했던 사람이라서 그런지, 배너는 너무나도 쉽게도 프라이데이의 말만 듣고 토니의 상태를 짐작한다.
“프라이데이. 지금 당장 토니를 슈트에서 떨어트려 놓는 게 좋다고 난 생각해. 가만히 놔두다간 어찌될지 모르잖아? 일단은 우리 쪽에서 치료를 받는 게,”
[그것은 가장 위험한 선택이라고 계산이 된바, 요구를 들어줄 수 없습니다.]
“네가 무슨 걱정을 하는지 아니까, 그저 다른 사람들은 다 빼내고 나만 그를 만나서 얘기한다면…….”
우우웅-.
마 찬가지로 요구를 들어줄 수 없습니다. 평소에도 딱딱했던 음성이, 오늘따라 왜 이리도 더욱 차갑게 느껴지는 것인지 배너는 알 수가 없었다. 그러면 어떻게 할 건데? 무슨 방법이라도 있는 건가? 아까보다 더욱 많이 에너지가 모인 손바닥을 보며 배너는 조심스레 침을 삼킨다.
슬쩍, 앞으로 다가온 로저스가 방패를 꺼내 들고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완다는 조심이 무릎까지 붉은 방어막을 만든다.
“역시 나오는 게 아니었어, 프라이데이. 나오는 게 아니었다고. 지금 당장 돌아가. 타워로.”
[그전에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Boss.]
“필요 없으니까 빨리! 이러다간 너마저 날 두고 갈 까봐 내가 두려-,”
[I don’t leave you(전 당신을 두고 가지 않습니다), Sir.]
맙소사, 드디어 환청이 날 지옥으로 끌어들이는 건가? 토니는 헬멧에서 울려 퍼지는 너무나도 익숙한 목소리에 그리 생각했다. 이 목소리는 비전과 똑같은 목소리지만 엄연히 다르고 그 말 속에 들어있는 감정 또한 다른-.
[It's good to see you again(다시 만나게 되어 기쁩니다), Sir.]
“……자비스?”
자비스의 것이었다. 기억에 남아있던 똑같은 음조, 잠깐 어찌된 일인지 생각을 하던 토니는 이내 탄성을 내뱉는다.
“프라이데이?……. 프로젝트는?”
[프로젝트 J. AI 자비스의 복원이 100% 완료되었습니다, Boss.]
“맙소사…….”
머 릿속을 미치게 만들던 모든 것들이 전부다 밖으로 토해내진 듯, 그런 듯이 토니는 힘껏 숨을 내쉬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I'm so sorry……. Just sorry, Jarvis. 그 동안의 한이 맺혔던 모든 걸 다 꺼내 울부짖는 턱에 아이언 맨 슈트 안에 있음에도 불과하고 가까이에 있던 로저스와 배너, 파커는 그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이제……, 프로젝트는 성공을 했으니까.”
[네, 집으로 돌아가겠습니다. Boss.]
[신체 스캔 결과, 다소의 부상이 발견되었습니다. 타워에 도착하면 치료부터 하시길 권합니다, Sir.]
예전과 전혀 다름이 없는 자비스의 모습에 토니는 더욱 울적한 기분이 되어가며 슈트를 움직여 다시 떠올랐다.
“토니!”
“스타크!”
콰아-앙!
토니가 떠오르자마자 그 일대는 금방 먼지로 가득해졌다. 떠나려는 토니를 잡으려 움직인 이들을 향해, 언제부턴가 토니의 뒤쪽에 모여있던 아이언 맨들이 전부 그들을 향해 공격을 했기 때문이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어벤져스 여러분들.]
[Sir은 저희들에게 가장 우선시가 되는 사람입니다.]
[지금 이 시간 부로 본, AI프라이데이와 자비스는 Boss에게 정신적 타격과 안전을 위협하는 어벤져스를 적으로 간주합니다.]
먼지들이 조금 사라졌을 때쯤, 아이언 맨 6기가 전부 어벤져스들을 재 조준하여 공격을 준비했다. 어벤져스들은 조금 심각한 표정이 되어 토니를 바라본다.
하지만 토니를 대신해 음조가 일정한 자비스와 프라이데이의 목소리만이 무겁게 가라앉은 이곳에 퍼졌다.
[I'm warning. Stay away from my Sir.]
[I'm warning. Stay away from my B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