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5월 29일 일요일

[로키토니배너]Thank you, Honey

[로키토니배너]Thank you, Honey

ㄴ호박(네이버 블로그)님이 쓰긴 마블썰 기반으로 또 적은 소설입니다아1!!

 ㄴ호박님 다시 한번 더 감사드려요옹요ㅠㅠㅠㅠㅠㅠ







 “토니 스타크. 이번에 아주 재미있는 짓거리를 한다고 들었는데.”
 “아-, 벌써 그 얘기가 거기까지 간 거야?”
 “그래, 영웅 놀이를 한번 해보겠다고. 그것도 날 상대로.”
 “오우. 걱정 마요, 아빠(Daddy). 정보도 빼낼 겸 노는 것뿐이니까요.”

 물론, 아빠의 기계들을 몇 부수긴 하겠지만 말이에요. 킥킥. 짓궂게 웃으며 자신에게 대답을 하고 그를 떠나는 토니의 모습은 사춘기가 든 아들을 보내는 기분이었기에 로키는 영 탐탁지 않았다.

 “그럼-, 어디 보자. 쉴드(S.H.I.E.L.D)라고 했던가? 거길 들어가야 한단 말이지…….”

 앤서니 에드워드 토니 스타크.
 그 는 자신의 부모님이 죽은 뒤 아버지의 유품에서 이상한 초록색의 팔찌를 얻게 되었고, 그로 인해 토니는 어릴 적부터 아스가르드의 로키와 알고 지낼 수 있었다. 그 팔찌는 예전에 로키가 자신의 형인 토르에게 준 마법 팔찌였는데, 놀러 나간 토르가 우주에서 잃어버렸던 것이었다.

 “일단 영웅이 되기 위해선 명백한 이유가 필요하니까……. 스타크 인더스트리부터 어떻게 바꿔야겠어. 자비스? 지금 당장 군수산업을 대처할 걸 찾아봐.”
[알겠습니다.]
 “좋아, 그럼 난 영웅이 입을 코스튬을 미리 만들어야겠군!”

 오랜만에 유희를 즐길 겸 자신의 마법 팔찌를 가지고 있던 어린 토니에게 관심이 생겼던 로키는 지금껏 그가 세계에서 가장 알아주는 ‘스타크 인더스트리’ 의 CEO가 될 때까지 신경을 꽤나 써 주었다.
 그래서인지 그의 성향이 조금이나마 토니에게 옮겨갔고, 토니는 거의 자기의 양아버지나 다름없는 로키에게 보답을 해주고자 지구를 정복하려는 그를 도와주고 있다.

[Sir, 시뮬레이션까지 끝냈습니다. 화면에 띄울까요?]
 “당연하지, 자비스!”
 “스타크, 적당히 놀고 집에 와라.”

 멀찍이 뒤에서 토니를 바라보고 있던 로키는 자기도 모르게 열정적인 토니의 모습을 보고 피식 웃음을 지으며 사라졌다.


†     †     †     †     †


 “닥터 배너, 내가 당신의 초록괴물에 대해 연구해 봤는데 말이야.”
 “토니, 다시 한번 말하지만 초록괴물이 아니라-,”
 “만약 아드레날린을 당신 마음대로 억제할 수 있다면? 그렇다면 초록괴물은 어떻게 될까.”

 그야 변신도 마음대로 할 수 있겠지, 예전에 같이 얘기 나눈 적 있는 얘기잖아. 하지만 그건 지금도 마음대로 억제할 수 있는데? 배너는 의문을 알 수 없는 토니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를 바라봤다.

 “오, 허니(Honey)! 당신은 날 정말로 예뻐해 줘야 해.”
 “?”

 토니는 주머니를 뒤져서 자그마한 상자를 꺼냈다. 상자는 딱 봐도 고급스러워 보였기 때문에 배너는 토니가 주려는 저것이 상당한 값어치를 한다고 정확히 예상했다.

 “토니, 내가 지난번에도 말했지만 고가의 선물은……,”
 “널 위해 만든 아드레날린 억제제야. 기존의 허접한 것과는 달리 나의 이 뛰어나고 명석한 머리로 만든 음, 뭐라고 부르지. 지능형 억제제? 아무튼, 완성시켰지.”
 “지능형 억제제라니…….”
 “말 그대로, 지능이 있는 억제제란 소리지. 아직 지금 시대의 기술로는 그 정도의 억제제를 만드는 게 불가능 하지만, 어떻게 만들어 봤어.”

 뭐라고? 배너는 아무런 생각 없이 그저 입을 떡 벌리며 토니가 자신에게 내민 상자를 바라봤다.
 답답했던 것인지 토니는 상자를 연 채로 배너의 손에 쥐어줬고, 슬쩍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그래, 이거야. 로키와는 다른 이 만족감…….

 “마음에 들어?”
 “……토니, 도대체, 이건.”
 “어떻게 만들었냐고? 오, 그건 아주 고마운 동료 덕분이라고 말해줄게.”

 배너는 동료 덕이란 토니의 말이 이상한 것을 쉽게 알아채지 못했다. 자존심이 높은 그 토니 스타크라 누구 덕분이라고 말했다? 음, 그런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뭐해? 어서 주사 놔봐. 날 기다리게 할 셈이야? 앞으로는 네가 원하는 부위만 변신할 수도 있고, 편해질 텐데-.”

 짓궂게 웃으며 배너의 뒤로 다가가 그의 허리를 두 팔로 감싼 토니는 목덜미에 얼굴을 박고 살내임을 맡았다.
 당신이 그걸 맞으면, 아주 끝내주는 상황이 벌어지겠지? 그러니까 어서.

푸슉.

 “윽…….”
 “배너, 처음에는 조금 따끔할 거야. 억제제고 온몸을 돌아 심장으로 갈 테니까.”
 “허억!”
 “진정해, 진정. 지금 이 상태로 변신하면 난 죽어버린다고.”

 내가 죽길 바라진 않을 거 아니야, 그치? 배너의 귓가에 말을 속삭이는 토니의 모습을 로키가 봤었더라면 그는 토니를 자신의 자식인 요르문간드(앙그르보다와 로키의 자식)와 닮았단 유머를 날렸을 것이다.

 “이제 진정했나 봐?”
 “젠장, 토니!”

 억제제가 몸 속에서 안정화가 되자 배너는 이를 악 물고 토니의 멱살을 잡아다가 들어올렸다.

 “컥, 배너.”
 “자네가 위험할 수도 있었어! 피할 생각은 안하고, 뭔, 아무리, 아무리 날, 날!……, 빌어먹을!”

 컥컥대는 토니를 보면서 배너는 눈물이 고이는 걸 느꼈다. 도대체가 이 인간은 처음 만났을 때부터 이리도 위험함을 신경 쓰지 않는 거야!
 웃기게도, 토니는 숨이 막히고 있는 와중에 씩 웃으며 배너를 바라보고 있었다.

 “결국은, 성공했지 않나?”
 “성공은 무슨! 자네 죽을 뻔 했다고!”
 “이런, 브루스. 지금 이 소리가 안 들리는 거야?”
 “소리는 무슨 소……!”

삐, 삐, 삐, 삐.

 화가 너무 나서 토니에게만 신경을 쓴 탓일까? 뒤늦게야 배너는 손목에서 울리는 심박수 경고음이 귀에 들어왔다.
 그리고 심박수는 벌써 헐크가 나왔어야 할 180을 넘은 상태.

 “…….”
 “축하하네, 닥터 배너.”
 “……어떻게.”
 “자유가 됐어, Honey.”

 미묘한 웃음을 짓는 토니의 얼굴을 배너가 봤었더라면, 그는 아주 간단히 자신의 애인의 표정을 간파했을 것이다.
 악질적인 일을 하기 전의 그 웃음을 말이다.
 하지만 배너는 자신의 심박수 측정 팔찌를 보며 감격을 잊지 못했다.

 “Do you love me?”

 타이밍을 틈타, 배너의 손목에 있던 측정 팔찌를 빼버린 토니가 팔찌가 있던 자리를 손으로 쥐며 잡아당겼다.
 스르륵 힘없이 따라가는 자신의 팔을 배너는 아무런 생각 없이 바라만 보았고, 토니는 이윽고 그 팔찌가 있던 자리에 키스를 남긴다.

 “I say one more time.”
 “…….”
 “Do you love me?”

 자신을 사랑하냐는 말을 하며 천천히 허리에 팔을 둘러 얼굴 가까이 다가오는 토니를 보며, 과연 그 누가 토니 스타크의 고백을 거수할 수 있겠는가. 저 매력덩어리를 말이다. 단언컨대, 없을 거야.
 배너는 속으로 그리 생각했고 그래서 대답했다.

 “Yes.”

 싱긋, 잘 보여주지 않던 눈웃음을 보이며 살며시 입술을 맞댄 토니는 자신의 뜻대로 된 배너에게 보상으로 최고의 테크닉을 구사한 키스를 퍼부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배너의 심박수는 쉴드의 중앙에서 관리를 했기 때문에 3분도 채 안돼서 어벤져스 멤버가 거의 다 몰려와 키스를 멈출 수 밖에 없었다.


†     †     †     †     †


 “멈춰요, 셀빅 박사님.”
 “이미 늦었어……. 이젠 멈출 수 없어.”

 푸르다 못해 흡사 일렉트로닉 같은 눈동자를 보면서 토니는 로키가 아주 단단히 세뇌를 해놨구나 싶었다.

 “대단한 걸 보고 싶지 않나? 새로운 세상 말이…….”
 “?”

 갑자기 말을 하다마는 셀빅 박사의 이상 행동에 토니는 잠깐 잠자코 지켜보기로 했다. 그러자 셀빅 박사의 눈동자 한쪽이 초록색으로 변하는 게 아닌가.
 토니는 이게 무슨 상황인지 알고 있었다.

 “[토니 스타크. 널 기다리고 있다.]”

 셀빅 박사에게서 들리는 로키에 목소리에 토니는 드디어 때가 됐구나 싶어, 그대로 로키가 있을 스타크 인더스트리의 꼭대기에 있는 집으로 빠르게 날아갔다.

 “로키.”
 “토니.”

푸슈욱.

 가볍게 착지를 한 로키를 바라보며 천천히 걸어서 들어갔다. 한걸음 한걸음 움직일 때마다 아이언 맨 아머가 하나씩 벗겨졌고, 안에 들어왔을 때에는 평상복 차림이 되었다.

 “영웅 놀이는 다 끝났나?”
 “뭐, 이젠 하고 싶어도 더 이상 못하니까. 한잔 할래?”

 술들이 진열되어 있는 곳으로 다가가 빈 유리잔을 들어 보이는 평온한 토니의 모습에 로키는 방금 전까지 밖에서 자기 편과 싸우고 온 사람 같아 보이지 않다고 생각했다.

 “치타우리 족이 올 거다. 이젠 바꿀 수 없지. 더 이상 두려워할 건 아무것도 없어.”
 “어벤져스.”
 “……?”
 “나를 뺀 나머지를 이루는 말이야. 그들은 한 팀이고, 세계 최고의 영웅 집단이지. 뭐, 너와 나만 있으면 충분히 싸우고도 남지만.”

 여유롭게 술을 한잔 따라 마시며 최근에 만들었던 마크7의 인식 팔찌를 양 손목에 채운 걸 확인한 토니는 앞쪽으로 나와 로키에게 다가갔다.

 “그래도 일단 머릿수는 알아보자고. 흠, 반신인 네 형.”
 “하.”
 “전설로 통하는, 말 그대로 전설인 첫 번째 초인 병사. 네 목숨을 노리는 암살자 둘.”

 밖에는 사람들이 난리가 나고 통제가 불가능한 상황인데도 불과하고 자신과 관련이 없음을 안 토니는 손가락으로 로키를 가리키며 평소처럼 장난스런 표정을 지우지 않았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나의 초록괴물까지. 게네들 전부가 너한테 열 받았더라.”
 “계획대로지.”
 “오, 로키, 로키. 지구를 침공하는 계획을 너무 빨리 잡아버렸어.”

 짐짓 아쉽다는 투로 말을 하는 덕에 로키는 간만에 진심으로 웃음이 튀어나왔다. 자신은 가르친 적이 없는 유머를 홀로 배워서 살아가더니 이젠 자신을 웃기려 드는 토니가 너무나 귀여웠던 탓이었다.

 “그들 모두가 여기로 오면, 당신은 끝장이라고. 알겠어?”
 “나에겐 군대가 있다.”
 “게넨 헐크가 있다니까?”
 “그 괴물은 이미 떨어트렸잖아.”

 아니, 왜 이해를 못하는 거에요, 아빠(Daddy)? 게네들은 어떻게든 로키 널 찾으려고 무슨 짓이든 할 거라니까? 설령 지구가 망해도 녀석들은 복수를 위해 너만 쫓아 다닐 거라고.

 “영웅 놀이에 너무 심취한 거 아닌가, 토니.”
 “네, 네. 자제할게요, 자제.”

 입술을 삐죽 내밀려 투덜대는 토니의 모습을 다른 사람들이 봤었더라면 다들 경악을 했을 것이다. 로키는 잠깐 토니를 바라보고 있다가 뒤를 돌아 천천히 부서지고 있는 도시를 즐겁게 지켜봤다.
 얼마 지나지 않으면 이곳 전부가 나의 땅이 되겠지.

 “그들은 자신의 동료와 싸우느라 바빠서 날 찾을 시간이 없을 거다.”
 “그래서 내가 오늘을 위해 아머를 업그레이드 시켜놨지. 자비스?”

띵-.

 아머가 있는 지하실에서 이곳으로 올라온 엘리베이터 소리에 로키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다.
 테스트를 해봐야 하지만, 음, 괜찮겠지. 무려 내가 만든 건데.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고 새로 만든 아이언 맨 마크7이 토니의 팔찌를 인식하고 날라와 그의 몸에 안착했다.

 “……언제나 보는 거지만, 인간의 기술은 마법과는 다른 묘함이 있군.”
 “노, 노, 노. 인간의 기술이 아니라 ‘토니 스타크’ 의 기술이야.”

 이미 어렸을 적부터 로키를 중심으로 그의 지식을 먹고 자라와서 그런지 그는 사람들과 자신은 다른 존재라고 인식을 했다. 로키는 그런 토니의 말투가 자신의 맘에 쏙 들었고, 토니는 그저 로키가 좋아하니 계속 쓸 뿐이었다.

쿠와-왕!

 “시작됐군.”
 “드디어 왔네, 군대가.”

 큐브의 힘으로 열린 문은 더 이상 닫힐 수가 없었다. 로키와 토니는 같이 하늘에 생긴 포탈을 보면서 미소를 지었고, 이제 자신들의 앞에는 아무것도 없을 것이라 확신을 했다.

쿵!

 “로키-!”
 “이런, 토르가…….”

 어째서 이 좋은 타이밍에 도착을 한 것인지, 토니는 간만에 만난 로키와의 시간이 방해가 되어 토르를 공격하기 위해 손을 뻗었다.

스윽.

 “로키?”

 자신의 손을 내리는 로키의 행동에 토니의 얼굴이 구겨졌다. 설마 이제 와서 자기 형이니까 건들지 말란 건 아니겠지, 로키.
 로키는 자신의 지팡이를 이용해 입고 있던 옷 위에 아스가르드의 옷을 입고 토르가 있는 밖으로 천천히 걸어 나왔다.

 “당장 큐브를 멈춰, 로키.”
 “이미 멈출 방법은 없어. 이제는 오로지……, 전쟁뿐이다.”
 “어리석은.”
 “흐아압!”

 지팡이를 무기로 이용해 토르에게 달려든 로키는 재빠르게 토르의 묠니르를 막은 뒤 지팡이를 휘두르며 마법을 같이 사용했다.

 “토르! 연약한 동생한테 순결한 망치는 너무 부당한 거 아닐까!”

콰앙!

 “토니 스타크? 설마 너도 로키한테,”
 “아, 너한텐 수신 장치가 없었지? 있었더라면 어벤져스들한테 듣고 왔을 텐데 말이야.”
 “그게 무슨…….”

 아이언 맨 아머 때문에 토니의 얼굴은 가려졌지만 로키는 아머 뒤의 웃고 있는 토니를 알 수 있었다. 정말이지, 나만큼이나 악질이군.
 로키는 자신의 형이 방심한 틈을 타 그를 공격하고 일방적인 구타를 조금이나마 먹였다. 토니는 공중에 서서 가끔씩 로키가 위험할 때쯤 토르에게 공격을 날려 로키를 도와줬다.

두두두두.

 ‘토니 스타크!’
 “오, 로마노프, 바튼. 이제 오는 거야?”
 ‘토니. 당신은 조종당하고 있는 건가요?’
 “로키와 나의 대화를 들었으면서 그런 얘기를 굳이 묻는 건 나에게 호감이 남아서?”

 최근에 내가 도움을 줘 만든 비행기를 타고 나한테 오다니, 로마노프. 이거 참 실망인데.
 토니는 빠르게 비행기에서 제일 약한 날개를 향해 공격을 했고, 나타샤와 바튼, 캡틴이 타고 있던 비행기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하여 밑으로 추락했다.

 “젠장! 토니 스타크가 배신자였다니.”
 “어떻게 그걸 모르고 있을 수가 있었지?”

 나타샤와 바튼은 패닉인 상태를 뒤로 제치고 폭발할지 모르는 비행기에서 내려 스타크 인더스트리로 향해 달려갔다.
 그들을 앞장서 달리던 캡틴은 무언가 아주 고뇌를 하더니 이윽고, 어벤져스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지금부터, 스타크 인더스트리로 모인다. 로키와 스타크를 생포하되, 어찌할 수 없으면 죽여도 된다.”


†     †     †     †     †


 “항복하시지.”
 “하, 이것 참. 그러게 내가 여기서 벗어 나자고 했잖아, 로키.”
 “내가 이깟 인간들에게서 도망칠 이유는 없다, 토니.”

 전쟁이 시작된 지 몇 분이 지났을까, 헐크를 제외한(아이언 맨도) 모든 어벤져스들은 스타크 인더스트리에 도착을 하여 빠른 속도로 로키와 토니를 제압했다.

 “자, 그래. 그럼 이제 어쩔 거지? 우리를 죽일 건가? 그 동안의 일을 봐서 나만 살리면 안되나?”
 “토니 스타크.”
 “로키, 농담이야, 농담. 아스가르드인들은 모두들 토르마냥 농담도 이해 못하나?”

 잡혀서 죽을 위기에 처해있음에도 불과하고 토니는 자신의 그 특별한 유머스러움을 잃지 않고 있었다. 그런 토니를 보며 같은 편인 로키마저도 질린 표정이 되었다.

 “스타크, 언제부터 로키와 내통하고 있었지?”
 “캡틴, 캡틴, 캡틴……. 뭘 모르는가 보군. 나는 내통을 한적이 없어.”
 “한적이 없다? 그럼 그대와 로키의 관계는,”
 “처음부터 나는 로키와 한편이었어. 내통이란 말은 캡틴, 당신이 아니라 로키가 해야 할 말이야.”

 장난기를 싹 지우고서 노려보듯 캡틴의 눈동자를 직시하며 말하는 토니의 모습에 어벤져스들은 그 동안 자신들의 봐왔던 토니가 완전히 사라진 것을 느꼈다.
 그들은 토니의 저런 행동은 오로지 그의 적에게만 보였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좋아. 스타크, 로키의 스파이로 어벤져스에 들어와 우리들의 기밀을 빼가고 지구를 침략하려는 그 죄. 지금 값을 치르겠다.”
 “그 값, 내가 했으면 좋겠는데.”

 바튼, 바튼. 자기 가족이 위험할 걸 알고 딱 나서는군. 아주 좋은 판단이야.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당장에 화살이나 묠니르를 던져 죽여버릴 것 같은 상황에, 토니는 아이언 맨 아머 속에서 실실 웃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제일 중요한 어벤져스가 없군 그래?”
 “……오, 토니.”
 “로키, 지금 당장 날 바꿀 수 있겠지?”
 “토니 스타크, 천박한 인간들 사이에 홀로 떠 있는 아름다운 별이여.”

 로키와 토니가 서로만 아는 말을 지껄이는 걸 보던 어벤져스들은 하나같이 자기의 무기를 꺼내 그 둘을 노렸고, 토니는 아이언 맨 아머의 마스크를 벗어 얼굴을 드러냈다.
 로키는 어벤져스들이 생각하는 그 어떤 위험한 상황대로 따르지 않고 되려, 그들을 패닉 상태에 이르게 할만한 행동을 했다.

 “컥, 윽.”
 “미안하군, 토니.”

 토니의 목을 손으로 움켜잡아 높이 들어올린 로키의 모습에서 토르는 자신의 동생이 진심으로 토니를 죽이려 한다는 걸 알게 되었고, 토니만큼 뛰어나진 않은 머리를 굴려 이 상황이 어떻게 된 것인지 이해하려 애썼다.

 “로, 키! 커헉.”
 “로-키!”

붕, 붕, 붕, 붕.

 빠르게 굴린 토르의 머리에서 나온 답은, ‘말리고 보자’ 였다. 묠니르를 들고 흔들어 로키에게 던지려고 하자, 주변에 있던 어벤져스들이 주춤하면서 한발자국 물러섰다.

 “로키! 1분이면 돼!”

퍼엉!

 토르가 묠니르를 휘두르자마자 로키는 토니를 저 멀리 강하게 던져 버렸고, 토니는 날아가면서 바닥에 떨어져 있던 그의 지팡이를 맞춰 로키가 집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안돼!”
 “인간들아, 너희는 여기까지가 한계이다.”
 “로-키이-!”
 “너희에게 희망은 없다.”

 묠니르를 휘두르는 토르, 토니를 제압하려는 바튼과 나타샤, 금방이라도 방패를 던지려는 듯한 캡틴까지.
 로키는 그들 전부를 동시에 보고서 행동을 했다. 가장 먼저, 마법을 이용해 바튼과 나타샤를 캡틴 쪽으로 날려보내고 묠니르를 피해 토니에게 다가갔다.

 “초록괴물은?”
 “마침, 곧 도착하기 직전이지.”
 “시작한다.”

지잉-.

 지팡이에 마법을 담아서 그 끝으로 토니의 이마를 살짝 눌렀다. 끝이 날카로웠던 탓에 토니의 이마에 자그마한 생채기가 생기면서 피가 조금 흘렀지만, 그것보다는 점점 파랗게 변해가는 토니의 눈동자에 시선이 갔다.

 “그럼, 기다리고 있겠다, 토니.”
 “화이트모카 한잔 사서 마시고 있으라고.”

 토니의 말을 다 듣자마자 로키는 아무런 미련 없이 마법을 이용해 순간이동을 했다.
 이윽고 나타샤의 찢어진 고함 소리에 어벤져스들은 재빨리 창문을 향해 각자의 무기와 방패를 들었고, 건물 아래에서부터 크게 들려온 고함소리에 토니는 잔망스런 웃음을 지었다.

 “크와-아!”
 “따란-! 청 코너에 등장한 초록괴물, 브루스 배너의 헐크!”

 완전히 눈동자가 확 변해버린 토니의 모습은 모두가 볼 수 있었다. 토니가 일부러 마스크를 벗은 채로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대망의 홍 코너! 모든 시민들의 가장 큰 희망이었던, 아이언 맨의 토니 스타크.”

 과 거형의 ‘-었던’ 말을 써가며 자신의 입장을 설명한 토니는 우락부락한 근육을 자랑하고 있는 헐크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 모습에 공격을 하려는 줄 알았던 바튼이 활을 쏴버렸고, 그걸 본 토니는 충분히 피할 수 있음에도 불과하고 피하지 않았다.

빠직.

 “지금, 이게……, 뭐 하는 겁니까.”
 “닥터 배너, 지금 스타크는!”
 “오, 오지마!”

 배너는 헐크일 때에 화살을 잡아다 부수곤 금방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와 어벤져스들을 노려보았다. 그에 캡틴이 설명을 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토니가 소리를 질러 그러지 못했다.

 “토니? 눈이……, 설마!”
 “오면 안돼, 브루스. 오면 안돼.”

 한 손은 배너의 얼굴을 노리고, 다른 한 손은 자기 얼굴을 노리는 토니의 행동은 배너를 제외한 어벤져스들 전부가 순간 멍해지게 만들었다. 갑자기 왜 저러는 거지? 딱 이 말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지이잉.

 “안돼, 브루스 빨리 헐크로 다시!…….”
 “토니?”

 배너는 영문을 모른 채 안절부절 토니만을 바라봤고, 다른 이들은 그제야 토니가 뭘 하는지 알게 되었다.
 토니 스타크는 지금 연극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상황을 짧은 시간 내에 계획했던 토니는, 타이밍까지 맞췄다. 로키가 토니에게 걸었던 마법이 풀려, 눈 색이 원래대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배너?”
 “오, 토니!”
 “닥터 배너, 그 이상 다가가면 안됩니다.”
 “맞는 말이다. 녀석은 이미 동생과 처음부터 한패였어.”

 아무리 토니를 믿는다곤 해도, 배너는 기본적으로 이성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정확한 판단을 하지 못하고 동료의 말을 넘기며 자신의 애인인 토니를 먼저 챙겼다.

 “토니, 괜찮아?”
 “어, 어……. 닷새 동안 작업만 하고 난 뒤의 어지러운 두통만 뺀다면?”
 “하, 정말 토니 당신이군요.”

 안도의 한숨과 함께 토니를 끌어안는 모습에 어벤져스들은 하나같이 불안한 얼굴을 띄었다.
 토니는 자신도 배너를 안으면서 어깨 너머의 어벤져스들을 보며 묘한 미소를 지었다. 악질적인 짓을 하기 전에 항상 짓는 그 웃음을 말이다.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어. 우린 로키도 잡아야 한다고.”
 “캡틴, 지금 그를 건드리는 건!”
 “바튼.”
 “Yes.”
 “안돼!”

 상황이 안 좋게 돌아가는 걸 느낀 캡틴은 섣부른 판단을 해버렸고, 그나마 남은 어벤져스들 중에서 가장 머리가 좋은 나타샤가 급히 말려보지만 이미 화살은 날아가 버렸다.
 배너가 토니를 안고 있으니, 움직이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정확히 머리를 노려 날린 화살.
 토니도 설마 캡틴이 이렇게나 쉽게 결정을 내리고 자신을 죽이리라곤 생각을 못했는지 당황한 눈치였다.

푹!

 “지금 뭐 하는 짓들이죠?”

 예상외로, 배너는 헐크 덕에 얻은 좋은 신경을 가졌기 때문에 뒤에서 어벤져스들이 나눈 얘기를 추리해 재빨리 한 팔만 헐크화 시켜서 화살을 막아냈다.
 다른 곳은 정상인데 팔만 헐크화가 된 것을 보고서 어벤져스들은 하나같이 숨이 멎는 줄 알았다.
 머릿속에 울리는 생각. 어떻게 된 거지?

 “……닥터 배너, 토니 스타크는 이미 로키와 한통속의 빌런입니다.”
 “누가요? 토니가요? 로키가 그를 지배하고 있던 것이 풀린 것도 확인이 됐는데 말이에요?”
 “배너, 진정하고 내 말을,”
 “지금 장난합니까?!”

 거칠게 팔을 휘둘러 팔에 꽂혔던 화살을 떨어트리게 만든 뒤 그는 토니의 앞에 나섰다.
 완전히 배너는 토니의 편으로 넘어간 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황.

 “브루스, 제 말 좀 들어주실래요?”
 “……나타샤.”
 “믿긴 어렵겠지만, 캡틴의 말이 사실이에요. 퓨리 국장님께서도 방금 전에 그가 로키의 스파이었다는 증거를 전부 찾아내셨답니다.”

 그랬던가? 나머지 어벤져스들은 나타샤의 처음 듣는 말에 당황했지만 티를 내진 않았다.

 “그는 처음 쉴드에 왔을 때부터 로키에게 쉴드에 관한 정보를 넘기고 있었어요. 그리고 브루스 당신이 오기 전까지만 해도 토르는 로키와 토니 스타크에게 공격을 당하고 있었구요.”
 “…….”

 어느 정도 나타샤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던 배너는 그녀의 말을 듣고 동공이 흔들리며 혼란스러워했다.
 그의 머릿속에선 지금 ‘토니가 그럴 리 없어’ , ‘만약……’ 이란 생각 두 개 싸우고 있었다.

 “이런, 이런. 이렇게 되면 안되지.”

 배너의 뒤에서 잠자고 상황을 지켜보던 토니가 입을 열었다. 브루스, 브루스, 나의 초록괴물. 저런 말로 흔들리면 좀 실망인데.
 팔을 뻗어 배너를 자기 품으로 당긴 토니는 어벤져스들을 보면서 경고하듯 말했다.

 “이 이상 나의 브루스에게 혼란을 심어주지 않았으면 해. 그는 너희들의 텃밭이 아니라고?”
 “토니 스타크, 지금 당장 배너를 놔주지 않으면,”
 “않으면 뭐? 어떻게 할 건데, 실험용 쥐?

 더 이상 토니는 자신의 모습을 숨기지 않았다. 되려, 캡틴을 도발해서 자신에게 달려들게 만드는 꼴을 보였다.
 이제서야 배너는 토니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닫지만, 이미 늦은 후였다.

 “Thank you, Honey.”

쪽.

 “……토니?”

 토니는 가볍에 배너의 볼에다가 뽀뽀를 남겼다. 배너는 흔들리는 목소리로 그를 불러보지만, 그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너희들이 아무리 발버둥을 쳐서 브루스를 가져가려고 해도, 그럴 수 없을 거야.
 이미 그는 나와 로키의 편이니까. 그것도 영원히.

 “브루스, 내가 자네에게 엑제제를 준 그때 기억나?”
 “…….”
 “그때 자네가 나한테 그랬지, ‘어떻게?’ 그래서 난 자네에게 ‘아주 고마운 동료 덕분’ 이라고 대답했었어.”

 어벤져스들은 저 말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배너는 이해할 수 있었다.
 설마?……, 그렇지 않을 거야. 토니, 제발 내 예상이 틀렸다고 말해줘요.

 “그 아주 고마운 동료가 누군지 말해줄까?”
 “……로키.”
 “정답! 래번클로에 50점을!”

 안돼, 토니……. 어째서 당신이, 어째서 당신이……. 배너는 좌절감에 휩싸여 무릎을 꿇고 주저앉았다.

 “자, 그럼 마지막 질문이야 브루스. 그 억제제엔 뭐가 들어가 있을까?”
 “…….”
 “지금 이 시대의 기술로는 절대로 완성시킬 수 없는 건데 완성이 됐어, 과연 어떻게?”

 이제 토니는 어벤져스들에게 시선을 주지 않고 배너에게만 눈을 줬다. 이제 조금만 더 하면 끝나.

 “……로키의 마법이겠지.”
 “흠, 난 너한테 안 물었어 토르. 그리핀도르 100점 감점. 그래도 뭐, 맞췄으니 10점 정돈 다시 줄게.”

 아스가르드인인 토르는 토니의 유머를 이해하지 못한 채 인상만 찌푸리고 금방이라도 공격할 듯 묠니르를 돌렸다.

 “진정 좀 하지? 자, 그럼 다시 본론으로. 맞아, 로키의 마법으로 억제제가 만들어졌어. 그렇다면 그게 과연 너에게 좋은 걸까, 닥터 배너?”

 방금 전의 그 유머는 어디다가 던져버리고 금세 진지한 표정으로 배너를 바라보는 토니의 눈동자엔 오로지 순수함만 보였다. 어린아이의 순수함.

 “당연히 좋은 것이지.”
 “로키?!”
 “뭐야, 왜 왔어?”
 “밤 늦게까지 안 돌아오는 아들이 걱정돼서 왔다면?”
 “아빠(Daddy), 이제야 뭘 좀 아시게 됐네요.”

 로키가 드디어 자신의 유머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게 되자 토니는 정말로 기뻤다. 매번 별 반응이 없어서 밍밍한 액션만 받았는데, 이제는 조금 나아지겠지.

 “굳이 찾아갈 힘을 덜어줘서 고맙군, 동생.”
 “더 고생을 해야 할 거야, 형. 왜냐면 토니의 장난감이 형을 패대기 칠 테니까.”

우우웅.

 지팡이를 들어 올린 그의 모습에 토르가 토니에게 던지려 했던 묠니르를 로키에게 던졌다. 가볍게 묠니르를 쳐내고 토니에게 다가온 로키는 배너가 그에게 안겨있는 것을 보고 인상을 팍 찌푸렸다.

 “떨어져.”
 “?!”

 배너는 로키에 말에 자신도 모르게 한걸음 뒤로 빠졌다. 아, 정말이지. 그거 질 나쁜 장난이에요, 아빠(Daddy).
 토니는 로키를 보면서 킥킥 웃어대기 시작했다. 영문을 모르는 배너나 어벤져스들은 경계심만 가득 세우며 바라볼 뿐.

 “……설마, 마법을 먹인 건가? 그게 금지인걸 알면서?”
 “난 더 이상 아스가르드인이 아니야, 토르.”

 항상 감상적인 토르는 단호한 로키의 말에 가슴이 쓰라렸다. 반면, 로키는 크게 신경 쓰지 않은 채 토니에게 여럿 정보를 전해주고 있었다.

 “곧 있으면 모든 군대가 다 올 것이다. 내 옆에 벗어나면 안돼.”
 “과보호야, 그거. 내가 무슨 애도 아니고.”
 “…….”

 알겠어, 알겠어. 어차피 옆에 있기로 계획했는데 저리 과반응을 하시나.
 지긋이 저를 바라보는 로키의 탓에 토니가 먼저 숙이고 들어갔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토르가 문득, 생각 없이 말을 뱉는다.

 “어지 글러먹은 저 인간을 가족보다 더 소중히 하는 거지?”
 “……글러먹어?”

콰아앙!

 얼마나 세게 마법을 보냈으면, 그 토르가 묠니르로 막음에도 불과하고 뒤로 멀찍이 튕겨나갔다.
 쯧, 슬슬 발동하겠네. 토니는 로키의 상태를 보면서 중얼거렸다.

 “로오-키!”

퍼엉!

 이번에는 로키의 마법이 묠니르를 맞고 상쇄되었다.

 “토니 스타크는, 하찮은 인간들과 같은 존재가 아니야. 토르.”

 으악, 존재라니. 저런 왕자 같은 말투는 언제나 들어도 거북하다고! 물론, 내가 하는 건 전혀 그렇지 않지만.
 속으로 로키를 향해 투덜대고, 겉으론 어벤져스들을 금방이라도 쏠 듯 겨냥하고 있는 토니의 모습은 언밸런스스러웠다.

 “유일하게, 이 지구에서 살아있을 가치가 있는 나의…….”
 ‘나의?’

 로키는 짐짓 엄청난 사실을 말할 듯이 크게 소리쳐놓고선 뒷말을 쉽사리 내뱉지 못했다. 그리고 결국은 말을 먹곤, 지팡이로 토르와 어벤져스들을 한꺼번에 공격했다.

 ‘내가 저 뒷말 꼭 듣고 만다.’
 “헤이(Hey)! 시간 없을 텐데!”

 공격에 합세해 어벤져스들을 몰아붙이며 슬쩍 자기를 뒤쪽으로 미는 토니를 이해할 수 없었다. 어째서, 왜, 어벤져스가 아닌 로키와 같은 팀이 된 거지? 처음부터 나도 토니에게 이용당한 건가?
 이런 상황이 와서 어벤져스를 돕지 못하도록?

 “싸움 중에 이상한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아, 브룻. 나에 대한 야한 상상을 했다면 용서해 줄 수 있겠,”

쿠웅!

 토니는 말을 끝까지 잇지 못하고 그대로 토르의 묠니르에 맞아 추락했다. 깜짝 놀란 배너가 재빨리 토니에게 다가갔고, 묠니르는 토르에게 돌아갔지만 토니는 돌아오지 않았다.
 배너는 토니가 로키의 편이든 말든 일단 부분 헐크화를 해, 토니의 마스크를 강제로 뜯어냈다.
 이마에 째진 상처를 보며 배너는 슬픔을 감출 수가 없었다.

 “토니? 토니!”
 “닥터 배너, 스타크와 각별한 사이였다는 건 알지만 지금은 우선-,”
 “브룻…….”

 캡틴은 방패를 들어 바로 공격해 제압이 가능하도록 자세를 취했다. 힘겹게 눈을 뜨는 토니의 모습은 가학성을 불러일으키기 딱 적당했을 만큼 섹시해 보였다.

 “변신해, 브룻. 헐크로. 그리고 쓸어버려.”
 “스타크, 배너는 네 말에 따르는 네 장난감 로봇이 아니야.”
 “하하……, 캡틴.”

 토니는 그 어느 때보다 더욱 진하고 선명하게 미묘한 웃음을 지었다. 캡틴은 저도 모르게 섬뜩해서 뒤로 한발자국 물러났다.

 “He's already mine(그는 이미 내꺼야).”
 “으, 으아아아!”

 비명을 질렀다. 심장 박동수가 급격히 올라가고 분노가 치솟으며 올바른 생각을 하지 못하게 만드는 몸 속의 근질근질한 무언가가, 억지로 변하게 만들고 있었다.

 “사람을 조종하는 마법, 알지? 로키의.”
 “……설마.”
 “내가 브루스에게 준 억제제엔, 그 마법이 있어. 그리고 그 마법은 내가 한 말을 무엇이든 지키는 거고.”

퍼억!

 캡틴은 한눈을 팔다가 로키의 지팡이를 맞고 저 멀리 토르와 부딪혔다. 정확하게 배너를 기준으로 어벤져스 팀과 로키 팀으로 나뉘어 지자, 토니는 자신의 유머를 부리며 말했다.

 “이런! 청 코너의 헐크가 홍 코너로 이적을 해버렸습니다! 이렇게 되면 상황이 확 뒤바뀌게 되는데요!”

 로키에게 몸을 지탱하며 천천히 일어선 토니는 어벤져스들이 나란히 서 있는 곳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청 코너의 어벤져스.”

 그리고 이번엔 헐크를 비롯한 자신과 로키를 가리켰다.

 “홍 코너의 어벤져스와 로키.”

 완전한 변신이 끝난 헐크는 어벤져스들을 보며 씩씩거렸다.
 토니는 그런 헐크를 보면서 슬쩍 전쟁의 시작을 알린다.

 “Show time-.”

 헐크는 어벤져스들에게 달려들었고, 토니는 이제 로키와 함께 이 자리를 떠나야 했기 때문에 아이언 맨 아머를 벗어서 로키에게 밀착했다. 질이 나쁘군. 로키가 말했다. 그러는 너만할까? 토니가 받아 쳤다.

 “이래서 내가 인간인 널 죽이지 않은 걸지도-.”
 “닥치고 키스나 해.”

 토니는 가볍게 로키의 목에 팔을 둘러 키 큰 그를 자신의 얼굴 쪽으로 당겼다. 힘없이 밀려오는 로키의 얼굴을 보며 토니는 잔망스럽게도 웃으며 그에게 최고의 테크닉을 구사한 키스를 퍼부었다.
 예전에 배너에게 키스를 했을 때와 똑같이, 토니는 행동했다.

 “Thank you, Honey.”

 로키와 뒤에서 싸우는 헐크를 바라보며, 토니는 그렇게 말했다.





2016년 5월 25일 수요일

[어벤져스/토니]망할 드라이버

[어벤져스/토니]망할 드라이버

 ㄴ호박(​네이버 블로그)님이 작성했던 마블썰을 기반으로 적은 내용입니다.

 ㄴ호박님 썰 감사드려요오!!! >  ㅁ <







 “악! 이런, 젠장할.”

 토니가 자신의 아이언 맨 아머의 성능을 높이겠다고 수리에 나선지 얼마 지나지 않아 들린 소리였다.

[Sir, 파상풍에 걸릴 확률이 있습니다. 준비해둔 샘플을 맞으시는 걸 권합니다.]

 젠장, 젠장. 입에서 피가 안 멈추잖아?
 곧 있으면 쉴드(S.H.I.E.L.D)의 어벤져스 회의가 시작이었다. 토니는 거칠게 옆에 있던 컴퓨터 탑제 가방에 손을 넣고 엄지 손가락 크기의 샘플을 꺼내어 뾰족한 부분을 팔뚝에 찔러 넣었다.

푸슉.

 “자비스, 시간.”
[회의 시작까지 앞으로 10분 남았습니다.]
 “비어머글 시간조차 도아즈지 안능군(빌어먹을 시간조차 도와주지 않는군).”

 계속해서 드라이버를 바꿔 수리를 해야 했기 때문에 토니는 입에 드라이버를 물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드라이버를 거꾸로 잡아 입에 물려고 하다가 봉변을 당했고.

 “자비스, 수트.”
[지금 서 계신 기준으로 7시 방향에 있습니다.]

 최대한 빠르게 수트로 갈아입으면서 토니는 몇 번이나 피를 뱉어냈는지 모르겠다.
 드리아버가 아주 안쪽 살을 긋다가 못해 째놓은 듯하다.

[Sir, 2분 남았습니다.]
 “Clear.”

 와이셔츠의 윗 단추 두서 개는 푸는 것이 섹스어필이다-, 고 토니는 생각한다.
 음, 이거 자꾸만 피가 고여서 짜증나는데…….
 거침없이 길을 나서던 토니는 중간중간 피를 삼키면서 마침내 문을 열고 회의실에 도착했다.

 “5분이나 늦었다네.”
 “…….”
 “……스타크?”

 평소라면 늦었다는 스티브의 말에 농담을 곁들여 반박을 할 토니였지만 하필이면 말을 하려고 할 때에게 또 피가 울컥 나와 토니는 그럴 수 없었다.
 자기 자리에 앉은 아주 자연스럽게 피를 한번 삼켰다.

 “시작 안 하나?”
 “별일이군, 토니. 자네가 농담을 안 할 때도 있고 말이야. 아무튼, 회의를 시작하도록 하지.”

 퓨리는 토니 답지 않은 토니를 보며 의아해 했지만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예전에 토니가 에번져스한테 무척이나 사무적인 모습을 보이며 상대를 크게 놀린 적이 있었고, 이번에도 그런가 보다 한 것이다.

 “지금 어벤져스의 상황에서 만약-.”
 “-렇다고 로마노프를 빼는 건 좀…….”
 “그러니까 이럴 수 밖에 없는 거겠지.”

 회의는 한창 열기가 솟아오르며 각자의 의견이 이리저리 치고 박으며 싸우고 있는데, 그 중 유독 한 사람만이 조용하게 다른 사람이 하는 얘기를 듣고만 있었다.

 ‘나의 값비싼 이 피는 언제쯤 멈추는 건지, 쯧.’

 계속해서 삼키자니 입이 비려서 죽겠네. 인상을 쓴 채로 팔짱을 끼고 위에 기대고 있는 토니의 모습은, 얼핏 보면 화가 난 사람 같기도 했고 지치거나 피곤해 보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한마디도 하지 않은 이쪽 전문가에게 물어보는 게 답이겠군.”
 ‘배너도 있는데 굳이 날…….’

 저 영감탱이, 언젠간 복수할 거야. 아예 빌런이 되서 쉴드를 다 부수고 나가버릴 까보다.

 “오늘은 유독 이상하네요. 약이라도 잘못 드셨나요?”

 나 타샤의 말을 듣도 토니는 속으로 저 얄미운 미인의 얼굴을 눈 앞에서 가져다 치웠으면 좋겠다고 빈정거렸다. 그냥 잠깐 화장실 간다고 한 다음 치료하고 올까, 말도 못하는 상황에 화만 나는군. 내가 배너였으면 진즉 초록괴물로 변했을 지도.

 “닥터 배너, 토르. 둘은 잠시 토니에게서 떨어지는 게 좋겠군.”

 토니의 상태가 확실히 이상하다는 걸 느낀 스티브가 그의 옆에 앉아 있던 배너와 토르에게 말했다. 그 말에 토니는 순간적으로 피를 뱉어가면서 고함을 칠 뻔했다.
 쫄쫄이 군인이 뭐가 어쩌고 저째? 입을 열지 않기 위해서 토니가 이를 악 물고 힘을 주니까 피가 울컥하고 또 상처에서 세어 나왔다.

 “읍.”

 오, Jesus(지저스). 방금 큰일날뻔했어. 꼴사나운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던 토니는 자연스럽게 한 손으로 미간을 집는 척, 하면서 입을 막았다. 뱉으면 안돼, 뱉으면 안 된다고.
 무슨 심각한 일이라도 있는 마냥, 어디가 심각히 잘못된 마냥 눈까지 감고 있는 토니의 모습에 어벤져스들이 동요를 하기 시작했다.

 “토니, 괜찮아요?”

 가장 먼저 스칼렛이 토니에게 다가와 그의 어깨를 살며시 쥐어 잡았다. 그리고 그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서 약간의 힘을 이용하려고 했다.

툭.

 “…….”
 “토, 토니?”
 “스칼렛, 제가 토니를 보겠어요.”

 골치 아프군…….
 지금은 충분히 스칼렛을 인정하고 동료로 삼았지만, 토니는 예전에 스칼렛이 보여줬었던 그 환상 속에서 헤어나오질 못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의 능력에 그 누구보다도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누군가 내 속을 다 끄집어 내어서 들여다 보곤 엉망진창으로 두고 가는 그런 기분이란…….
 토니는 그때의 그 느낌을 저도 모르게 회상하면서 기분 나쁘다는 듯 스칼렛을 쳐다보았다. 그러다가 순식간에 아무렇지도 않은 듯한 눈빛으로 바꿨다.

 ‘아무래도 안 되겠어. 한번 삼키고 나서 밖에 나갔다가 와야지, 원.’

 이래선 오해만 쌓이고 쌓이겠어, 라며 토니가 자리에서 일어나 입에 고여있던 피를 삼키려 했다.
 어깨를 잡고 홱 돌려서 자신을 똑바로 보도록 만든 나타샤만 아니었으면 말이야.

퍽.

 “큽!”

 이런, 젠장할! 결국엔 뱉어냈잖아! 빌어먹을, 붉은 미인 같으니!
 나타샤의 어깨를 확 밀쳐서 자신에게서 떨어지게 만든 토니는 황급히 한 손으로 입을 막은 채 피를 뱉어냈다.

 “…….”
 “…….”
 “쿨럭, 쿨럭.”

 피가 계속해서 흘러내리고, 이왕 이렇게 된 거 토니는 그저 피가 멈추기를 바라며 기침을 해댔다. 침을 삼키다가 일정량이 기도로 넘어가 목에 걸려 토니는 생리적으로 눈가에 적은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토니 스타크, 결국엔 꼴사나운 모습을 보여주는구나.’

 와이셔츠의 윗부분은 이미 붉게 물든지 오래였고 어벤져서들은 아무런 생각도 없이 토니가 피를 흘리는 걸 계속 바라보기만 했다. 지금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아마 이 말이 딱 저들의 머릿속에 떠다니고 있겠지.

 “……맙소사.”
 “토니, 이게 무슨…….”
 “스타크?!”

 사정을 모르는 어벤져스들로서는 갑자기 피를 토해내는 토니가 걱정일 수밖에 없었다. 평소에 서로 치고 박고 싸우며 지냈어도 같이 전투를 보낸 동료가 아니던가.

 “의사, 의사를 불러오지.”
 “나, 나도 같이 가지.”

 원수나 다름 없던 스티브는 의사를 찾으러 나가고, 토니의 옆에 앉았던 토르도 급히 스티브를 찾아 회의실을 나갔다.
 어떡하지? 몰라, 나도. 여기서 다칠 일은 없을 텐데 누가…….
 대놓고 말을 나누지는 못하고 어정쩡하게 자리에 서서 서로 눈빛을 교환하는 어벤져스들의 모습이 토니의 눈에는 정말이지, 이보다 웃길 수는 없었다.

 “그런데, 3일 동안 비행기에서 시간을 보낸 토니가……. 부상을 왜 입었지?”

 누군가 자그마한 목소리로 한 혼잣말이 고요한 회의실에 퍼지면서 다들 몸이 뻣뻣이 굳었다.
 날고 있는 비행기 안에서 부상을 입었다? 이건 꽤 심각한 일이었다.

 “보스.”
 “알고 있네. 바튼, 카메라부터 확인하도록.”

 퓨리는 나타샤의 눈빛을 받고 바튼을 시켜 토니가 저렇게 된 이유를 찾기로 했다. 바튼도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깨닫고는 그 빠른 몸동작을 이용해 회의실을 나가려 했다.

 “잠깐! 괜ㅊ, 괜찮아.”
 “전혀 안 괜찮아 보여요, 토니. 독은 아는 것 같은데…….”

 아니, 언제 그렇게 나한테 신경을 썼다고 이리 비상인 건데? 신경을 주는 건 고맙다만, 이렇게 되면 뒷감당이 어려워 진다고! 차라리 라스베이거스에 가서 도박으로 돈을 다 잃는 게 낫겠어!

 “화장실만 갔다 오면 괜찮아.”
 “토니, 그 몸으로 움직이면 안돼요.”
 “괜찮다니까!”

 제발 날 좀 놔줘, 로마노프!
 토니는 로마노프의 억센 손을 뿌리치고 회의실을 나가려는데 자신의 앞을 가로 막는 다른 어벤져스들을 보면서 허탈이 웃었다.
 화장실만 가면 된다니까?

 “경고하는데, 화장실 좀 가게 해주지?”
 “Sir, 저도 움직이지 않는 것을 추천합니다.”

 맙소사, 비전까지! 토니는 온화한 표정으로 공주에 떠서 자신의 앞길을 막는 비전을 보며 생각했다.
 다시는 드라이버를 입으로 물지 않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