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8월 13일 토요일

[토니피터] 영화관

[토니피터] 영화관

ㄴ트위터의 토니(@Stark_of_end) 사장님과 파커(@SecretOfPrice) 군의 대화를 기반으로 적은 내용이에요.

ㄴ제 마음대로 슥슥 수정해 적었습니다!

ㄴ예쁜 사랑하세요, 두분♥







 ‘지금이 몇 시야…….’

 여느 때와 다름없이 어느 순간 순이 감겨지고 뜨면 난 항상 랩실에, 그것도 한 손에는 빌어먹을 회사 파일을 들고 깨어난다. 프라이데이, 몇 시야? 파일을 대충 아무런 곳에다가 던져놓고 자연스레 커피잔에 손을 뻗지만 당연히 든 커피는 없다.

[오후 12시 47분입니다, Boss. 오늘 오전 8시 44분에 잠드시고 총 4시간 3분을 주무셨습니다.]
 “4시-간? 그만큼이나 잤다고? OMG.”
[Boss. 미국의 평균 수면 시간은 약-,]

 프라이데이가 미국 평균 수면 시간의 통계를 알려주는 걸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거실 쪽으로 향한다. 일단 나가서 주린 배부터 채워야 하겠는데? 어제 저녁을 먹은 기억이 안 난다고. 그런데 내가 어제 랩실 문을 안 닫고 잤나?

 “-더미, 토니는 언제쯤 깨어날까?
 ‘피터?’

 살짝 열린 랩실 문 사이로 소파에 앉아 옆에 바보 모자를 쓴 더미와 얘기 중인 피터를 보곤 프라이데이에게 물어보니, 날 찾는 것 같아 그냥 들여 보내줬다고 한다. 내가 저 녀석을 보안 2등급으로 해두는 게 아니었는데…….

 “I’m wake up, Peter.”
 “토, 토니?”

 벌떡 일어나 놀람을 감추지 않은 멍청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는 게 귀여워 웃어줬더니 대뜸 눈꼬리를 축 내리고 울상을 짓는다.

 “얼마나 피곤했길래…….”
 “아침에 자서 그래, 아침에. 한 4시간 정도 잤나?”
[4시간 3분 주무셨습니다, Boss.]
 “그래, 4시간 3분. 프라이데이, 그런 것까지 안 알려줘도 된다고 내가 몇 번 말해?”

 더미, 이 컵 좀 갔다 놔. 더미에게 커피잔을 넘기고 대충 소파에 앉아 덜 깬 잠을 깨우기 위해 머릴 헝클려본다. 음, 어제 무리해서 오늘 일정을 전부 해소했으니까 이제 남은 건 데이트인가.

 “피터, 데이트나 갈까? 오늘 말이야. 시간을 말하면 그때에 맞춰 일정을 조정하지.”
 “데, 데이트요?……. 오늘요! 오늘!”
 “한 몇 시쯤으로 영화 보러 갈래? 영화관 안 가본지가 꽤 돼서 말이야.”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주머니에서 피터는 허겁지겁 휴대폰을 꺼내 최근에 하는 영화를 찾아 나에게 말을 해주었다. 1시 20분에 공포영화가 해요! 자기가 찾아낸 영화시간표를 밀어 보여주는 모습에, 하마터면 나도 모르게 손을 뻗어 저 앙증맞은 볼을 만질 뻔했다.

 “1시 20분? 공포영화 잘 못 보는 것 같은데 봐도 돼?”
 “……토니가 안아주면, 괜찮아요.”
 ‘이거 봐라?’
 “그러면 안기 좋게 커플 석으로 잡아놔야겠네. 프라이데이? 들었지?”
[방금 예매를 완료했습니다, Boss.]

 잘했어. 프라이데이를 칭찬하고 고개를 돌리니, 부끄러워선지 양 뺨이 붉어져선 애써 손 부채질을 하고 있던 피터가 아주 낮게 무어라 중얼거린다. 목소리는 안 들렸지만, 입 모양으로 보아선 ‘설렌다’ 가 맞겠지?

 “영화관이 가까우니까 1시쯤 나가자고. 준비해두고.”
 “뭐, 입지. 뭐 입지. 저 뭐 입어요?”
 “날도 더우니까 반팔? 캐주얼 한 걸로.”
 “똑같은 거 입어요, 똑같은 거. 커플티!”

 남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주 해맑게 웃으며 가까이 다가와 해달란 듯 바라보는 턱에 여간 곤란한 게 아니다. 아니면 영화를 보고 나서 같이 고르며 사는 것도 좋겠지. 그렇게 할까? 그러자 피터는 내 옆으로 쪼르르 다가와 붙어선 고개를 돌리고 손을 뻗어 내 손을 깍지 껴 잡는다.

 “……네.”

 아, 이거 정말로 안 좋은데. 프라이데이한테 심신 안정제라도 찾아보라고 해야 하나.
 결국엔 참지 못하고 돌린 피터의 고개를 붙잡아 그대로 뺨에 뽀뽀를 하니까 얼굴이 아침 햇살을 받아 빛난 토마토처럼 익어 고개를 푹 숙여버린다.
 진정해, 토니 스타크. 아직 상대는 어린애라고, 어린애.


†     †     †     †     †


 레몬에이드 두 개와 나쵸를 주문해 품에 들곤 영화관에 들어가 예매를 해둔 맨 뒤쪽 커플 석으로 가 앉자, 피터가 옆에 따라 앉고선 망설이다가 자연스러운 척 부드럽게 손 깍지를 껴온다. 조금 더 적극적으로 해도 되는데. 입으로 말하진 않고 음료와 나쵸를 양쪽 걸이에 건 뒤 옆에 딱 붙어 앉아준다.

 “이거 예고편 봤는데 무서운 장면 진짜 많이 나올 것 같아요.”
 “그래? 그럼 난 오늘 내 손이 안 부서지도록 빌어야 하나-.”

번쩍.

 그 순간, 갑자기 불이 확 꺼지며 영화의 시작을 알리는 오프닝 크레딧이 나타나자 화들짝 놀란 피터가 내 팔에 꼭 붙어 눈을 가린다. 피터, 아직 시작부분이야. 웃으며 음료를 한 모금 마시니 뻘쭘했던 녀석이 조용히 나쵸를 집어다 먹고 내 팔을 잡은 손에 힘을 준다.

 “토니……. 아, 안 무서워요? 곧 뭐 나, 나올 것 같잖아요…….”
 “난 그다지 무서운 게 없어서 말이야. 재밌는데?”

 치즈를 찍어 맛있는 나쵸를 하나 집어 먹으며 피터에게 네 반응이 더 무섭다고 하니까 시무룩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다가, 스크린에 나타난 귀신을 보곤 내 품에 파고 들어와 양 손으로 귀를 막고 눈을 감으며 벌벌 떨기 시작한다.

 “피터. 영화관에 왔으면 영화를 봐야지.”
 “귀, 귀, 귀신이 3D같아요……. 엉엉.”
 “아, 다음엔 3D로 볼까?”

 웃음을 꾹 참고 안아 달래주다가 장난을 치니 품에 고개를 박고 나올 생각이 없는 듯 비비며 ‘미쳤어, 미쳤어’ 를 연발했다.
 이거 사심 가지고 영화 보러 온 것 같은데, 피터. 응? 손가락으로 볼을 톡톡 쳐 놀려대다가 스크린에 갑자기 시체가 튀어 나온 시체 덕분에 방심을 하고 있던 나도 순간적으로 움찔거리며 행동을 멈췄다.

 “헉!……. 왜 갑자기 사람이 죽어.”
 “흠. 약간, 무섭기도 하네.”

 다행히 피터는 그걸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아서 괜찮은 듯 음료를 마시며 아까 꼈던 깍지에 힘을 줘 잡는다. 영화를 보다가 손이 달달 떨려와 의아해 피터를 바라보니, 극심한 공포에 목숨의 위협을 느낀 사람마냥 팔다리를 벌벌 떨면서 스크린을 잡아 먹을 듯 노려보고 있다.
 약간 불안한 감이 없잖아 있다. 이러다가 거미줄 날리겠네.

 “-영화야, 피터. 그러다 스크린을 향해 웹슈터 날리겠어.”
 “마, 마음같아선……, 날리고 싶-,”

쾅!

 “으아악!”

 갑자기 큰 효과음이 들리며 귀신이 튀어나오자 주변 사람들과 같이 고함을 지르며 눈을 가리는데, 고함소리 덕분에 내가 다 놀라 소릴 질렀다.

 “워우. 고함소리 때문에 나도 놀랐잖아, 피터. 푸흐흐…….”

 스크린의 영화는 제3자가 아닌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변환이 되면서 귀신이 계속 쫓아오는 걸 정말 리얼하게 볼 수 있었는데, CG효과가 꽤 많이 좋아서 나도 조금은 시선을 돌려 회피해 영화를 본다.

 “영화……, 언제 끝나요?”
 “이건 꽤 짧은 영화라고 했으니까……. 저 주인공이 귀신에게 죽으면 끝나지 않을까.”
 “차라리 죽어버려…….”

 푸하하, 차라리 죽어버리라니. 깍지 낀 손에 힘이 들어오는 걸 느끼며 피터에게 주인공한테 너무한 거 아니냐 말을 거니 피터는 고개를 죽이고 아무 말이 없었다.

 “……토니, 저 지금 토할 거 같아요.”
 “No, no. 안돼, 피터. 곧 끝날 것 같으니까 참아봐. 정 뭣하면, 다른데 신경을 쓰도록 노력을 해봐.”
 “토니 스타크의 멋있는 몸을 상상하자…….”

 눈을 감고 정말로 내 몸을 상상하려는 듯 집중을 하려 기에 당황해서 눈을 마주쳐 바라보니까 피터는 최근에 내가 사준 폰을(귀엽게도 이름을 앤서니라고 붙인) 꺼내 이어폰을 켜 노래를 틀었다.
 헛웃음이 튀어나와 이마에 키스를 해주며 다른 상상을 하라고 하니까-, 하하. 정말이지 이걸 어쩌면 좋을까.

 “가장 가까운 시기에 했던 키스를 상상해야지.”
 “하하……. 기억이 나면 얘기 해주지 그래.”

 못 말리는 이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고개를 돌려 영화가 언제쯤 끝날지 확인하기 위해서 스크린을 보니까 대뜸 손을 끌어당겨 시선을 돌리게 만든다.

 “말이 이상한데. 나랑 한 키스가 기억 안나요? 나랑 한 키슨데?”
 “고백한 뒤에도 했고, 네가 너무 좋아서 어떻게 하면 좋을까 물었다가 한번하고. 아-, 수영장에서 가장 진-하게 했지 아마? 큭큭.”
 “그, 그땐 서로 정신이 나갔었어요! 서로 밖에 보이지 않았던 것 같은데……. 최근엔 없네요? 사랑이 식었어!”

 상처를 받은 듯 잡고 있던 손도 때면서 옆으로 몸을 틀어버린 탓에 난감해졌다. 남의 속도 모르고 이렇게 행동하면 자제하기가 힘든데 말이야.

 “최근엔, 조금 자제중이라. 음, 영화 곧 끝나겠네. 아쉬우면, 여기서 해줘?”
 “저도 자제 중이거든요! 제 안에 부처가 있네요, 뭐!”
 “그래, 그래……. 어떻게 해달라고?”

 조금씩 틀었던 몸을 다시 돌리고 선배에게 고백하는 수줍은 여학생마냥 손을 무릎 위에 둬 꼼지락거려 나도 모르게 조금 위험하단 생각이 들었다.

 “……해달라고요.”
 “안 들리는데-, 피터. 정확히, 뭘?”
 “……으으응.”

 앙탈을 부리듯 소리 내며 살짝 고개를 들어 날 올려다보는 자세를 취한 탓에, 잠시지만 그대로 이성이 끊긴 듯했다.

 “흐응.”

 어깨를 끌어당겨 혀를 축인 뒤 피터의 아랫입술을 깨물어 턱을 벌리곤 물컹한 혀를 집어 넣어 이전에 했던 키스로 찾은 예민한 살덩이 부분을 살살 간질이면서 뒤통수를 잡아 떨어지지 못하게 만든다.
 내 허리를 살며시 감싸 안고 반응을 해오는 피터가 어설픈 키스 실력으로 조심이 혀를 얽혀보며 막힌 신음을 코로 흘린다. 그 반응이 좋아, 안쪽 깊숙이 입천장부터 시작해 잇몸을 건들이며 숨을 쉴 타이밍을 없애고 키스를 하는데-, 내 허리에 있던 손이 선을 따라 슬슬 위로 올라오는 걸 느끼곤 그제야 정신이 차려져서 감았던 눈을 뜨고 피터의 혀를 살짝 깨물며 떨어진다.

 “……지금은, 여기까지. 영화가 끝났어, 피터.”

 키스를 끝내고 나서 안 사실이지만,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있어서 조금씩 불이 들어오고 있었다.

 “……짧아.”

 아쉬운 표정을 전혀 숨기지 않고 키스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몽롱한 눈빛으로 자기가 방금 무슨 말을 했는지는 아는지 모르는지, 피터는 입맛을 다시며 남은 나쵸와 레몬에이드를 들고 같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난번에도 말했던 것 같은데, 어떻게 보면 네가 더 적극적이란 말이야.”
 “적극적인 거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소심하게 할까요?”
 “아니. 적극적인 게 좋지. 계속 그렇게 해주면 좋겠어, 피터. 소심하면 건들기가 애매모호해서. 아,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오지.”

 쓰레기를 버리고 피터에게 기다리라고 한 다음 의외로 사람이 하나 없는 화장실로 들어가 칸막이에 몸을 집어 넣고 잠근다.

 “……젠장.”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마른 세수를 하며 아까 전에 했던 키스를 되돌려본다.
 신음이 삼켜져 몸으로 반응해와 움찔거리던 허리, 서툰 키스로 날 흥분시켜온 조그마한 혀, 유혹이라도 할 생각이었는지 허리선을 쓰다듬던 손길, 여운이 남아 흥분한 얼굴로 날 바라보던 나의 애인.

 “이러다가 정말, 내가 일을 쳐버릴 것 같은데…….”

 앞으론 어떻게 자제를 해야 할지, 막막해지는 시야에 한숨을 쉬며 칸막이 벽에 기댄다.




2016년 6월 17일 금요일

[어벤져스/토니]I'm warning. Stay away from my sir, or my boss.

[어벤져스/토니]I'm warning. Stay away from my sir, or my boss.

ㄴ네이버 블로그 DM(sho_125)님이 쓰신 썰을 기반으로 적었습니다!!!

ㄴ음, 커플링이라고 말할 수 있다면야... 아마, '자비스토니프라이데이' 가 되지 않을까요!..

ㄴ썰 너무 감사합니다, DM니뮤ㅠㅠㅠㅠㅠㅠㅠㅠㅠ







​[경고합니다, 나타샤 로마노프. 경고합니다.]
 “프라이데이, 잠깐 그를 만나게 해줘.”
[위험 등급 1등급, Boss께 가는 걸 원치 않습니다.]
 “하아…….”

 어 김없이 열리지 않는 문을 보며 나타샤는 한숨을 쉬었다. 이걸로 벌써 몇 달째던가, 석 달째지 아마. 오늘도 토니 스타크는 어벤져스로서 활동을 하지 않았다. 근처에서 빌런들이 떼로 나타나 사람들을 위협하고 있건만, 스타크 타워에선 아이언 맨 한기도 보내주지 않았다.

 “그에게 이 말 좀 전해줄래? 그럴 거면 차라리 쉴드나 어벤져스를 나가라고.”

 도도히, 그러면서도 위협적으로 뒤를 돌아 스타크 타워를 빠져나가는 나타샤의 모습을 커다란 TV 화면으로 보고 있던 토니는 습관적으로 인상을 쓰며 떨리는 손으로 녹즙이 담긴 컵을 잡았다.

 “……프라이데이.”
[데이터의 기본적인 구축은 이미 끝났고 프로그램만 백업하면 됩니다, Boss.]
 “최대한 빨리, 부탁하지.”

삑.

 ‘네! 지금 바로 헐크가 빌런들의 무리 속에 들어가 시선을 끌어-,’

삐빅.

 TV를 다른 곳으로 돌리자마자 나오는 전투 소식에 토니는 신경질적으로 화면을 껐다.
 내가 지금 몇 일째 악몽에 시달리고 있더라……. 103일째 입니다, Boss. 이제는 머릿속으로 생각한 게 입 밖으로 툭툭 튀어나오기 시작한다.

 “……프라이데이, 밖에 상황이 심각한가?”
[어벤져스와 쉴드의 요원들이 곳곳에서 나타나 빌런들을 처리하고 있지만, 물량에서 밀려 얼마 가지 않아 패배할 것입니다.]
 “아이언 맨이 나간다면?”
[현재 구동 가능한 아이언 맨 시리즈는 총 47기 입니다. 계산 결과, 8기만 보내도 빌런들의 진압이 가능합니다.]

 얼마 남지 않은 녹즙을 한번에 다 마시고 천천히 유리창에 다가간 토니는 불현듯 떠오르는 악몽의 기억에 본능적으로 유리창에서 두세 걸음 떨어졌다. 젠장, 빌어먹을 트라우마.

[아이언 맨 슈트를 입고 나가시는 걸 추천하지 않습니다, Boss.]
 “언제까지 트라우마에 살고 있을 순 없어, 프라이데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꼭 지금 이여야 할 필요가 없습니다. 아까 전에 나타샤 로마노프의 모습을 잠깐 본 것만으로 Boss의 심장 박동수가 급히 올라가는 것이 체크되었습니다.]

 토 니는 프라이데이의 말을 들으면서 머릿속으로 ‘그래, 나가지마. 그냥 아이언 맨만 보내자고’ 라며 저도 모르게 수긍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그의 눈길에 작업실로 내려가는 계단이 보였고, 습관적으로 그 계단을 타고 내려간 토니는 시간이 조금 지나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쯧.”

 정신을 차리고 보인 것은, 부숴져 있는 세 명의 아이언 맨이었다.
 마스크가 뜯겨져 나가고 곳곳에 금과 스크래치가 난 아이언 맨, 성한 곳이 없이 부숴진 아이언맨, 아크 원자로 부분이 처참히 깨진 아이언 맨까지.
 이 세 개의 아이언 맨들을 보면서 토니는 또 다시 떠오르는 악몽에 치를 떨었다. 이까짓 게 뭐라고 지금 내가……. 마음 같아서는 그냥 당장에라도 아이언 맨을 입고 밖에 나가 빌런들을 물리치고 싶었지만, 토니는 그럴 수가 없었다.

[다시 한번 말씀 드립니다, 아이언 맨 슈트를 입고 나가시는 걸 추천하지 않습니다, Boss.]
 “프라이데이, 만약 내가 네 말을 무시하고 나간다면……. 그래도 말릴 건가?”
[본, AI프라이데이는 Boss의 명령을 따릅니다.]

 그런 꼼수는 쓰지 말라고, 프라이데이……. 은근 슬쩍 말 속에 ‘명령’ 이란 말을 집어 넣어 자신의 트라우마를 건드리는 프라이데이를 보며 토니는 웃음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학습 능력이 너무 뛰어나도 문제라니까-.

 “얼마 만인지 모르겠네.”

 자 기 앞에 있는 아이언 맨들을 보며 중얼거린다. 트라우마로 인해 아이언 맨을 입고 나갈 수가 없었지만, 그렇다고 만드는 것을 멈추는 건 아니었다. 최신 기능을 항상 업데이트 하여 언제라도 최상의 조건으로 나갈 수 있도록 모든 준비를 끝내는 것이 석 달간 그가 한 짓.

 “지금 당장 빌런 무리들의 특성을 파악해.”
[이미 정보 파악을 끝내놨습니다, Boss.]
 “오-, Sweety. 이미 다 끝내 놨으면서도 그런 거였어?”

 허공을 향해 눈을 찡긋하며 프라이데이에게 말을 거는 토니의 모습은 예전과 똑같았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면서 프라이데이는 묵묵히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중앙에 빌런들의 정보와 현재 상황을 보여준다.

[대부분의 빌런은 거의 같은 능력을 사용합니다. 그렇다고 능력자들이 많지는 않아요.]
 “저거 어디서 많이 본 복장들이야, 프라이데이.”
[하이드라입니다, Boss. 빌런 무리에 하이드라가 섞여 있어 꽤나 심각한 상황입니다.]
 “그래서 로마노프가 나한테 도움을 요청한 건가? 좋아, 그럼 그 요청을 들어줘 보자고.”

짝, 짝.

 가볍게 박수를 두 번 치자, 컬렉션처럼 진열이 되어 있던 아이언 맨 슈트들 중 하나가 그에게 날아왔다. 인식 팔찌가 아닌 몸 속에 칩을 박아둬서 아이언 맨 슈트는 아주 빠르고 안전하게 입혀졌다.

기이잉.

 팔과 다리를 움직이면서 들리는 무척이나 익숙한 소리가 들려온다. 문득, 마스크의 홀로그램으로 보는 앞이 왠지 모르게 울렁인다는 생각이 토니의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자마자 다리에 힘이 쫙 빠지면서 펄썩 주저앉는다.

 “허억……, 헉.”
[Boss, 심장 박동수가 점점 올라가고 있습니다.]
 “알아, 나도……, 안다고.”

 조금, 긴장해서 그래, 긴장해서. 지금만 지나면 완전히 팔팔해 질 테니까 기다려봐. 조금씩 숨을 내쉬며 안정을 찾아간 토니는 꼴사나운 자기 모습에 스스로를 비웃으며 다시 일어났다.

 “좋아. 그럼 나 말고 아이언 맨 몇?”
[Boss의 아이언 맨을 제외하고 6기가 더 나갑니다. 인원을 늘릴까요?]
 “Nope. 그 정도면 됐어. 내가 두 명의 몫을 할 수 있다고.”
[활주로를 열겠습니다.]

위이-잉.

 밖으로 나가는 활주로가 열리면서 가장 먼저 뒤에 있던 6개의 아이언 맨이 출발을 했다. 자신이 만든 아이언 맨의 뒷모습을 보면서 토니는 의미심장하게 침을 한번 삼키고, 출발했다.

 “실시간 상황, 프라이데이.”
[헐크가 있는 쪽에 2기를, 나타샤 로마노프와 클린트 바튼 쪽에 각각 1기씩, 피터 파커에게 1기, 마지막 1기는 가장 근처에 있던 빌런에게 향했습니다.]
 “지금 가장 심각한 쪽은?”
[헐크입니다. 3블록 뒤 바로 오른쪽으로 쭉 가시면 됩니다.]
 “Okay.”

 너 무 오랜만에 입고 움직이는 거라 처음에는 비행이 흔들리고 문제가 있었지만 그것도 잠시, 토니는 금방 적응하여 빠른 속도로 빌런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Boss, 어벤져스에서 통신을 요청해 왔습니다. 연결할까요? 잠깐, 잠깐만 기다려.

위이잉, 퍼엉!

 날라오는 미사일을 빔으로 맞춰 터트리고 밑으로 내려가 미사일을 쏜 하이드라의 일원을 제압해 기절시키곤 다시 날아올라 헐크가 있는 쪽으로 향한다.

 “좋아, 요청 수락.”
[연결되었습니다.]
 ‘토니?’
 “Beautiful weather. Isn't it(아름다운 날씨야, 안 그래)?”

 통화에 연결된 상대는 아까 전에 만나러 왔던 나타샤였다. 드디어 폐인에서 벗어난 건가요? 나타샤의 질문에 토니는 애써 웃으면서 대꾸를 해주었다.

퍼엉! 펑!

 “도대체 뭘 했길래 빌런들이 이렇게 떼로 지어서 온 거야?”
 ‘하이드라가 문제에요. 그들이 다시 윈터 솔져를 만들려고 하기에 쫓다가 반격을 당했어요.’
[Boss, 진정하세요.]

 윈터 솔져라는 그 단어에, 토니는 자연스레 분노와 흥분으로 둘러싸였다. 난 괜찮아, 프라이데이. 정말로 괜찮다고. 팔을 뻗어 또 다른 빌런들을 해치우며 나아가는 아이언 맨의 모습을 시민들이 보며 소리를 치기 시작했다.

 “맙소사, 아이언 맨이야!”
 “그가 돌아왔어!”
 “우린 살았어, 살았다고!”

 젠장할. 예전이었다면 저리 말하는 시민들을 위해 빌런들을 없애는데 힘을 썼겠지만, 지금의 토니는 그러질 못했다. 되려, 긴장감이 배로 되어 제대로 된 싸움을 하지 못하기 시작했다.

 “로마노프, 일단 이번 건 도와줄 테니까 나중에 계좌로 돈 보내두라고.”
 ‘이런 상황에 이런 농담도 오랜만이네요.’
 “그래, 내가 그렇게도 보고 싶었다는 건 알겠으니까 우선은 싸움에 집중하지.”
[통신을 끊겠습니다.]

 프 라이데이는 정말로 토니가 싸움에 집중하기 위해서 통신을 끊은 게 아니란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주인인 토니가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있었기에 프라이데이는 그저 묵묵히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 그가 먼저 말을 꺼내길 기다렸다.

[전방에 헐크가 있습니다. 드문 염력 능력자에게 압박을 받고 있는 듯합니다.]
 “조준해, 프라이데이. 쏴 버려.”
[Yes, Boss.]

퓨웅-.

 작은 미사일 하나가 능력자로 보이는 이에게 다가갔고, 얼마 안가 그의 몸은 감전이 되어 바닥에 덜덜 떨면서 쓰러졌다. 크와-아. ……빨리 다음 타깃으로. 토니는 무의식적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헐크의 시선을 피해 옆쪽으로 달아났다.

[다음은 피터 파커가 있는 쪽입니다. 2블록 전진 후 왼쪽으로 돌아 3블록을 간 뒤 오른쪽입니다.]
 “마, 말하지, 말고 그냥 방향 띄워.”

 아무렇지 않게 말을 하려고 했지만 쉽게 되지는 않았는지 토니는 저도 모르게 말을 떨며 내뱉었다. 도와주겠답시고 나서기는 했지만, 역시나-. 프라이데이는 자신의 주인이 아직 트라우마에서 단 한걸음도 못 나온 걸 깨달았다.
 겨우 옛 동료인 헐크의 한번의 눈길 때문에 이리도 불안정한데 과연 싸움이 끝나고 모두가 모일 때가 되면 어떻게 될까? 프라이데이는 자신과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주인을 보며 그를 위해 진정이 될 말을 건넸다.

[프로젝트 J의 프로그램 백업이 48%가 되었습니다. 전투가 다 끝나고 난 뒤면 백업이 100%가 될 것입니다, Boss.]
 “……Thank you(고마워), 프라이데이.”

 호흡도 진정이 되고, 미세하게 떨리던 손과 다리가 아까 보다 훨씬 덜 떨리는 자신의 주인을 보면서 프라이데이는 어떻게 해서든 자신의 주인을 지켜야겠단, 알 수 없는 감정에 빠지기 시작했다.


†     †     †     †     †


콰앙, 쾅!

 빔을 쏴 맞춘 자동차가 저 멀리 날아가며 몰려 있던 하이드라들을 한꺼번에 처리했다. 대략 2시간의 긴 싸움. 그 2시간 동안 토니는 아이언 맨 슈트 안 속 땀에 절어서 거친 숨을 몰아 내쉰다.
 아이언 맨 슈트 속엔 에어컨 기능까지 있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식은땀이 계속 나는 것은 멈출 수 없었나 보다. 중간에 어벤져스들을 얼마나 많이 만난 것인지……. 토니는 치를 떨었다.

 “이걸로 끝인가?”
[마지막 빌런과 하이드라는 클린트 바튼과 스티브 로저스로 인해 처리되었습니다.]
 “그럼 이제 그만 가지.”
[Boss, 스티브 로저스에게서 통신이 왔습니다.]
 “…….”
[끊을까요?]
 “연결……, 해.”

 하필이면 제일 만나기가 싫은 상대와 연결이 되다니, 프라이데이는 감정을 느낄 순 없지만 ‘씁쓸하다’ 란 것을 알 수 있었다. 토니? 로저스의 목소리가 헬멧 속에 울린다.

 “캡, 틴.”

 진 정해, 스타크. 진정. 겨우 목소리 가지고 이리 긴장을? 이전의 토니 스타크가 울고 가겠어. 스스로에게 말을 걸며 식은 땀이 나는 손을 꽉 쥐는 모습이 애처롭기 그지없다. 고맙게 되었네, 덕분에 이길 수 있었어. 토니의 귓속으로 로저스의 목소리가 기계음마냥 들려오기 시작한다.

 “별말씀을. 그럼 나는 이만 가 볼 테니 알아서들 처리하도록 해.”
 ‘가본다고? 그러지 말고 한번 만나는 게 어떤가. 내, 부탁하지.’

 스타크 타워로 향하고 있던 아이언 맨의 속도가 점점 느려진다. 로저스가 저 말을 했을 때부터 프라이데이는 자신의 주인이 이기지 못하고 수락할 것이란 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어디지? 아니, 어딘지 아니까 금방 가도록 하지.”
 ‘부탁을 들어줘서 고마,’
[통신을 끊겠습니다.]

 로 저스의 말이 채 다 끝나기도 전에 프라이데이가 통신을 끊는 것을 보고, 토니는 긴장감이 사라져 살짝 웃어 보였다. 하하핫, 프라이데이? 너한테 이런 유머가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는걸-. 오랜만에 들어보는 주인의 웃음 소리에 프라이데이는 자신의 ‘기분이 좋아졌다’ 라는 것을 인식했다.

 “일단 캡틴이 있는 곳으로 가자고.”
[알겠습니다, Boss.]

 프라이데이가 통신을 추적했기 때문에 어벤져스들이 모여있는 곳으론 금방 갈 수 있었다. 대략 500m 정도 남았을 때, 토니는 저 멀리 서 있는 사람의 형체들을 보면서 저도 모르게 가던 것을 멈출 뻔 했다.

[지금이라도 돌아가실 수 있습니다.]
 “이미 저들도 날 봤는데 돌아간다고? 푸흐흐. 프라이데이, 이미 늦었어.”

슈우웅.

 안정적이게 지상에 착지를 하고 나자, 저 멀리서 보던 때보다 더욱 더 도망치고 싶다는 느낌이 팍팍 들기 시작했다.
 가장 선두에 있던 로저스가 방패를 뒤에 걸고 천천히 다가오는 모습이, 꽤 시간이 지난 어느 때의 모습과 오버랩이 되어 보이기 시작하는 터라 토니는 정말로 미칠 지경이었다.

 ‘프라이데이가 마스크를 벗겼더라면 표정에 다 나타났겠지.’

 처참하게 무너져 있는 자신의 얼굴이. 로저스가 그의 앞에 서자 뒤에 있던 다른 어벤져스들이 차례로 다가와 그들은 그들 자신도 모르게 토니를 심리적으로 압박하기에 이르렀다.

 “스타크.”
 “캡틴.”

 서로 아무런 말 없이 빤히 바라만 보고 있는 것을 뒤에서 보고 있던 바튼이 보다못해 캡틴의 뒤로 다가가 무어라 속삭였다. 캡틴, 하신다면서요. ……막상 입이 안 떨어져서 그랬네. 그럼 지금 하세요.
 로저스와 바튼은 토니의 귀엔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속삭이며 눈치를 봤다. 그리고 이런 행동은 이 둘뿐만 아니라 뒤에 있던 다른 어벤져스들에게도 포함이 되었다.

 “모두를 대표해서, 할말이 있네.”
 “뭐지? 설마 그 동안 내가 아무런 활동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한 시말서를 쓰란 소린 아니-,”
 “진심으로 사과하지.”
 “-겠, 뭐?”

 내가 방금 뭘 잘못 들은 거 같은데 말이야, 프라이데이? 이번만큼은 프라이데이도 예상치 못했던 답변이라 반응을 해줄 수가 없었다. 토니의 앞에 서 있던 로저스는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자신의 올곧은 눈동자를 빛냈다.

 “특히나, 버키에 관한 일은 내가 진심으로 사죄하지.”
[프로젝트 J의 프로그램 백업이 98%가 되었습니다. 잠시 후면 정상 작동이 될 것입니다, Boss.]
 “버키는 내 친구였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었어. 그렇지만 내가 자네한테 단 한마디도 없었다는 건 확실히 문제가 있지.”

 예전엔 저 사과의 말이 얼마나도 듣고팠던지, 캡틴은 내 마음을 절대로 모르겠지.
 끊 임없이 꿔왔던 악몽 속에서 들었던 말들은, 죄다 마음 깊은 곳을 찌르다가 못해 찢어 놓기까지 했던 바닥으로 떨어진 검은 무언가들 밖에 없었다. 전부 너 때문이야. 어째서 막질 못했지? 너만, 너만 도와줬어도. 네가 있기만 했었어도…….
 네 탓이야, 토니 스타크. 전부다 네 탓이라고.
 모 이고 모여 알 수 없는 형태의 뭉텅이가 되어버린 이것은 토니 스타크 자신도 알 수 없는 기이한 감정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더 단단하게 변질이 되어갔고, 지금에서는 그토록 듣고 싶던 사과의 말이, 그 어떤 때보다 제일 듣기 싫은 말이 되어 있었다.

 “우리 자세히 얘기를 나눠서 풀어나가는 것이,”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마, 캡틴. 말도 안 되는 소리.”
 “이봐, 토니. 모두들 진심으로 자넬 걱정해서…….”

 날 걱정했다고? 쩍. 속 깊은 곳에서 단단히 굳혀진 검은 무언가에서 금이 나기 시작하는 걸 느꼈다. 하하, 잘도 날 걱정했겠어. 금이 간 곳에서 흘러나오는 감정들은 분노도, 슬픔도, 억울함도, 원망도 아니었다.

 “얼굴 한번 봤으면 된 거겠지? 그럼 난 이만 가겠어.”
 “토니!”

 토 니가 반쯤 허공에 뜨자 로저스는 빠르게 아이언 맨의 슈트 발목을 붙잡아 더 이상 올라가지 못하게 만들었다. 반사적으로 자신의 발목을 잡은 로저스를 향해 손바닥을 뻗어 빔을 발사한 토니는 순간 주춤하면서 지금 상황과 어떤 상황이 또 다시 오버랩이 되는 걸 느꼈다.

 ‘모두 다 네 잘못이야.’
 “?!”

위이잉.

 오른편에서 누군가 속삭이듯 말을 걸어오기에 바로 방향을 바꿔 오른쪽을 조준한 토니는 아무도 없는 걸 보고 적잖게 당황해 했다. 분명히 들었는데. 그것도 익숙한 목소리였어…….

 ‘모두 네 잘못이라고.’

파앙!

 이번에는 확인도 하지 않고 바로 반대편을 향해 빔을 쐈다. 하지만 역시나 아무도 없었고, 캡틴을 공격한 토니를 향해 각자의 무기를 겨누고 있는 어벤져스들만이 이상하게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Boss, 진정하셔야 합니다.]
 ‘저들을 봐. 왜 저들이 널 향해 무기를 들겠어?’
[현재 정상적이지 않은 뇌파의 패턴으로 고 베타파가 나오고 있습니다. 흥분하시면 안됩니다.]
 ‘바로 네가 한 짓들 때문이지. 항상 문제는 네가 들고 왔어, 토니 스타크. 네가 만들었다고.’

 제대로 정신을 차릴 수 없는 상태에서, 마지막 말을 들은 토니는 그제서야 이 목소리를 어디에서 들었는지 알 수가 있었다.
 항상 꿔왔던 악몽에서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던, 바로 ‘자신’ 의 목소리. 그걸 알자마자 토니에겐 더 이상 목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하지만 목소리는 언제 어디서나 나타날 수 있다는 걸 그는 알았다.

 “내가, 내가 만들었어. 맞아, 내가…….”

 검던 무언가의 금이 갔던 부분에 누군가 못을 대고 박는지, 토니의 감정은 천천히 조각조각이 되어 흩어지기 시작했다. 공중에 떠 있던 아이언 맨은 토니의 이상한 정신 상태로 인해 갑자기 균형을 잃어 밑으로 떨어졌다.

 “토니!”
 “스타크씨?!”

 딱 봐도 이상하게 바닥으로 떨어져서 그런지 그나마 어벤져스에서 그와 친근한 유대감을 나누던 배너와 광적으로 존경하는 파커가 걱정이 되어 토니에게 달려갔지만, 얼마 가지 않아서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위이잉.

[더 이상의 접근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브루스 배너, 피터 파커. Boss에게서 떨어지시길 바랍니다.]
 “……프라이데이?”
 “프라이데이가 왜 저러는 거죠?”

 토 니가 착용하고 있던 아이언 맨 슈트가 프라이데이의 조종에 따라 강제로 움직이며 배너와 파커에게 조준을 한다. 일부러 자신의 목소리가 어벤져스들에게 다 들리도록 볼륨을 키운 프라이데이는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토니를 걱정하며 천천히 슈트를 일으켰다.

[Boss에게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권하지 않습니다, Dr.배너.]
 “토니에게 무슨 문제라도 생긴건가?”
[Dr.배너, 방금 그 질문은 그 누구보다도 어벤져스가 가장 잘 알 것이라고 생각하는바, 답변을 하지 않겠습니다.]

 어벤져스들은 도통 프라이데이의 말을 알아먹지를 못해 그저 위협을 하고 있는 아이언 맨 슈트를 향해 무기를 바로 잡을 뿐이었다. 유심히 아이언 맨을 바라보고 있던 배너는 문득 든 생각에 프라이데이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내뱉는다.

 “프라이데이, 왜 토니가 말을 하지 않는 거지?”
[현재 대답하실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설마 폭발된 건 아니겠지?”

 폭발되다니, 뭐가? 어벤져스들은 프라이데이와 배너 사이에 오가는 알 수 없는 말을 그저 가만히 듣고만 있다는 것에 살짝 짜증이 올라왔지만 심각한 배너의 표정을 보고선 금방 사라졌다.
 유일하게 어벤져스 안에서 토니와 공감대를 형성했던 사람이라서 그런지, 배너는 너무나도 쉽게도 프라이데이의 말만 듣고 토니의 상태를 짐작한다.

 “프라이데이. 지금 당장 토니를 슈트에서 떨어트려 놓는 게 좋다고 난 생각해. 가만히 놔두다간 어찌될지 모르잖아? 일단은 우리 쪽에서 치료를 받는 게,”
[그것은 가장 위험한 선택이라고 계산이 된바, 요구를 들어줄 수 없습니다.]
 “네가 무슨 걱정을 하는지 아니까, 그저 다른 사람들은 다 빼내고 나만 그를 만나서 얘기한다면…….”

우우웅-.

 마 찬가지로 요구를 들어줄 수 없습니다. 평소에도 딱딱했던 음성이, 오늘따라 왜 이리도 더욱 차갑게 느껴지는 것인지 배너는 알 수가 없었다. 그러면 어떻게 할 건데? 무슨 방법이라도 있는 건가? 아까보다 더욱 많이 에너지가 모인 손바닥을 보며 배너는 조심스레 침을 삼킨다.
 슬쩍, 앞으로 다가온 로저스가 방패를 꺼내 들고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완다는 조심이 무릎까지 붉은 방어막을 만든다.

 “역시 나오는 게 아니었어, 프라이데이. 나오는 게 아니었다고. 지금 당장 돌아가. 타워로.”
[그전에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Boss.]
 “필요 없으니까 빨리! 이러다간 너마저 날 두고 갈 까봐 내가 두려-,”
[I don’t leave you(전 당신을 두고 가지 않습니다), Sir.]

 맙소사, 드디어 환청이 날 지옥으로 끌어들이는 건가? 토니는 헬멧에서 울려 퍼지는 너무나도 익숙한 목소리에 그리 생각했다. 이 목소리는 비전과 똑같은 목소리지만 엄연히 다르고 그 말 속에 들어있는 감정 또한 다른-.

[It's good to see you again(다시 만나게 되어 기쁩니다), Sir.]
 “……자비스?”

 자비스의 것이었다. 기억에 남아있던 똑같은 음조, 잠깐 어찌된 일인지 생각을 하던 토니는 이내 탄성을 내뱉는다.

 “프라이데이?……. 프로젝트는?”
[프로젝트 J. AI 자비스의 복원이 100% 완료되었습니다, Boss.]
 “맙소사…….”

 머 릿속을 미치게 만들던 모든 것들이 전부다 밖으로 토해내진 듯, 그런 듯이 토니는 힘껏 숨을 내쉬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I'm so sorry……. Just sorry, Jarvis. 그 동안의 한이 맺혔던 모든 걸 다 꺼내 울부짖는 턱에 아이언 맨 슈트 안에 있음에도 불과하고 가까이에 있던 로저스와 배너, 파커는 그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이제……, 프로젝트는 성공을 했으니까.”
[네, 집으로 돌아가겠습니다. Boss.]
[신체 스캔 결과, 다소의 부상이 발견되었습니다. 타워에 도착하면 치료부터 하시길 권합니다, Sir.]

 예전과 전혀 다름이 없는 자비스의 모습에 토니는 더욱 울적한 기분이 되어가며 슈트를 움직여 다시 떠올랐다.

 “토니!”
 “스타크!”

콰아-앙!

 토니가 떠오르자마자 그 일대는 금방 먼지로 가득해졌다. 떠나려는 토니를 잡으려 움직인 이들을 향해, 언제부턴가 토니의 뒤쪽에 모여있던 아이언 맨들이 전부 그들을 향해 공격을 했기 때문이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어벤져스 여러분들.]
[Sir은 저희들에게 가장 우선시가 되는 사람입니다.]
[지금 이 시간 부로 본, AI프라이데이와 자비스는 Boss에게 정신적 타격과 안전을 위협하는 어벤져스를 적으로 간주합니다.]

 먼지들이 조금 사라졌을 때쯤, 아이언 맨 6기가 전부 어벤져스들을 재 조준하여 공격을 준비했다. 어벤져스들은 조금 심각한 표정이 되어 토니를 바라본다.
 하지만 토니를 대신해 음조가 일정한 자비스와 프라이데이의 목소리만이 무겁게 가라앉은 이곳에 퍼졌다.

[I'm warning. Stay away from my Sir.]
[I'm warning. Stay away from my Boss.]




2016년 6월 13일 월요일

[피터토니]Shut up, Peter

[피터토니]Shut up, Peter

ㄴ드디어 완성입니다아아아!!!







 프라이데이, 배율은?”
[코카인을 썼을 때와 비교를 하면 프로카인이 0.3배 위력이 약합니다.]
당연히 그렇겠지. , 프로카인으로 일단 샘플 하나 만들어.”

아이언 맨 아머에 탑재해 전투에 쓰일 마취제를 개발하는 토니는 벌써 사흘째 잠을 겨우 6시간 밖에 자질 못했지만 어째선지 팔팔해 보였다.
 여기 어디에 내가 비커을 나뒀을 텐데-. 아하, 여기 있군.

[Boss, 샘플이 완성되었습니다.]
“Thank you, 프라이데이.”

의자를 돌려 프라이데이가 완성시킨 마취제 샘플(주사기 형태)을 가져온 토니는 도저히 초록색의 무슨 약물인지 모를 액체가 든 비커에 샘플을 넣어 일정량을 빨아들여 다시 배합했다.
 프라이데이는 자신의 보스가 얼만큼의 양을 빨아들여 배합했는지를 몰랐기 때문에 그에게 정확한 검사를 할 수 있도록 검사기에 올려달라고 부탁을 했다.

이것보다는, 이거 분석해봐. 어떤 한 빌런한테 빼내온 건데 마취 효과가 있더라고. 프라이데이?”
[Yes, boss.]

 50ml 비커에는 대략 20ml의 초록색 액체가 남아 있었다. 만약, 이 배합이 성공한다면 도망친 이 빌런을 찾아 다시 나가야 할지도……. 사흘 동안 밖에 나갈 생각도 없었던 토니가 밖에 나가고 싶다 생각한 이유는, 역시나 일 때문이었다.

[Boss, 피터 파커가 1층에서 승인 요청을 했습니다.]
피터? , 이번에는 어떤 과제를 내준다.”

 피터에게는 토니 스타크의 집과 작업실은 아마 어린아이들의 디즈니랜드와도 같은 격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틈만 나면 피터는 토니에게 찾아왔고, 항상 바쁜 토니는 정당히 놀아주면서도 귀찮아 해서 피터에게 툭툭 과제를 내어주곤 했었다.

시간이 꽤 걸릴 만한 걸 찾아야 될텐데.”
[Boss, 분석이 끝났습니다.]
띄워.”

 분석이 끝났다는 말이 들리자마자 토니는 머릿속에서 다른 문제를 전부 다 지우고 오로지 결과만을 머릿속에 담아 넣었다.
 그간 연속된 전투와 부상, 회복, 컨설팅, 다시 전투. 그러다가 이번에 퓨리 국장이 강제로 휴가를 주었는데, 주면 뭐하는가. 토니는 휴가를 받아도 피로를 풀지 않고 되려 쌓고 있었다.
 토니 스타크, 그는 완전히 일 중독과 자멸감에절어 있었다.

그 빌런이 어떻게 캡틴을 마취시켰나 했더니……. 마취가 아니라서 그랬던가?”

 프라이데이가 분석한 초록색 액체의 결과는 토니가 헛웃음이 나오게 만들었다.
 마취 성분은 겨우 10% 밖에 들어있지 않고 30%는 신경 자극, 60%는 흥분제와 같은 효과를 냈다. 간단히 결론만 말하자면, 이 초록색 액체는 마취제가 아니라 최음제랑 비슷하다고 보면 되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캡틴은 신체 체질상, 마취가 아니라도 통하지 않을 텐데.”
[아래에 있는 자세한 분석 결과를 보면 40ml만 주입해도 헐크 또한 효과를 받을 순수성입니다. 일반인에겐 조금만 주입을 해도 빠른 시간 내에 몸 밖으로 배출되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습니다.]
그만큼 흥분제가 진하다고? 뭐 그런.”

흔들 흔들.

 주사기 속 액체가 찰랑이는 걸 보고 있던 토니는 혀를 차면서 뭐 이런 걸 다 만들어내는 빌런이 있냐며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 그래도 나름 쓸모가 있긴 하겠네. 바람둥이의 토니 스타크는 이 액체는 조만간 잘 이용해 볼 가치가 있다며 머릿속으로 음흉한 생각을 했다.
 물론, 그 조만간이금방이 될 줄은 몰랐지만.

스타크씨!”
“Shit the……!”
, 팔에 그건 뭐에요?”
빌어먹을 거미 꼬맹이가 진짜…….’

토니는 갑자기 천장에서 뚝 떨어져 얼굴을 보인 피터 때문에 깜짝놀라 저도 모르게 실수를 해버렸다. 손에 들고 있던 주사기를 그대로 팔에 박아버린 것이다.
 다행이라면 다행인 사실이, 주사기에 든 액체가 3분의 1만 신체로 들어갔다는 것?

아니야, 이건 전혀 다행이 아니라고…….’
스타크씨? 토니이-.”
이름 부르지마, 꼬맹이(Kid).”

토니는 손으로 피터의 얼굴을 밀어내곤 거칠게 주사기를 뽑았다. 피가 같이 흘러내려 당황한 피터가 거미줄(천장에 붙은)에서 내려와 주머니에 마구 쑤셔 넣어뒀던 손수건을 꺼내 피를 닦으려 했지만 토니는 재빨리 뒤를 돌았다.

프라이데이, 빨리 이거 분석해.”
[199를 부르는 것을 권합니다.]
부르지마. 기자들이 서로 모여 파티를 하는 꼴 나게 하고 싶진 않으니까.”

 분석기 위에 있던 비커를 치우고 주사기를 놓은 토니는 다시 뒤를 돌아 골치아픈 표정으로 자신을 걱정스레 바라보는 피터를 어떻게 할지 고민했다.
 뭔가, 딱 봐도 상황이 꽤 안좋은 걸 알았기에 피터는 아주 작은 소리로 죄송하단 말을 중얼거렸다.

됐고,오늘은 그냥 집에 일찍…….”
 “스타크씨?”
 “흐우…….”
 “,토니?”

아까 방금 전에 이름 부르지 말라고 했는데 그것도 까먹는 걸 보니 정말 애가 맞긴 하군. 토니는 피터를 보며 그리 생각했다.

 “-…….”

탁자에 엉덩이를 걸터앉아 인상을 쓴 채 더운 숨을 내뱉는 토니의 모습은 피터를 당황하게 만들기 아주 적당했다.
평소 이런 모습을 사람들에게 전혀 보여준 적이 없었기에.

 “,제가 잘못한 거 같은데 어떻게 도와드릴 일이…….”
 “떨어져.”
 “?”
 “떨어……,.”

 마취와 신경 자극, 흥분제가 한꺼번에 몰려오니 토니는 정상적인 두뇌 가동을 할 수 없었다.
마취 성분이 흥분제랑 대충 비슷한 양을 이룸에도 불과하고 흥분 효과가 마취보다 훨씬 토니의 상태를 나쁘게 만들었다.

 “프라이,데이.”
[해독 성분 데이터를 구성 중입니다, boss.]
 “빨리,”

휘청.

 “으악,스타크씨!”

앞으로 자빠지려는 토니를 보고 식겁한 피터가 빠른 몸놀림으로 토니의 허리와 어깰 붙잡아 자기 몸에 지탱시켰다.

 “아으,젠장.-.”
 “,,토니이?!”

좋은 의도로 자신의 허리와 어깨를 잡았겠지만, 당사자인 토니는 죽을 맛이다.
신경 자극과 흥분제가 확 몰려와 저도 모르게 몸에 벤 습관이 나와 피터의 귀에 더운 숨을 내쉬었을 정도였다. 겨우 17살짜리 애한테.

 “이거, 199를 불러야-,”
 “꼬맹아(Kid)……. 닥치고 날 봐.”
 “, 토니. 이거 너무 가까우운, ?!”

피터는 토니가 자주 세미나에 데려갔었기 때문에 그가 술에 취해 여자들에 어떻게 유혹하는지 잘 알게 되었다. 그리고, 피터는 지금 토니가 자신을 여자 유혹하듯 부드럽게 키스를 해오는 턱에 멍하니 입만 벌리고 생각을 멈추었다.

흐으, .”
숨 셔.”
 “,”

능숙한 테크닉에 절로 신음이 흘러 나오는 걸 어찌 막을 수가 없었던 피터는 얼굴이 새빨개져 금방이라도 터질 듯이 변했다.
-. 누구보다도 뛰어난 머리와 명예, , 외모, 다분한 바람끼, 박애주의자인 자신의 우상인 토니 스타크가. 우상이다가 못해 처음 만났던 그 날부터 쭉 지금까지 설렘에 잠 못 이루었던 나의 짝사랑이.
지금 나에게 키스를 하고 있다니…….

[Boss, 해독제를 만들기 위해선 빌런의 피가 필요합니다. 지금 당장 쉴드에 요청을 해도 2시간은 걸릴 겁니다.]

안 되는데……, 지금 여기서 멈추면 안 되는데. 피터는 토니의 테크닉에 정신을 못 차리며 그리 생각했다.

 “하아……. 프라이데이, 시스템 5시간 임시 종료에 들어가. 코드는 ‘TSID’ .”
[코드 ‘TSID’ , 지금부터 시스템 5시간 임시 종료에 들어갑니다. 출입 보안을 제외한 모든 인공지능 연결이 끊깁니다.]

토니는 정말로 빠르게 결정을 내렸다.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내린 결정에 되려 피터가 오해를 할 정도였으니.
설마, 스타크씨는 나와 하고 싶었던 걸까? 정말이지, 토니가 이 생각을 들었더라면 당장에 아이언 맨 아머를 입고 공격했을 지도 모른다.

 ‘지금 이 상태로, 2시간까진 무리야. ……. 빨리 이걸 몸 밖으로 빼내거나 해소하지 않으면,죽을 거라고.’

프라이데이가 일반인에게 조금만 주입해도 죽을 수도 있다고 말했었다. 엄연히, 토니는 일반인이었기 때문에 목숨이 위험한 상태였다.
비록, 상황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었지만 말이다.

쿠당탕.

피터와 키스를 하면서 손을 뒤로 뻗어 수리 중이었던 아이언 맨 팔 부분을 넘어트려 치우고 탁자를 치웠다.
손으로 가슴팍을 쳐 피터를 탁자에 기대게 만든 토니는 마취 때문에 느린 자신의 움직임을 욕하며 조금 천천히 옷을 벗었다. 그런데 웃기게도, 옷을 천천히 벗고 있던 그를 보며 대뜸 피터가 참지 못하고 옷을 확 찢어 가슴팍을 드러나게 만들었다.

 “젠장! 영화에 나오는 스트립 쇼 하는 것도 아니고, 뭐 하는 거에요?”
 “으읏, 잠깐, 꼬맹아(Kid),”

스타크의 상의를 찢자마자 피터는 자신의 상의도 찢었다. 어차피 나중에 옷은 스타크씨가 사주겠지.
토니는 자기가 원해서 스트립 쇼마냥 천천히 옷을 벗은 것도 아닌데 짜증이나 절로 인상이 찌푸려졌지만, 어쩔 수 없었다. 신경 자극과 흥분제가 슬슬 가슴까지 올라왔기 때문에 옷이 조금만 살결을 스쳐도 너무 잘 느껴진 탓이었다.

 “하아, 토니. 뭔 일인진 모르겠지만, 일단, 지금을 즐길게요. 괜찮죠?”
 “으음-,”

자신의 말에 뭐라 대답을 하려는 토니를 보고 피터는 혹시나 토니가 거절을 할까 봐 키스로 입을 막았다. 어려서 테크닉이고 뭐고 배운 적이 없었던 피터였기에, 토니는 입에 혀를 넣고 어쩔 줄 몰라 하는 피터가 나름 귀여웠다.
자기 몸은 죽을 맛이었지만.

달칵.

피터의 허리에 있던 벨트를 풀어서 옆에다 둠과 동시에 토니는 자기 지퍼를 열었다.
이쯤 되니까 정신이 없던 피터도 갑자기 찬물을 끼얹은 듯 제정신으로 돌아와 당황해 하며, 토니를 말렸다.

 “, 진짜 잠깐만요, 토니, 그냥 병원 가죠? ? 이러다 우리 큰일나요, ?”
 “안돼.”
 “아우으-, 토니이! , 지퍼 건들지 마요! 안돼, 안돼!”

기껏 힘들게 조금이나마 정신을 잡고 있던 토니는 자꾸만 뒤로 내빼는 피터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대로 주먹을 쥐어 복부를 가격했다. 갑작스런 공격에 침을 헛 삼킨 피터를 보며 토니는 재빨리 자크를 내려 피터의 연한 페니스를 꺼냈다.

 “하핫.”
 “, , , 비웃지 마시죠!? 17살때는 원래 이래야 정상이거든요!?”

 자신의 페니스를 보고 히죽 웃는 토니를 보며 자존심이 상한 피터가 크게 소리를 쳐보지만 토니의 웃음은 지워지지 않았다.
정말이지, 이렇게 귀여운 페니스가 또 어디에 있을까. 자존심의 크기가 커서 다행이지,경험도 없는데 자존심 크기도 작았으면…….

 “아씨, 웃지 말라고요!”
 “!!!”

쪽팔림이 극에 다른 피터가 무심코 토니의 페니스를 힘껏(어느 정도 조절 된) 잡아버려, 토니는 말도 안 나올 정도로 큰 고통과 쾌락을 맛보게 되었다. , 하지만 피터의 힘이 어느 정도 높은지라 아무래도 고통이 조금 높았다.

 “, 미안해요! 으엉-.”
 “하으, …….”

도저히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른 피터는 슬슬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고, 토니는 그저 방금 전의 고통과 쾌락을 빨리 넘기려고 애쓰기 바빴다.

 “,꼬맹이(Kid). 괜찮으니까……, 좀 어떻게…….”

토니는 피터의 마음을 굳히기 위해서 갖은 수단을 쓰기 시작했다.
애처롭게 흔들리는 시선으로 바라보고(노력하지 않아도 그렇게 되었지만), 쾌락에 못이기는 마냥 팔을 살짝 떨며, 자신의 페니스와 녀석의 페니스를 비벼 흥분을 유도했다.
그리고 이건 피터에게 아주 잘 들여 먹혔다.

 “하아읏, 좋아, .”
 “토니……, 토니.”

토니의 유혹에 정신 줄을 놔버린 피터는 토니와 자신의 페니스를 같이 잡고 쓸어 내렸다. 간단하게 한발 빼고 하는 것이 더욱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해, 토니도 피터의 행동을 맞받아쳐 한 손은 마스터 베이션을 하고, 한 손은 피터의 목을 잡아 당겨 키스를 했다.

 “, 으으…….”
 “, 좋아요, 토니. 진심으로, 좋아…….”

빌어먹을, 젠장, 식은 치즈 버거 같으니! 아니, 치즈 버건 식어도 맛있지만.
토니는 자신이 피터와 함께 섹스를 하려고 한다는 것을 의식하자마자 후회가 밀려왔다. 어린 아이와 섹스라니……, 이건 무슨 아동 범죄도 아니고. 피터가 저를 어린애 취급하는 걸 싫어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토니의 눈엔 아무리 피터가 나이를 먹어도 영원히 어린애일 것이었다.

토니, 토니이-. 제가 눕혀도 되요? 아니, 제가 깔아도 되요?”
크읏.”

 마스터 베이션이 끝나고, 걸쭉한 흰색의 정액이 토니와 피터의 복부에 튀었다. 피터는 그저 지금 상황이 너무나도 좋았고, 토니는 어째 한발을 뺐음에도 불과하고 몸이 더 뜨거워지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냥 쪽팔림을 무릎 쓰고 사람을 부르는 게 낫겠어.’
파커……, 떨어져. 이 정도면 됐-,”

피익. .

“-?!”

 거미줄이 날아가 토니의 양 손에 딱 달라 붙으면서 떨어지지 않았다. 당황한 토니는 안될 걸 알면서도 손에 힘을 주어서 거미줄을 끊어보려 노력했다.

“……토니.”
.”
토니-.”

 목덜미에 얼굴을 박아 살내음을 맡는 피터는 이미 맛이 가버렸다. 동경하다 못해 짝사랑까지 번진 상대가 바로 앞에서 먹어달란 모습을 하고 있는데 그 누가 맛이 가지 않을까.
 슬금슬금 아래로 내려와 쇄골을 깨물고 가슴을 혀로 지분거리던 피터는 토니가 뒤로 물러나려는 기색이 보여 그의 손목을 한 손으로 잡아다 끌어서 자신과 자리를 바꿨다.

덜커덩.

피터!”

 큰 소리로 불러보지만 대답은 안하고 자기 젖꼭지를 깨물었다가 핥았다가 빠는, 반복적인 행동을 하는 피터를 보며 발끝에서부터 머리끝까지 소름이 돋는 걸 토니는 느꼈다.
 아직 약의 효과가 사라지지 않았기에, 아까보다 훨씬 민감하게 느껴졌다.

망할 꼬맹이(Kid).’

 머릿속으로 가능한 모든 상황을 상상한 토니는 아무리 봐도 자신이 빠져나갈 틈이 없다는 것을 깨닫곤 열기에 휩싸인 한숨을 쉬고 피터에게 몸을 맡기기로 했다.
 흥분해서 벌겋게 변한 얼굴과는 반대로 토니의 몸을 만지는 피터의 손은 아주 조심스러웠다. 단 하나라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듯, 몸에 흉터가 난 곳이라거나 조그마한 점이라거나 근육이 잡힌 모양새를 손가락으로 쓸어 내리는데-.
토니는 그게 그렇게도 애가 탈 줄은 전혀 몰랐다.

이게 여자들의 기분이었나?’
꼬맹아(Kid)-, 애태우지 말고, 빨리.”

 주인의 말을 따르는 충실한 애완견처럼 피터는 토니가 말을 끝내자마자 그의 허리를 붙잡고 탁자 위에 앉혀 빠르게 바지를 벗기다 못해 찢어버렸다. 거의 400달러가 넘는 바지였지만, 제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피터로서는 그저 빌어먹을 청바지일 뿐이었다.

하하, 내가 깔릴 줄은. -. 그럴, 줄은. 몰랐는데……. -.”
오일 없어요, 토니?”
작업실에 있을 리가 없지, 멍청한 녀석아. 크윽.”
자꾸 그러면 그냥 할거에요, 토니. 겨우 참고 있는데. 알겠죠?”

 기분이 좋다가 못해 찢어질 것 같은 웃음을 짓는 피터를 얼마나 패고 싶던지, 토니는 이 상황만 지나가면 당장에 바보 모자를 씌워 아이언 맨 아머와 함께 하늘에 날려 버릴 거라고 다짐했다.

주 작업 책상, 서랍에. 갈색 통.”

. 피익, .

킁킁. ? 이거 기름 아니에요?”
무해한 기름이니까, 빨리 쳐 바르고 박아줘, 파커.”
아씨, 진짜…….”

 어차피 하게 될 섹스라면 최대한 즐겁게 하는 게 좋지 않겠나-, 싶은 토니는 이제 머릿속에서 아동 범죄니 뭐니를 전부 지워버렸다. 그리고 적극적으로 피터에게 다가가 흥분한 녀석의 몸을 자신에게 했던 짓을 똑같이 따라 했다.
 하지만 경험이 다분하고 능수능란한 토니와 첫경험에 쑥맥인 피터의 행동이 같을 수는 없는 법.
 금방 피터의 성감대를 찾아서 그곳을 집중적으로 깨물며, 어쩔 줄 모르는 피터의 표정에 묘한 짜릿함을 느꼈다. 이런 섹스는, 오랜만인데-?

주르륵.

으으, 느낌 이상해.”
그걸 바르고 쑤시면 느낌 좋으니까 굼뜨지 말고 바르기나 해.”
, 쑤시다니요. 아니, 말을 해도 단어가.”
피이-. 빨리…….”

 자꾸만 진도는 안 나가고 사람을 애태우기만 한 녀석을 향해 토니는 나름 귀엽게 말을 늘어트려 혀로 입술을 핥았다.
 이게 어딜 봐서 마흔 여덟 늙은이야. 아직 팔팔한 서른 여섯 아저씨구만!
 손에 부은 기름이 약간 끈적거리며 손에 달라붙기에 피터는 이 느낌이 묘해 재빨리 토니의 아랫도리에 묻혔다.그런데 여기서 또 피터가 답답한 짓을 하는 게 아닌가.

 “뭐해, 안 풀어주고 그냥 하게?”
 “, 그게, 한번도 해 본적……, 없어서…….”
 “…….”

흥분에 쌓이지 않은 깊은 한숨을 쉬면서 토니는 조금 느릿한 몸짓으로 기름통을 뺏어다가 자기 아래에 그냥 들이 부어버렸다. 그리곤 손으로 자기 페니스를 만지작거리다가 슬쩍 위치를 바꿔 에널 주변을 손가락으로 지분거렸다.

 “, 이런 상황에 물으면 안되겠지만, 궁금해서, 묻는데요.”
 “뭔 말할지 알아. 그리고 답은 Yes. 고등학교 때 한번 질펀히 놀면서 세네 번? 해봤어. 두 번째엔 두 명이랑도 했고. 그리고 이 묶여있는 거미줄 좀 풀지? 힘들거든?”
, .”

, 와우. 역시 클래스가 다르시네요……. 다리를 쫙 벌린 채 손가락을 하나하나씩 넣고 요망하게도 인상을 찌푸린 토니의 모습은 너무나 치명적이어서 피터는 섹스 하다가 죽겠구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아무리 경험이 있다곤 하나 스스로의 손가락으로 에널을 풀기란 다소 어려움이 있었다.
 무엇보다, 사람은 자기 성감대는 잘 못 찾는다고들 하니까.

 “……, 뭐 하는 거야?”
 “보고만 있자니, 도저히 안되겠네요.”
 “그럼 좀 살, 살해.”

저의 손가락을 뺀 자리에 피터의 손가락이 하나씩 다시 들어갔다. 아직 서툴러서 그런지 토니는 그냥 마음대로 넣고 쑤셔보는 피터의 행동이 여간 짜증나는 게 아니었다.

 “이래서 동정보단 경험 있는 사람과 하는 게 좋다니까.”
 “…….”
 “꼬맹아(Kid), 뭐 하냐. 설마 급성 발기부전?”

손가락으로 쑤시다가 말고 행동을 멈추기에 토니는 이상히 피터를 바라봤다.
눈이 살짝 풀리고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까지 말하는 걸 보니, 토니는 약에 완전히 취한 것 같았다.
마비된 뇌가 생각을 하고 얘기할 리가 없으니까.

 “스타크씨.”
 “으응…….”

자존심이 상해있던 피터는 약에 취했으니까, 라고 화를 식히려다가 문득 생각을 해보니. 약에 취해 나온 말이 진심이지 않나? 란 생각을 하게 되어 식히긴커녕 기름을 부은 격이 되었다.

 “죄송하지만, 벌은 나중에 달게 받을게요.”
 “뭔 소리……, !”

 동양 쪽에 그런 말이 있다.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 란 말이.
토니는 딱 지금 그 상황을 그대로 느끼고 있는 중이었다. 다만, 쥐가 아닌 맹독을 가진 거미가 자신을 무는 것이었다.

 “으윽, 안ㄷ, !”
 “, 어쩌면 좋지. 너무 좋아.”

충분히 에널을 풀어주지 않은 상태에서 피터는 자신의 페니스를 맞춰 슬금슬금 집어넣었다.아직 귀두까지밖에 넣질 못했는데 피터는 벌써 흥분의 극에 달해 페니스가 팽창했다. 반면, 토니는 죽을 맛이었지만.

 “스타크씨, 스타크씨……. 진짜, 존경합니다.”
 “!”
 “어릴 적부터, -, 봐왔고. , …….”

토니나 피터나 일단 둘 다 정신상태가 정상이 아니어서 그런지 서로가 뭔 말을 하고 있고 듣고 있는지 인식이 잘 되지 않았다.
이 와중에도 피터는 억지로 에널에 쑤셔 넣어 결국에 전부 다 넣기에 성공을 했다. 그리고 금방 사정하지 않도록 눈을 질끔 감곤 심호흡을 했다.
, 따뜻해……. 이게 섹스라는 건가? 이렇게 좋은 거라고? 이 좋은걸, 스타크씨랑 하고 있어!

 “, 스타크씨?”
 “…….”
 “기절한 건……, 아니죠?”

손을 뻗어 어깨를 흔들어 보았지만 토니는 일어나지 않았다. 설마하니 기절할 줄은 몰랐던 피턴 그냥 이대로 빼야하나……, 하다가 할말을 잃었다.
살짝 돌려진 고개, 보기 좋게 쫙 펴 있는 상체와 질척한 하체, 땀으로 범벅이 된 모습까지.
  ……이건 여신의 조각상인가? 아니, 아니, 남자니까 남신이지.

 “근데 이렇게 보니까…….”

 뭔가 마음에 들지 않고 측은한 느낌이 가득한데. 이 상처들 때문인가?
질척이지 않는 손을 뻗어 토니의 상체를 쓸어 내렸다. 아무리 아이언 맨 아머를 입고 전투에 나가 싸웠다곤 하지만, 그래도 온몸에 상처가 가득했다. 그리고 가장 보기가 슬픈 것은, 아크 원자로가 있었던 가슴 중앙의 흉터.
이전에 레이저 빔의 능력을 가지고 있던 빌런 한 명이 토니의 아머를 뚫고 만들었던 흉터였다.

 “……맨날 동료는 안 보내고 자기만 앞서 가니까,이런 일이 일어났죠.”

토니 스타크. 누구나 다 아는 아이언 맨 자신.
그를 나직이 바라보며 인상을 찌푸린다. 어떻게 항상 자기 자신은 신경 쓰지 않고 몸부터 앞서서 사람들을 지키는 것인지, 바로 옆에 있는 동료가 더 센걸 알면서도 동료를 밀치고 자기가 공격에 맞는 나의 우상.

 “스타크씨……. 토니 스타크…….”

우는 소리와 함께 토니의 이름을 부르던 피터는 천천히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맨날 사람을 안달이 나게 만들고 심장이 떨어지게 만드는 나쁜 사람. 흐윽, 나쁜 사람. 피터는 이상하게 변질이 된 감정을 가지고 조금씩 속도를 높여갔다.
기절은 해 있어도 몸에 감각은 남아 있어서 그런지 토니에게서 반응이 왔다. 그의 페니스 끝에서 쿠퍼액이 찔끔찔끔 나오는데, 피터가 그걸 발견하곤 손을 뻗어 흔들어댔다.

 “하읏, ……, , 정말. 스타크씨이-.”

벌써 절정이 다가오는 걸 느낀 피터는 토니의 골반을 꽉 붙잡고 빠른 피스톤 질을 했다. 거친 흔들림을 참지 못하고 기절에서 깨어난 토니는 솟아오르는 쾌락에 말이고 뭐고 신음부터 내면서 피터와 동시에 사정을 했다.

 “하아, ……, 너 이 새끼…….”
 “아직이에요, 스타크씨. 아직.”
 “,”

.

피턴 다시 거미줄을 쏴 토니의 양 손을 활짝 벌려 탁자에 고정을 시키곤 억센 힘으로 그의 다리 또한 벌렸다. 생각해 보면 정말 맨날 그랬네.항상 먼저 나서서 먼저 부상당하고 뒤에 수월하게 일이 풀리도록 해줬었어. 완전히 벗겨진 토니와 상의만 벗겨진 자신, 이 상황이 피터를 더욱 흥분시켰다.

 “솔직하게, 토니. 말해봐요.”
 “아으, , …….”

 구멍에 맞춰 천천히, 아주 천천히 귀두부터 시작해 기둥을 넣는다. 아까완 다르게 억지로가 아닌 최대한 자제를 해서 넣는 것에 집중을 하며 피터는 말을 이어했다.

 “맞는거, 좋아해요?”
 “돌았어? 누가 맞는 걸, 하윽.”
 “그러면 왜-, 항상 그렇게, 후우.”

 맙소사, 아직 반밖에 넣지 않았는데 이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피터는 정말로 정신이 나갈 듯한 압박감을 느끼면서 심호흡을 하며 뿌리까지 박아 넣었다. . 급히 숨을 들이마쉬는 토니의 목소리가 여리게 떨이고 있었다.

 “자해하듯 덤벼드는 거에요, 토니…….”

 피터의 말이 어쩜 그리도 토니의 마음 속을 후벼파는 것인지-, 겨우 한방울의 검은 물감이었지만 종이는 금방 물들어 버렸다. 푸흐으. 토니는 고통과 쾌락 속에서 그리 웃음을 낸다.

 “Oh, dear-. 으윽, …….”
 “얘기 들었다고요, 토니. 로키의 사건, 울트론, 그리고 최근의 캡틴의 일까지.”
 “하아, 거기, 조금만 더-.”

 묶여 있는 손목이 자꾸만 아파왔지만 꾹 참고서 자신의 다리를 피터의 허리에 감는다. , 바텀은 너무 오랜만이라서 안 익숙한데. 조금씩 반동에 맞춰 허리를 흔드는데, 아무래도 침대가 아니다 보니 제대로 흔드는 데에는 무르기 있어 히트 점을 못찾고 헤매기 시작한다.

 “전부, ……. 전부 자기 탓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흐익? , 잠ㄲ,”

 그러다가 갑자기, 훅 하고 치고 들어오는 탓에 토니의 입에선 어울리지 않는 고음의 신음소리가 튀어 나와 토니도 피터도 서로 당황했다. 그러다 피터가 씨익 웃으면서 한번 더 치니, 토니는 상체가 크게 흔들리며 한번 더 고음의 신음소리를 내버린다.

 “맙소사, 토니 스타크가 여자처럼 신음을 내다니-.”
 “, 피터, 하읏-.”
 “……미치겠네요.”

 섹시하게 팔이 위로 쭉 뻗어 거미줄에 묶여 있고, 거친 운동으로 땀과 흰 무엇이 묻혀있는 모습이란-. 이 이상 이성을 유지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아마도 발기부전에 걸린 사람이 아닐까.
 피터는 한계가 왔음을 느꼈다. 조금 더 깊게 들어갈 수 있도록 허리에 감겨진 한쪽 다리를 어깨에 놔두고 골반을 잡아 사정없이 쳐댄다. 중간중간 억눌린 토니의 목소리가 그만하라 소리쳤지만, 피터의 귀엔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

 “토오-, 존경합니다.”
 “으우윽, 하읏!”
 “정말로 사랑해요.”

 끙끙 앓다가 못해 눈물까지 흘리는 토니를 보면서 피터는 가볍게 가슴팍을 핥다가 이마에 살며시 키스를 남겨준다.
 이 상황에서 토니가 한 생각은…….

 ‘닥치고 섹스나 해, 피터-.’






2016년 5월 29일 일요일

[로키토니배너]Thank you, Honey

[로키토니배너]Thank you, Honey

ㄴ호박(네이버 블로그)님이 쓰긴 마블썰 기반으로 또 적은 소설입니다아1!!

 ㄴ호박님 다시 한번 더 감사드려요옹요ㅠㅠㅠㅠㅠㅠ







 “토니 스타크. 이번에 아주 재미있는 짓거리를 한다고 들었는데.”
 “아-, 벌써 그 얘기가 거기까지 간 거야?”
 “그래, 영웅 놀이를 한번 해보겠다고. 그것도 날 상대로.”
 “오우. 걱정 마요, 아빠(Daddy). 정보도 빼낼 겸 노는 것뿐이니까요.”

 물론, 아빠의 기계들을 몇 부수긴 하겠지만 말이에요. 킥킥. 짓궂게 웃으며 자신에게 대답을 하고 그를 떠나는 토니의 모습은 사춘기가 든 아들을 보내는 기분이었기에 로키는 영 탐탁지 않았다.

 “그럼-, 어디 보자. 쉴드(S.H.I.E.L.D)라고 했던가? 거길 들어가야 한단 말이지…….”

 앤서니 에드워드 토니 스타크.
 그 는 자신의 부모님이 죽은 뒤 아버지의 유품에서 이상한 초록색의 팔찌를 얻게 되었고, 그로 인해 토니는 어릴 적부터 아스가르드의 로키와 알고 지낼 수 있었다. 그 팔찌는 예전에 로키가 자신의 형인 토르에게 준 마법 팔찌였는데, 놀러 나간 토르가 우주에서 잃어버렸던 것이었다.

 “일단 영웅이 되기 위해선 명백한 이유가 필요하니까……. 스타크 인더스트리부터 어떻게 바꿔야겠어. 자비스? 지금 당장 군수산업을 대처할 걸 찾아봐.”
[알겠습니다.]
 “좋아, 그럼 난 영웅이 입을 코스튬을 미리 만들어야겠군!”

 오랜만에 유희를 즐길 겸 자신의 마법 팔찌를 가지고 있던 어린 토니에게 관심이 생겼던 로키는 지금껏 그가 세계에서 가장 알아주는 ‘스타크 인더스트리’ 의 CEO가 될 때까지 신경을 꽤나 써 주었다.
 그래서인지 그의 성향이 조금이나마 토니에게 옮겨갔고, 토니는 거의 자기의 양아버지나 다름없는 로키에게 보답을 해주고자 지구를 정복하려는 그를 도와주고 있다.

[Sir, 시뮬레이션까지 끝냈습니다. 화면에 띄울까요?]
 “당연하지, 자비스!”
 “스타크, 적당히 놀고 집에 와라.”

 멀찍이 뒤에서 토니를 바라보고 있던 로키는 자기도 모르게 열정적인 토니의 모습을 보고 피식 웃음을 지으며 사라졌다.


†     †     †     †     †


 “닥터 배너, 내가 당신의 초록괴물에 대해 연구해 봤는데 말이야.”
 “토니, 다시 한번 말하지만 초록괴물이 아니라-,”
 “만약 아드레날린을 당신 마음대로 억제할 수 있다면? 그렇다면 초록괴물은 어떻게 될까.”

 그야 변신도 마음대로 할 수 있겠지, 예전에 같이 얘기 나눈 적 있는 얘기잖아. 하지만 그건 지금도 마음대로 억제할 수 있는데? 배너는 의문을 알 수 없는 토니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를 바라봤다.

 “오, 허니(Honey)! 당신은 날 정말로 예뻐해 줘야 해.”
 “?”

 토니는 주머니를 뒤져서 자그마한 상자를 꺼냈다. 상자는 딱 봐도 고급스러워 보였기 때문에 배너는 토니가 주려는 저것이 상당한 값어치를 한다고 정확히 예상했다.

 “토니, 내가 지난번에도 말했지만 고가의 선물은……,”
 “널 위해 만든 아드레날린 억제제야. 기존의 허접한 것과는 달리 나의 이 뛰어나고 명석한 머리로 만든 음, 뭐라고 부르지. 지능형 억제제? 아무튼, 완성시켰지.”
 “지능형 억제제라니…….”
 “말 그대로, 지능이 있는 억제제란 소리지. 아직 지금 시대의 기술로는 그 정도의 억제제를 만드는 게 불가능 하지만, 어떻게 만들어 봤어.”

 뭐라고? 배너는 아무런 생각 없이 그저 입을 떡 벌리며 토니가 자신에게 내민 상자를 바라봤다.
 답답했던 것인지 토니는 상자를 연 채로 배너의 손에 쥐어줬고, 슬쩍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그래, 이거야. 로키와는 다른 이 만족감…….

 “마음에 들어?”
 “……토니, 도대체, 이건.”
 “어떻게 만들었냐고? 오, 그건 아주 고마운 동료 덕분이라고 말해줄게.”

 배너는 동료 덕이란 토니의 말이 이상한 것을 쉽게 알아채지 못했다. 자존심이 높은 그 토니 스타크라 누구 덕분이라고 말했다? 음, 그런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뭐해? 어서 주사 놔봐. 날 기다리게 할 셈이야? 앞으로는 네가 원하는 부위만 변신할 수도 있고, 편해질 텐데-.”

 짓궂게 웃으며 배너의 뒤로 다가가 그의 허리를 두 팔로 감싼 토니는 목덜미에 얼굴을 박고 살내임을 맡았다.
 당신이 그걸 맞으면, 아주 끝내주는 상황이 벌어지겠지? 그러니까 어서.

푸슉.

 “윽…….”
 “배너, 처음에는 조금 따끔할 거야. 억제제고 온몸을 돌아 심장으로 갈 테니까.”
 “허억!”
 “진정해, 진정. 지금 이 상태로 변신하면 난 죽어버린다고.”

 내가 죽길 바라진 않을 거 아니야, 그치? 배너의 귓가에 말을 속삭이는 토니의 모습을 로키가 봤었더라면 그는 토니를 자신의 자식인 요르문간드(앙그르보다와 로키의 자식)와 닮았단 유머를 날렸을 것이다.

 “이제 진정했나 봐?”
 “젠장, 토니!”

 억제제가 몸 속에서 안정화가 되자 배너는 이를 악 물고 토니의 멱살을 잡아다가 들어올렸다.

 “컥, 배너.”
 “자네가 위험할 수도 있었어! 피할 생각은 안하고, 뭔, 아무리, 아무리 날, 날!……, 빌어먹을!”

 컥컥대는 토니를 보면서 배너는 눈물이 고이는 걸 느꼈다. 도대체가 이 인간은 처음 만났을 때부터 이리도 위험함을 신경 쓰지 않는 거야!
 웃기게도, 토니는 숨이 막히고 있는 와중에 씩 웃으며 배너를 바라보고 있었다.

 “결국은, 성공했지 않나?”
 “성공은 무슨! 자네 죽을 뻔 했다고!”
 “이런, 브루스. 지금 이 소리가 안 들리는 거야?”
 “소리는 무슨 소……!”

삐, 삐, 삐, 삐.

 화가 너무 나서 토니에게만 신경을 쓴 탓일까? 뒤늦게야 배너는 손목에서 울리는 심박수 경고음이 귀에 들어왔다.
 그리고 심박수는 벌써 헐크가 나왔어야 할 180을 넘은 상태.

 “…….”
 “축하하네, 닥터 배너.”
 “……어떻게.”
 “자유가 됐어, Honey.”

 미묘한 웃음을 짓는 토니의 얼굴을 배너가 봤었더라면, 그는 아주 간단히 자신의 애인의 표정을 간파했을 것이다.
 악질적인 일을 하기 전의 그 웃음을 말이다.
 하지만 배너는 자신의 심박수 측정 팔찌를 보며 감격을 잊지 못했다.

 “Do you love me?”

 타이밍을 틈타, 배너의 손목에 있던 측정 팔찌를 빼버린 토니가 팔찌가 있던 자리를 손으로 쥐며 잡아당겼다.
 스르륵 힘없이 따라가는 자신의 팔을 배너는 아무런 생각 없이 바라만 보았고, 토니는 이윽고 그 팔찌가 있던 자리에 키스를 남긴다.

 “I say one more time.”
 “…….”
 “Do you love me?”

 자신을 사랑하냐는 말을 하며 천천히 허리에 팔을 둘러 얼굴 가까이 다가오는 토니를 보며, 과연 그 누가 토니 스타크의 고백을 거수할 수 있겠는가. 저 매력덩어리를 말이다. 단언컨대, 없을 거야.
 배너는 속으로 그리 생각했고 그래서 대답했다.

 “Yes.”

 싱긋, 잘 보여주지 않던 눈웃음을 보이며 살며시 입술을 맞댄 토니는 자신의 뜻대로 된 배너에게 보상으로 최고의 테크닉을 구사한 키스를 퍼부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배너의 심박수는 쉴드의 중앙에서 관리를 했기 때문에 3분도 채 안돼서 어벤져스 멤버가 거의 다 몰려와 키스를 멈출 수 밖에 없었다.


†     †     †     †     †


 “멈춰요, 셀빅 박사님.”
 “이미 늦었어……. 이젠 멈출 수 없어.”

 푸르다 못해 흡사 일렉트로닉 같은 눈동자를 보면서 토니는 로키가 아주 단단히 세뇌를 해놨구나 싶었다.

 “대단한 걸 보고 싶지 않나? 새로운 세상 말이…….”
 “?”

 갑자기 말을 하다마는 셀빅 박사의 이상 행동에 토니는 잠깐 잠자코 지켜보기로 했다. 그러자 셀빅 박사의 눈동자 한쪽이 초록색으로 변하는 게 아닌가.
 토니는 이게 무슨 상황인지 알고 있었다.

 “[토니 스타크. 널 기다리고 있다.]”

 셀빅 박사에게서 들리는 로키에 목소리에 토니는 드디어 때가 됐구나 싶어, 그대로 로키가 있을 스타크 인더스트리의 꼭대기에 있는 집으로 빠르게 날아갔다.

 “로키.”
 “토니.”

푸슈욱.

 가볍게 착지를 한 로키를 바라보며 천천히 걸어서 들어갔다. 한걸음 한걸음 움직일 때마다 아이언 맨 아머가 하나씩 벗겨졌고, 안에 들어왔을 때에는 평상복 차림이 되었다.

 “영웅 놀이는 다 끝났나?”
 “뭐, 이젠 하고 싶어도 더 이상 못하니까. 한잔 할래?”

 술들이 진열되어 있는 곳으로 다가가 빈 유리잔을 들어 보이는 평온한 토니의 모습에 로키는 방금 전까지 밖에서 자기 편과 싸우고 온 사람 같아 보이지 않다고 생각했다.

 “치타우리 족이 올 거다. 이젠 바꿀 수 없지. 더 이상 두려워할 건 아무것도 없어.”
 “어벤져스.”
 “……?”
 “나를 뺀 나머지를 이루는 말이야. 그들은 한 팀이고, 세계 최고의 영웅 집단이지. 뭐, 너와 나만 있으면 충분히 싸우고도 남지만.”

 여유롭게 술을 한잔 따라 마시며 최근에 만들었던 마크7의 인식 팔찌를 양 손목에 채운 걸 확인한 토니는 앞쪽으로 나와 로키에게 다가갔다.

 “그래도 일단 머릿수는 알아보자고. 흠, 반신인 네 형.”
 “하.”
 “전설로 통하는, 말 그대로 전설인 첫 번째 초인 병사. 네 목숨을 노리는 암살자 둘.”

 밖에는 사람들이 난리가 나고 통제가 불가능한 상황인데도 불과하고 자신과 관련이 없음을 안 토니는 손가락으로 로키를 가리키며 평소처럼 장난스런 표정을 지우지 않았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나의 초록괴물까지. 게네들 전부가 너한테 열 받았더라.”
 “계획대로지.”
 “오, 로키, 로키. 지구를 침공하는 계획을 너무 빨리 잡아버렸어.”

 짐짓 아쉽다는 투로 말을 하는 덕에 로키는 간만에 진심으로 웃음이 튀어나왔다. 자신은 가르친 적이 없는 유머를 홀로 배워서 살아가더니 이젠 자신을 웃기려 드는 토니가 너무나 귀여웠던 탓이었다.

 “그들 모두가 여기로 오면, 당신은 끝장이라고. 알겠어?”
 “나에겐 군대가 있다.”
 “게넨 헐크가 있다니까?”
 “그 괴물은 이미 떨어트렸잖아.”

 아니, 왜 이해를 못하는 거에요, 아빠(Daddy)? 게네들은 어떻게든 로키 널 찾으려고 무슨 짓이든 할 거라니까? 설령 지구가 망해도 녀석들은 복수를 위해 너만 쫓아 다닐 거라고.

 “영웅 놀이에 너무 심취한 거 아닌가, 토니.”
 “네, 네. 자제할게요, 자제.”

 입술을 삐죽 내밀려 투덜대는 토니의 모습을 다른 사람들이 봤었더라면 다들 경악을 했을 것이다. 로키는 잠깐 토니를 바라보고 있다가 뒤를 돌아 천천히 부서지고 있는 도시를 즐겁게 지켜봤다.
 얼마 지나지 않으면 이곳 전부가 나의 땅이 되겠지.

 “그들은 자신의 동료와 싸우느라 바빠서 날 찾을 시간이 없을 거다.”
 “그래서 내가 오늘을 위해 아머를 업그레이드 시켜놨지. 자비스?”

띵-.

 아머가 있는 지하실에서 이곳으로 올라온 엘리베이터 소리에 로키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다.
 테스트를 해봐야 하지만, 음, 괜찮겠지. 무려 내가 만든 건데.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고 새로 만든 아이언 맨 마크7이 토니의 팔찌를 인식하고 날라와 그의 몸에 안착했다.

 “……언제나 보는 거지만, 인간의 기술은 마법과는 다른 묘함이 있군.”
 “노, 노, 노. 인간의 기술이 아니라 ‘토니 스타크’ 의 기술이야.”

 이미 어렸을 적부터 로키를 중심으로 그의 지식을 먹고 자라와서 그런지 그는 사람들과 자신은 다른 존재라고 인식을 했다. 로키는 그런 토니의 말투가 자신의 맘에 쏙 들었고, 토니는 그저 로키가 좋아하니 계속 쓸 뿐이었다.

쿠와-왕!

 “시작됐군.”
 “드디어 왔네, 군대가.”

 큐브의 힘으로 열린 문은 더 이상 닫힐 수가 없었다. 로키와 토니는 같이 하늘에 생긴 포탈을 보면서 미소를 지었고, 이제 자신들의 앞에는 아무것도 없을 것이라 확신을 했다.

쿵!

 “로키-!”
 “이런, 토르가…….”

 어째서 이 좋은 타이밍에 도착을 한 것인지, 토니는 간만에 만난 로키와의 시간이 방해가 되어 토르를 공격하기 위해 손을 뻗었다.

스윽.

 “로키?”

 자신의 손을 내리는 로키의 행동에 토니의 얼굴이 구겨졌다. 설마 이제 와서 자기 형이니까 건들지 말란 건 아니겠지, 로키.
 로키는 자신의 지팡이를 이용해 입고 있던 옷 위에 아스가르드의 옷을 입고 토르가 있는 밖으로 천천히 걸어 나왔다.

 “당장 큐브를 멈춰, 로키.”
 “이미 멈출 방법은 없어. 이제는 오로지……, 전쟁뿐이다.”
 “어리석은.”
 “흐아압!”

 지팡이를 무기로 이용해 토르에게 달려든 로키는 재빠르게 토르의 묠니르를 막은 뒤 지팡이를 휘두르며 마법을 같이 사용했다.

 “토르! 연약한 동생한테 순결한 망치는 너무 부당한 거 아닐까!”

콰앙!

 “토니 스타크? 설마 너도 로키한테,”
 “아, 너한텐 수신 장치가 없었지? 있었더라면 어벤져스들한테 듣고 왔을 텐데 말이야.”
 “그게 무슨…….”

 아이언 맨 아머 때문에 토니의 얼굴은 가려졌지만 로키는 아머 뒤의 웃고 있는 토니를 알 수 있었다. 정말이지, 나만큼이나 악질이군.
 로키는 자신의 형이 방심한 틈을 타 그를 공격하고 일방적인 구타를 조금이나마 먹였다. 토니는 공중에 서서 가끔씩 로키가 위험할 때쯤 토르에게 공격을 날려 로키를 도와줬다.

두두두두.

 ‘토니 스타크!’
 “오, 로마노프, 바튼. 이제 오는 거야?”
 ‘토니. 당신은 조종당하고 있는 건가요?’
 “로키와 나의 대화를 들었으면서 그런 얘기를 굳이 묻는 건 나에게 호감이 남아서?”

 최근에 내가 도움을 줘 만든 비행기를 타고 나한테 오다니, 로마노프. 이거 참 실망인데.
 토니는 빠르게 비행기에서 제일 약한 날개를 향해 공격을 했고, 나타샤와 바튼, 캡틴이 타고 있던 비행기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하여 밑으로 추락했다.

 “젠장! 토니 스타크가 배신자였다니.”
 “어떻게 그걸 모르고 있을 수가 있었지?”

 나타샤와 바튼은 패닉인 상태를 뒤로 제치고 폭발할지 모르는 비행기에서 내려 스타크 인더스트리로 향해 달려갔다.
 그들을 앞장서 달리던 캡틴은 무언가 아주 고뇌를 하더니 이윽고, 어벤져스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지금부터, 스타크 인더스트리로 모인다. 로키와 스타크를 생포하되, 어찌할 수 없으면 죽여도 된다.”


†     †     †     †     †


 “항복하시지.”
 “하, 이것 참. 그러게 내가 여기서 벗어 나자고 했잖아, 로키.”
 “내가 이깟 인간들에게서 도망칠 이유는 없다, 토니.”

 전쟁이 시작된 지 몇 분이 지났을까, 헐크를 제외한(아이언 맨도) 모든 어벤져스들은 스타크 인더스트리에 도착을 하여 빠른 속도로 로키와 토니를 제압했다.

 “자, 그래. 그럼 이제 어쩔 거지? 우리를 죽일 건가? 그 동안의 일을 봐서 나만 살리면 안되나?”
 “토니 스타크.”
 “로키, 농담이야, 농담. 아스가르드인들은 모두들 토르마냥 농담도 이해 못하나?”

 잡혀서 죽을 위기에 처해있음에도 불과하고 토니는 자신의 그 특별한 유머스러움을 잃지 않고 있었다. 그런 토니를 보며 같은 편인 로키마저도 질린 표정이 되었다.

 “스타크, 언제부터 로키와 내통하고 있었지?”
 “캡틴, 캡틴, 캡틴……. 뭘 모르는가 보군. 나는 내통을 한적이 없어.”
 “한적이 없다? 그럼 그대와 로키의 관계는,”
 “처음부터 나는 로키와 한편이었어. 내통이란 말은 캡틴, 당신이 아니라 로키가 해야 할 말이야.”

 장난기를 싹 지우고서 노려보듯 캡틴의 눈동자를 직시하며 말하는 토니의 모습에 어벤져스들은 그 동안 자신들의 봐왔던 토니가 완전히 사라진 것을 느꼈다.
 그들은 토니의 저런 행동은 오로지 그의 적에게만 보였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좋아. 스타크, 로키의 스파이로 어벤져스에 들어와 우리들의 기밀을 빼가고 지구를 침략하려는 그 죄. 지금 값을 치르겠다.”
 “그 값, 내가 했으면 좋겠는데.”

 바튼, 바튼. 자기 가족이 위험할 걸 알고 딱 나서는군. 아주 좋은 판단이야.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당장에 화살이나 묠니르를 던져 죽여버릴 것 같은 상황에, 토니는 아이언 맨 아머 속에서 실실 웃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제일 중요한 어벤져스가 없군 그래?”
 “……오, 토니.”
 “로키, 지금 당장 날 바꿀 수 있겠지?”
 “토니 스타크, 천박한 인간들 사이에 홀로 떠 있는 아름다운 별이여.”

 로키와 토니가 서로만 아는 말을 지껄이는 걸 보던 어벤져스들은 하나같이 자기의 무기를 꺼내 그 둘을 노렸고, 토니는 아이언 맨 아머의 마스크를 벗어 얼굴을 드러냈다.
 로키는 어벤져스들이 생각하는 그 어떤 위험한 상황대로 따르지 않고 되려, 그들을 패닉 상태에 이르게 할만한 행동을 했다.

 “컥, 윽.”
 “미안하군, 토니.”

 토니의 목을 손으로 움켜잡아 높이 들어올린 로키의 모습에서 토르는 자신의 동생이 진심으로 토니를 죽이려 한다는 걸 알게 되었고, 토니만큼 뛰어나진 않은 머리를 굴려 이 상황이 어떻게 된 것인지 이해하려 애썼다.

 “로, 키! 커헉.”
 “로-키!”

붕, 붕, 붕, 붕.

 빠르게 굴린 토르의 머리에서 나온 답은, ‘말리고 보자’ 였다. 묠니르를 들고 흔들어 로키에게 던지려고 하자, 주변에 있던 어벤져스들이 주춤하면서 한발자국 물러섰다.

 “로키! 1분이면 돼!”

퍼엉!

 토르가 묠니르를 휘두르자마자 로키는 토니를 저 멀리 강하게 던져 버렸고, 토니는 날아가면서 바닥에 떨어져 있던 그의 지팡이를 맞춰 로키가 집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안돼!”
 “인간들아, 너희는 여기까지가 한계이다.”
 “로-키이-!”
 “너희에게 희망은 없다.”

 묠니르를 휘두르는 토르, 토니를 제압하려는 바튼과 나타샤, 금방이라도 방패를 던지려는 듯한 캡틴까지.
 로키는 그들 전부를 동시에 보고서 행동을 했다. 가장 먼저, 마법을 이용해 바튼과 나타샤를 캡틴 쪽으로 날려보내고 묠니르를 피해 토니에게 다가갔다.

 “초록괴물은?”
 “마침, 곧 도착하기 직전이지.”
 “시작한다.”

지잉-.

 지팡이에 마법을 담아서 그 끝으로 토니의 이마를 살짝 눌렀다. 끝이 날카로웠던 탓에 토니의 이마에 자그마한 생채기가 생기면서 피가 조금 흘렀지만, 그것보다는 점점 파랗게 변해가는 토니의 눈동자에 시선이 갔다.

 “그럼, 기다리고 있겠다, 토니.”
 “화이트모카 한잔 사서 마시고 있으라고.”

 토니의 말을 다 듣자마자 로키는 아무런 미련 없이 마법을 이용해 순간이동을 했다.
 이윽고 나타샤의 찢어진 고함 소리에 어벤져스들은 재빨리 창문을 향해 각자의 무기와 방패를 들었고, 건물 아래에서부터 크게 들려온 고함소리에 토니는 잔망스런 웃음을 지었다.

 “크와-아!”
 “따란-! 청 코너에 등장한 초록괴물, 브루스 배너의 헐크!”

 완전히 눈동자가 확 변해버린 토니의 모습은 모두가 볼 수 있었다. 토니가 일부러 마스크를 벗은 채로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대망의 홍 코너! 모든 시민들의 가장 큰 희망이었던, 아이언 맨의 토니 스타크.”

 과 거형의 ‘-었던’ 말을 써가며 자신의 입장을 설명한 토니는 우락부락한 근육을 자랑하고 있는 헐크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 모습에 공격을 하려는 줄 알았던 바튼이 활을 쏴버렸고, 그걸 본 토니는 충분히 피할 수 있음에도 불과하고 피하지 않았다.

빠직.

 “지금, 이게……, 뭐 하는 겁니까.”
 “닥터 배너, 지금 스타크는!”
 “오, 오지마!”

 배너는 헐크일 때에 화살을 잡아다 부수곤 금방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와 어벤져스들을 노려보았다. 그에 캡틴이 설명을 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토니가 소리를 질러 그러지 못했다.

 “토니? 눈이……, 설마!”
 “오면 안돼, 브루스. 오면 안돼.”

 한 손은 배너의 얼굴을 노리고, 다른 한 손은 자기 얼굴을 노리는 토니의 행동은 배너를 제외한 어벤져스들 전부가 순간 멍해지게 만들었다. 갑자기 왜 저러는 거지? 딱 이 말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지이잉.

 “안돼, 브루스 빨리 헐크로 다시!…….”
 “토니?”

 배너는 영문을 모른 채 안절부절 토니만을 바라봤고, 다른 이들은 그제야 토니가 뭘 하는지 알게 되었다.
 토니 스타크는 지금 연극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상황을 짧은 시간 내에 계획했던 토니는, 타이밍까지 맞췄다. 로키가 토니에게 걸었던 마법이 풀려, 눈 색이 원래대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배너?”
 “오, 토니!”
 “닥터 배너, 그 이상 다가가면 안됩니다.”
 “맞는 말이다. 녀석은 이미 동생과 처음부터 한패였어.”

 아무리 토니를 믿는다곤 해도, 배너는 기본적으로 이성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정확한 판단을 하지 못하고 동료의 말을 넘기며 자신의 애인인 토니를 먼저 챙겼다.

 “토니, 괜찮아?”
 “어, 어……. 닷새 동안 작업만 하고 난 뒤의 어지러운 두통만 뺀다면?”
 “하, 정말 토니 당신이군요.”

 안도의 한숨과 함께 토니를 끌어안는 모습에 어벤져스들은 하나같이 불안한 얼굴을 띄었다.
 토니는 자신도 배너를 안으면서 어깨 너머의 어벤져스들을 보며 묘한 미소를 지었다. 악질적인 짓을 하기 전에 항상 짓는 그 웃음을 말이다.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어. 우린 로키도 잡아야 한다고.”
 “캡틴, 지금 그를 건드리는 건!”
 “바튼.”
 “Yes.”
 “안돼!”

 상황이 안 좋게 돌아가는 걸 느낀 캡틴은 섣부른 판단을 해버렸고, 그나마 남은 어벤져스들 중에서 가장 머리가 좋은 나타샤가 급히 말려보지만 이미 화살은 날아가 버렸다.
 배너가 토니를 안고 있으니, 움직이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정확히 머리를 노려 날린 화살.
 토니도 설마 캡틴이 이렇게나 쉽게 결정을 내리고 자신을 죽이리라곤 생각을 못했는지 당황한 눈치였다.

푹!

 “지금 뭐 하는 짓들이죠?”

 예상외로, 배너는 헐크 덕에 얻은 좋은 신경을 가졌기 때문에 뒤에서 어벤져스들이 나눈 얘기를 추리해 재빨리 한 팔만 헐크화 시켜서 화살을 막아냈다.
 다른 곳은 정상인데 팔만 헐크화가 된 것을 보고서 어벤져스들은 하나같이 숨이 멎는 줄 알았다.
 머릿속에 울리는 생각. 어떻게 된 거지?

 “……닥터 배너, 토니 스타크는 이미 로키와 한통속의 빌런입니다.”
 “누가요? 토니가요? 로키가 그를 지배하고 있던 것이 풀린 것도 확인이 됐는데 말이에요?”
 “배너, 진정하고 내 말을,”
 “지금 장난합니까?!”

 거칠게 팔을 휘둘러 팔에 꽂혔던 화살을 떨어트리게 만든 뒤 그는 토니의 앞에 나섰다.
 완전히 배너는 토니의 편으로 넘어간 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황.

 “브루스, 제 말 좀 들어주실래요?”
 “……나타샤.”
 “믿긴 어렵겠지만, 캡틴의 말이 사실이에요. 퓨리 국장님께서도 방금 전에 그가 로키의 스파이었다는 증거를 전부 찾아내셨답니다.”

 그랬던가? 나머지 어벤져스들은 나타샤의 처음 듣는 말에 당황했지만 티를 내진 않았다.

 “그는 처음 쉴드에 왔을 때부터 로키에게 쉴드에 관한 정보를 넘기고 있었어요. 그리고 브루스 당신이 오기 전까지만 해도 토르는 로키와 토니 스타크에게 공격을 당하고 있었구요.”
 “…….”

 어느 정도 나타샤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던 배너는 그녀의 말을 듣고 동공이 흔들리며 혼란스러워했다.
 그의 머릿속에선 지금 ‘토니가 그럴 리 없어’ , ‘만약……’ 이란 생각 두 개 싸우고 있었다.

 “이런, 이런. 이렇게 되면 안되지.”

 배너의 뒤에서 잠자고 상황을 지켜보던 토니가 입을 열었다. 브루스, 브루스, 나의 초록괴물. 저런 말로 흔들리면 좀 실망인데.
 팔을 뻗어 배너를 자기 품으로 당긴 토니는 어벤져스들을 보면서 경고하듯 말했다.

 “이 이상 나의 브루스에게 혼란을 심어주지 않았으면 해. 그는 너희들의 텃밭이 아니라고?”
 “토니 스타크, 지금 당장 배너를 놔주지 않으면,”
 “않으면 뭐? 어떻게 할 건데, 실험용 쥐?

 더 이상 토니는 자신의 모습을 숨기지 않았다. 되려, 캡틴을 도발해서 자신에게 달려들게 만드는 꼴을 보였다.
 이제서야 배너는 토니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닫지만, 이미 늦은 후였다.

 “Thank you, Honey.”

쪽.

 “……토니?”

 토니는 가볍에 배너의 볼에다가 뽀뽀를 남겼다. 배너는 흔들리는 목소리로 그를 불러보지만, 그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너희들이 아무리 발버둥을 쳐서 브루스를 가져가려고 해도, 그럴 수 없을 거야.
 이미 그는 나와 로키의 편이니까. 그것도 영원히.

 “브루스, 내가 자네에게 엑제제를 준 그때 기억나?”
 “…….”
 “그때 자네가 나한테 그랬지, ‘어떻게?’ 그래서 난 자네에게 ‘아주 고마운 동료 덕분’ 이라고 대답했었어.”

 어벤져스들은 저 말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배너는 이해할 수 있었다.
 설마?……, 그렇지 않을 거야. 토니, 제발 내 예상이 틀렸다고 말해줘요.

 “그 아주 고마운 동료가 누군지 말해줄까?”
 “……로키.”
 “정답! 래번클로에 50점을!”

 안돼, 토니……. 어째서 당신이, 어째서 당신이……. 배너는 좌절감에 휩싸여 무릎을 꿇고 주저앉았다.

 “자, 그럼 마지막 질문이야 브루스. 그 억제제엔 뭐가 들어가 있을까?”
 “…….”
 “지금 이 시대의 기술로는 절대로 완성시킬 수 없는 건데 완성이 됐어, 과연 어떻게?”

 이제 토니는 어벤져스들에게 시선을 주지 않고 배너에게만 눈을 줬다. 이제 조금만 더 하면 끝나.

 “……로키의 마법이겠지.”
 “흠, 난 너한테 안 물었어 토르. 그리핀도르 100점 감점. 그래도 뭐, 맞췄으니 10점 정돈 다시 줄게.”

 아스가르드인인 토르는 토니의 유머를 이해하지 못한 채 인상만 찌푸리고 금방이라도 공격할 듯 묠니르를 돌렸다.

 “진정 좀 하지? 자, 그럼 다시 본론으로. 맞아, 로키의 마법으로 억제제가 만들어졌어. 그렇다면 그게 과연 너에게 좋은 걸까, 닥터 배너?”

 방금 전의 그 유머는 어디다가 던져버리고 금세 진지한 표정으로 배너를 바라보는 토니의 눈동자엔 오로지 순수함만 보였다. 어린아이의 순수함.

 “당연히 좋은 것이지.”
 “로키?!”
 “뭐야, 왜 왔어?”
 “밤 늦게까지 안 돌아오는 아들이 걱정돼서 왔다면?”
 “아빠(Daddy), 이제야 뭘 좀 아시게 됐네요.”

 로키가 드디어 자신의 유머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게 되자 토니는 정말로 기뻤다. 매번 별 반응이 없어서 밍밍한 액션만 받았는데, 이제는 조금 나아지겠지.

 “굳이 찾아갈 힘을 덜어줘서 고맙군, 동생.”
 “더 고생을 해야 할 거야, 형. 왜냐면 토니의 장난감이 형을 패대기 칠 테니까.”

우우웅.

 지팡이를 들어 올린 그의 모습에 토르가 토니에게 던지려 했던 묠니르를 로키에게 던졌다. 가볍게 묠니르를 쳐내고 토니에게 다가온 로키는 배너가 그에게 안겨있는 것을 보고 인상을 팍 찌푸렸다.

 “떨어져.”
 “?!”

 배너는 로키에 말에 자신도 모르게 한걸음 뒤로 빠졌다. 아, 정말이지. 그거 질 나쁜 장난이에요, 아빠(Daddy).
 토니는 로키를 보면서 킥킥 웃어대기 시작했다. 영문을 모르는 배너나 어벤져스들은 경계심만 가득 세우며 바라볼 뿐.

 “……설마, 마법을 먹인 건가? 그게 금지인걸 알면서?”
 “난 더 이상 아스가르드인이 아니야, 토르.”

 항상 감상적인 토르는 단호한 로키의 말에 가슴이 쓰라렸다. 반면, 로키는 크게 신경 쓰지 않은 채 토니에게 여럿 정보를 전해주고 있었다.

 “곧 있으면 모든 군대가 다 올 것이다. 내 옆에 벗어나면 안돼.”
 “과보호야, 그거. 내가 무슨 애도 아니고.”
 “…….”

 알겠어, 알겠어. 어차피 옆에 있기로 계획했는데 저리 과반응을 하시나.
 지긋이 저를 바라보는 로키의 탓에 토니가 먼저 숙이고 들어갔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토르가 문득, 생각 없이 말을 뱉는다.

 “어지 글러먹은 저 인간을 가족보다 더 소중히 하는 거지?”
 “……글러먹어?”

콰아앙!

 얼마나 세게 마법을 보냈으면, 그 토르가 묠니르로 막음에도 불과하고 뒤로 멀찍이 튕겨나갔다.
 쯧, 슬슬 발동하겠네. 토니는 로키의 상태를 보면서 중얼거렸다.

 “로오-키!”

퍼엉!

 이번에는 로키의 마법이 묠니르를 맞고 상쇄되었다.

 “토니 스타크는, 하찮은 인간들과 같은 존재가 아니야. 토르.”

 으악, 존재라니. 저런 왕자 같은 말투는 언제나 들어도 거북하다고! 물론, 내가 하는 건 전혀 그렇지 않지만.
 속으로 로키를 향해 투덜대고, 겉으론 어벤져스들을 금방이라도 쏠 듯 겨냥하고 있는 토니의 모습은 언밸런스스러웠다.

 “유일하게, 이 지구에서 살아있을 가치가 있는 나의…….”
 ‘나의?’

 로키는 짐짓 엄청난 사실을 말할 듯이 크게 소리쳐놓고선 뒷말을 쉽사리 내뱉지 못했다. 그리고 결국은 말을 먹곤, 지팡이로 토르와 어벤져스들을 한꺼번에 공격했다.

 ‘내가 저 뒷말 꼭 듣고 만다.’
 “헤이(Hey)! 시간 없을 텐데!”

 공격에 합세해 어벤져스들을 몰아붙이며 슬쩍 자기를 뒤쪽으로 미는 토니를 이해할 수 없었다. 어째서, 왜, 어벤져스가 아닌 로키와 같은 팀이 된 거지? 처음부터 나도 토니에게 이용당한 건가?
 이런 상황이 와서 어벤져스를 돕지 못하도록?

 “싸움 중에 이상한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아, 브룻. 나에 대한 야한 상상을 했다면 용서해 줄 수 있겠,”

쿠웅!

 토니는 말을 끝까지 잇지 못하고 그대로 토르의 묠니르에 맞아 추락했다. 깜짝 놀란 배너가 재빨리 토니에게 다가갔고, 묠니르는 토르에게 돌아갔지만 토니는 돌아오지 않았다.
 배너는 토니가 로키의 편이든 말든 일단 부분 헐크화를 해, 토니의 마스크를 강제로 뜯어냈다.
 이마에 째진 상처를 보며 배너는 슬픔을 감출 수가 없었다.

 “토니? 토니!”
 “닥터 배너, 스타크와 각별한 사이였다는 건 알지만 지금은 우선-,”
 “브룻…….”

 캡틴은 방패를 들어 바로 공격해 제압이 가능하도록 자세를 취했다. 힘겹게 눈을 뜨는 토니의 모습은 가학성을 불러일으키기 딱 적당했을 만큼 섹시해 보였다.

 “변신해, 브룻. 헐크로. 그리고 쓸어버려.”
 “스타크, 배너는 네 말에 따르는 네 장난감 로봇이 아니야.”
 “하하……, 캡틴.”

 토니는 그 어느 때보다 더욱 진하고 선명하게 미묘한 웃음을 지었다. 캡틴은 저도 모르게 섬뜩해서 뒤로 한발자국 물러났다.

 “He's already mine(그는 이미 내꺼야).”
 “으, 으아아아!”

 비명을 질렀다. 심장 박동수가 급격히 올라가고 분노가 치솟으며 올바른 생각을 하지 못하게 만드는 몸 속의 근질근질한 무언가가, 억지로 변하게 만들고 있었다.

 “사람을 조종하는 마법, 알지? 로키의.”
 “……설마.”
 “내가 브루스에게 준 억제제엔, 그 마법이 있어. 그리고 그 마법은 내가 한 말을 무엇이든 지키는 거고.”

퍼억!

 캡틴은 한눈을 팔다가 로키의 지팡이를 맞고 저 멀리 토르와 부딪혔다. 정확하게 배너를 기준으로 어벤져스 팀과 로키 팀으로 나뉘어 지자, 토니는 자신의 유머를 부리며 말했다.

 “이런! 청 코너의 헐크가 홍 코너로 이적을 해버렸습니다! 이렇게 되면 상황이 확 뒤바뀌게 되는데요!”

 로키에게 몸을 지탱하며 천천히 일어선 토니는 어벤져스들이 나란히 서 있는 곳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청 코너의 어벤져스.”

 그리고 이번엔 헐크를 비롯한 자신과 로키를 가리켰다.

 “홍 코너의 어벤져스와 로키.”

 완전한 변신이 끝난 헐크는 어벤져스들을 보며 씩씩거렸다.
 토니는 그런 헐크를 보면서 슬쩍 전쟁의 시작을 알린다.

 “Show time-.”

 헐크는 어벤져스들에게 달려들었고, 토니는 이제 로키와 함께 이 자리를 떠나야 했기 때문에 아이언 맨 아머를 벗어서 로키에게 밀착했다. 질이 나쁘군. 로키가 말했다. 그러는 너만할까? 토니가 받아 쳤다.

 “이래서 내가 인간인 널 죽이지 않은 걸지도-.”
 “닥치고 키스나 해.”

 토니는 가볍게 로키의 목에 팔을 둘러 키 큰 그를 자신의 얼굴 쪽으로 당겼다. 힘없이 밀려오는 로키의 얼굴을 보며 토니는 잔망스럽게도 웃으며 그에게 최고의 테크닉을 구사한 키스를 퍼부었다.
 예전에 배너에게 키스를 했을 때와 똑같이, 토니는 행동했다.

 “Thank you, Honey.”

 로키와 뒤에서 싸우는 헐크를 바라보며, 토니는 그렇게 말했다.